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처음 브런치에 글을 쓴다. 글을 한동안 올리지 않아도 거의 매일 브런치에 접속해서 다른 작가분들의 글을 읽는다. 그리고 일상에서 늘 브런치에 쓸 글감에 대해서 생각하고 메모해 놓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알아봐야 할 것들이 많아서 글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올해 서른여섯 내 생애 처음으로 독립을 준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재수생 때 잠시 두 달 정도 고시원에 살았던 걸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쭉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이십 대부터 꾸준히 독립을 생각하고 있었으나 몇 년째 계속 미뤄왔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돈' 때문이었다. 호기롭게 나가려면야 나갈 수야 있었겠지만, 소득도 모은 돈도 없는 상태에서 나가봤자 혼자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다. 취업을 하고 나서도 한동안은 나갈 엄두가 안 났다. 작고 귀여운 나의 돈은 집을 나가는 순간 잽싸게 도망갈게 뻔했다. 부모님이 서울에 집이 있으시니 본가에서 살면 돈 나갈 데가 거의 없는데, 그 큰 혜택을 포기하기도 어려웠다. 그래야 더 빨리 돈을 모을 수 있으니까. 또 본가에 살면서 엄마가 해주는 밥, 내 방, 그 편안함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누리면서 돈을 모으자고 욕심을 부렸다. 그렇게 돈 모으기에 집중하며 취업 후 3년이 흘렀다.
작년부턴가 하루하루가 너무너무 지겹고 또 지겨웠다.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살 거야?'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었다. 그때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이제 혼자 살아도 그럭저럭 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은 되는 것 같았고, 3년 동안 강북에서 강남으로 1시간 15분 거리(door to door) 출퇴근에 너무나 지쳐있었다. '아, 지금이 그렇게 꿈꾸던 독립을 할 때구나.'라고 느껴졌다. 조금만 더 본가에서 버티면서 조금만 더 돈을 모으자고 하기에는 내가 많이 지쳐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럼에도 '돈이 줄줄 새어나간다'기로 유명한 그 '독립'을, 반드시 지금 해야 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가끔 들기도 했다. 그래서 참고용으로 독립의 장단점을 한번 적어보기도 했다. 단점은 뭐 적을 것도 없이 당연히 돈이 든다는 것이다. 매달 월세, 관리비, 공과금에 추가적인 식비와 생활비 등. 한 가지 더 들자면 스스로 청소와 빨래 요리 등 집안일하는 시간이 더 많이 든다는 것이다. 뭐 돈 드는 거에 비하면 혼자 쓰는 집인데 집안일에 시간 쓰는 것이야 할만할 것 같다.
그래도 독립의 장점이 훨씬 더 많았다. 1. 하루 2시간 30분의 출퇴근 시간이 절약된다. 2. 출퇴근 시간 지옥철 안타도 된다.(출퇴근 시간 지옥철에서 하루 에너지의 절반 정도는 쓰는 것 같다.) 3. 연말정산 시 월세 세액공제&주택청약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무주택자가 아니어서 해당 공제를 그동안 하나도 못 받았다. 연말정산 때마다 매번 돈을 토해내야 했다.) 4. 출근 준비 시간에 동생이랑 화장실같이 안 써도 된다. (집에 화장실이 한 개인데, 동생도 강남으로 출퇴근하는지라 출근 준비 시간이 겹쳐서 동생이랑 화장실을 같이 써야 했다. 내가 세면대에서 세수하고 있는 동안 동생은 옆에서 샤워기로 머리 감는 식) 5. 스터디카페비용을 아낄 수 있다. (주말에 혼자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집 근처 스터디카페로 도망가곤 했다.) 6. 아빠가 유튜브 보는 소리 안 들어도 된다. (아빠는 저녁에 거실에서 늘 유튜브를 소리 켜 놓고 보고 계셨다. 혼자 조용히 있고 싶은 나로서는 매일 유튜브 소리 듣는 것도 스트레스였다.) 7. 교통비 안 든다. (올해 4월부터 대중교통 요금 인상된다니 교통비 안 드는 것의 장점이 좀 더 커졌다.) 이렇게 장점을 써 놓고 보니 왜 이제야 독립하나 싶다.
원래는 회사까지 지하철로 30분 이내 거리의 빌라를 매수해서 거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집값이 내려가고 있고,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겐 여러 가지 혜택이 많으니 차라리 좀 더 욕심 내서 서울 끝자락 구축 아파트를 사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동산 공부를 조금 하다 보니 부모님 명의의 집에 살고 있어서(무주택자가 아닌 게 되어서), 바로 집을 사기에는 세금이나 대출 측면에서 좀 복잡해 보였다. 일단 무주택자 상태를 만든 후 집을 사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이 났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구축 아파트를 사기에도 자금이 부족하니 계속 돈을 모으며 기회를 보기로 했다.
1월부터 계속 네이버부동산과 직방을 들락날락하며 회사 근처 원룸 월세를 알아봤다. 원룸 월세라 금방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생각보다 마음에 드는 곳이 나오질 않았다. 내 예산에 맞는 원룸은 정말 코딱지만 했다. 4~5평 정도 방에 저 장난감 같은 쪼끄만 싱크대에서 뭘 할 수 있긴 한 건지.. 조금 넓다 싶으면 반지하였다. 아무리 원룸이라도 최소한의 생활 수준은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에 예산을 더 높여 잡았다. 내가 원하는 기준은 '회사에서 도보 10분 이내, 반지하/옥탑/1층 제외, 최소 7평 이상'이었다. 몇 군데를 둘러보다 드디어 마음에 드는 곳을 찾았다. 회사까지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도보 2~3분), 원룸치고 넓은 10평, 그리고 다른 데에 비해 월세가 약간 저렴한 편이었다. 경쟁자들(?)이 많은 걸로 보여서 집을 본 후 바로 가계약금을 걸었다. 며칠 후 임대차 계약서를 작성했고 3월에 입주하기로 했다.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월세가 버려지는 돈으로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3년간 본가에서 지내며 매일 2시간 30분 정도를 출퇴근에 썼으니, 월세로 내는 돈이 55시간(하루 2.5시간 x 월 출근 22일)이라는 내 시간을 사는데 쓴 돈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돈 주고 산 시간이라 생각하니 더욱 알차게 시간을 써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