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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Oct 06. 2022

유튜브 안봐도 심심하지 않아요.


   내가 유튜브를 아예 안 본다고 하면 다들 토끼 눈을 하고 신기하게 쳐다본다. 나는 그렇게 신기하게 쳐다본다는 게 신기하지만 이해는 된다.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할 때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유튜브를 보고 있으니까. 유튜브를 안본다는 나에게 그 다음 질문은 "그럼(유튜브 안보면) 뭐해?"이다.

  유튜브를 안 보는 이유는 안 보려고 해서라기보다는 '책을 읽는 걸 좋아해서'다. 읽고 싶은 책이 충분히 차고 넘치니 유튜브를 볼 시간이 없다. 읽고 싶은 책을 전부 다 읽으면 유튜브를 보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아직도 읽으려고 대기 중인 책이 수백 권이요 내가 읽지 못한 책들이 수백만 권이다. 남들 다 보는 유튜브를 안 보는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아 약간의 변명을 하고 싶다. 나는 그저 보고 듣는 것보다 글을 읽는 게 더 편하고, 말하는 것보다 글을 쓰는 게 더 편한 사람일 뿐이다.

  사람들은 뭔가 관심 있는 분야, 공부해 보고 싶은 분야가 생기면 유튜브에 관련 영상을 먼저 찾아본다. 나는 무조건 책부터 찾아본다. 관련된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공부한다. 예를 들어 최근에는 경매에 관심 있어서 경매 관련 책만 거의 20권 넘게 읽은 것 같다. 유튜브 영상보다 책을 먼저 읽는 이유는 그저 '책을 읽는 것에 습관이 들어서'일 뿐이다. 유튜브로 관심분야를 공부하는 것의 장점은 편리함이다. 책을 읽으며 공부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오래 걸리는 만큼 깊이 있게 생각하면서 그 지식들을 더 단단하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빠르게 여러 관심분야를 알고 싶다면 유튜브로 편리하게 지식을 얻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대학생 때는 시험기간 외에는 늘 읽고 싶은 책들을 옆에 잔뜩 쌓아놓고 봤다. 도서관에서 한 번에 5권씩 빌려가지고 들고 오는 날에는 기분 좋은 선물을 받은 듯이 마음이 벅찼다. 시험기간만 아니면 도서관은 늘 한산했기에 사람 없는 도서관에서 혼자 여유롭게 책을 읽는 시간이 참 좋았다. 하지만 고시 준비하는 기간 동안에는 책을 아예 한 권도 읽지 못했다. 일단 시험 합격하는 게 먼저였으니까. 수험생활 중 힘들었던 것 중 하나가 읽고 싶은 책들을 읽지 못한다는 것이었을 정도였다.

  어디 약속을 나갈 때면 늘 책을 두 권씩 가방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읽는 중이던 한 권을 다 읽으면 또 읽을 책이 없어져 심심할까 봐 읽던 책 외에 새 책 한 권을 더 다니고 다녔던 것이다. 하지만 그 새 책을 읽은 적은 거의 없긴 하다. 이동 중에 책을 읽는 경우 읽을 시간이 길진 않으니까. 그렇게 매번 책을 두 권씩 들고 다니니 무거워서 이제는 전자책을 들고 다니며 읽고 있다. 밀리의 서재 1년 정기구독을 매년 결제하는데, 밀리의 서재에는 내가 찾는 책 중에 한 절반 정도는 없다. 그래도 내가 찾는 것과 관련된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을 읽으면 되고, 밀리의 서재에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양의 책이 있으니 읽을 책이 떨어질 염려는 없다.

  출퇴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을 보면 무척이나 반갑다. 나이나 외모, 성별 상관없이 책을 읽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사람한테 자꾸 눈길이 가고 관심이 간다. 내가 좋아하는 걸 나와 같이 좋아하는 사람을 보면 관심이 더 가는 그런 마음인 것이다. 얼마 전에는 어떤 할아버지가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계신 모습을 봤는데 멋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책을 읽고, 서로 읽은 책들을 공유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트레바리에 참여했었다. 트레바리는 독서모임 관련해서 가장 크고 유명한 플랫폼이고, 참가비도 비싼 편이라 기대를 많이 했다. 그런데 참여자 대부분이 책을 좋아한다기보다는 이렇게 모임 참여를 통해 강제로라도 책을 읽으려고 참여한 사람들이어서 뭔가 좀 아쉬웠다.

  브런치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은데, 내 주변에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함께 누릴 사람이 없으니  가끔 조금 슬프기까지 하다. 혹시 브런치에서 책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을 해보면 어떨까 하는 좀 무모한(?) 상상도 가끔 해본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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