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해 본 만큼 보인다고 한다. 내가 경험해 본 것일수록 더 빠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경험을 해봤을수록 같은 현상을 보고도 더 넓고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놓치는 부분까지도 볼 수 있는 것이다. 늘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배우고 생각하고 더 많이 느끼며 살고 싶은 나로서는 경험해 보고 싶은 게 끝이 없다. 나보고 지금 당장 해보고 싶은 것들 전부 다 써보라고 하면 바로 수백 개는 쓸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유한하기에 직접 경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는 시간이라는 것은 다 공평하게 똑같고, 뭔가 특이한 경험보다 비슷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기가 훨씬 쉽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경험을 늘리는 방법은 책을 읽는 것이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을 경험해 본 사람들의 책을 읽는다. 내가 공부해 보지 않았던, 몰랐던 분야를 공부하고 연구한 사람들의 책을 읽는다.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들은 간접경험을 통해 보는 시야를 더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무조건 직접 경험이 더 나은 것 같지도 않다. 실제로 본인이 경험해 본 일이라면 오히려 '편견'을 가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는 금융권 취업 준비를 오래 했고 결국 실패했다. 그 경험에서 내가 느끼고 깨달았던 것들이 다른 취업 준비를 오래 했던 사람, 취업 준비 기간이 짧고 금방 취업에 성공한 사람 등 이런 사람들이 느꼈던 것들과 또 다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취업 준비'라는 같은 경험을 했음에도.
그래서 같은 분야, 같은 주제의 책도 여러 사람들이 쓴 책을 읽는다. 같은 주제에 대해 얘기하는 책이어도 책의 저자들마다 비슷하게 얘기하는 부분도 있고 다르게 얘기하는 부분도 반드시 있다. 살면서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보면 '사람들 생각하는 게 다 비슷비슷하구나'란 생각이 들 때도 많지만, '우와 저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하고 놀랄 때도 많다.
물론 내가 경험해 본 것에 대한 다른 사람의 글도 읽는다. 같은 여행지를 다녀와도 사람마다 느낀 바가 다른 것처럼,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늘 궁금하다. 그래서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도 많이 읽는다. 브런치에 많이 쓰이는 에세이 주제들이 퇴사, 이혼, 투병 등 본인의 힘든 이야기들인데, 그것 또한 작가마다 전부 다 다르다. 어떻게 상처를 이겨내 나가는지,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마치 소설 읽듯이 감정이입이 될 때가 많다. 똑같은 고통을 겪어도 그들이 느낀 고통의 강도, 그리고 회복의 시간, 깨달음 등은 사람들이 모두 다 다르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일상의 대부분은 항상 해 오던 대로 흘러간다. 늘 하던 대로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출근하고 일하고 퇴근하고 운동하고 집에 와서 쓰러져서 잔다. 그렇게 하루 종일 "아무 생각 없이 살아도" 일상은 문제없이 흘러간다. 그런 하루하루가 쌓여 금방 몇 달, 몇 년이 되어 버린다. 그런 순간들을 붙잡고 싶다. 의미 없이, 생각 없이 내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도록. 익숙한 것에서도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기 위해서, 몰랐던 것들을 알아가기 위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그동안 옆에 있어도 보지 못했던 것들을 보기 위해서, 나는 계속 책을 읽을 것이다. 책을 읽고 있을 때만이 내 마음이, 내 감정이, 내 생각이 마구 꿈틀꿈틀 대는 것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