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랫동안 독립을 꿈꿔왔음에도 계속 실행하지 못했다. 조금 더 본가에서 (경제적) 혜택을 누리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주거비로 쓸 돈이 아까운 것도 있었고, 독립하기 전에 돈을 더 많이 모으고 싶은 생각도 있었고, 핑계거리들이 많아 자꾸 망설여졌다. 그럼에도 당연히 언젠가는 독립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결혼 생각은 없고 계속 본가에서 살고 싶지도 않았기에) 나는 독립을 꿈꾸는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돈을 모으면서, 독립하고 어떻게 혼자 힘으로 잘 살아갈지 계획을 세우면서 '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독립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하게 준비해야 할 것은 뭐 당연히 '돈'이다. 그저 독립할 때 딱 필요한 정도의 돈이 아닌, "생각하는 것보다 더 여유 있는 수준의 돈"이어야 한다. 여행을 갈 때도 대부분 늘 예산보다 돈이 더 들곤 했기에 이 기준을 세웠다. 예상치 못하게 큰돈이 들어갈 일이 있어도 휘청거리지 않을 정도의, 당장 수입이 끊겨도 최소 2년 이상은 버틸 수 있는 돈을 모으고자 했다. 쇼핑을 거의 끊다시피 하고, 꼭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고, 밖에서 사 먹는 것이나 사람들을 자주 만나는 것 등을 줄였다. 본가에 살면서 그렇게 씀씀이를 줄이니 꽤 모을 수 있었다.
돈 다음으로 중요한 준비는 "독립 후 어떻게 혼자서 잘 살아나갈지에 대한 계획"이다. 독립하면 일상 습관을 어떻게 알차게 만들지, 공간을 어떻게 꾸밀지, 집안일은 어떻게 효율적으로 할지, 그 후에 어떻게 재밌게 살지, 다음은 어떤 곳에서 살지 등 나는 늘 미리 계획을 짠다. 내가 원하는 삶이 뭔지 찾기 위해 뭐든 도전해 보는 삶을 살고 싶다. 앞으로도 돈을 계속 모아야 하고, 부동산, 주식, 법, 철학 등 나를 위해 공부해야 할 것들도 어마어마하게 많다. 앞으로의 미래도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고 공부하고 계획을 짜고 하나하나 실천하려고 하는 중이다.
정확히 언제 독립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 이제 해도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모든 일들이 그럴 것이다. 지금 당장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냥 내 길이 아닌가 보다 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작은 것부터라도 하나씩 준비해 나가면 된다. 몇백만 원 모으기도 어려울 때 이래 가지고 언제 돈 모으나 했는데, 그냥 그것도 습관으로 만들면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되었다. 막연했던 꿈이 현실이 되는 것은 그동안 계속 알게 모르게 꾸준히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기회가 오더라도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절대 그 기회를 잡지 못한다. 한번 나가면 다시는 본가에 돌아가지 않을 생각으로 돈을 모았고, 나의 장점이자 단점인 무한한 상상력(?)으로 독립과 독립 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 상상하고 또 세부적인 계획을 짰다.
앞으로 다른 목표들도 다 그런 생각으로 접근하려 한다. 언제 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할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는 것이다. 오랫동안 A라는 목표를 위해 준비해 왔는데 설령 A를 잡을 기회가 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준비해 놓았던 것을 활용할 수 있는 B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좋은 기회가 올 수도 있다. 준비하면서 기다리다 보면 반드시 때가 온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나는 뭐든 늦깎이인가 보다. 첫 취업을 서른셋에 했고, 첫 독립을 서른여섯에 한다. 일반적인 기준보다 늦은 나이다. 평범하게 사는 것은 이제 관심이 없으니 별생각은 없고, 독립을 앞둔 지금 마음은 설렘 반 두려움 반이다. 아마 내가 20대 때 독립을 했으면 '나만의 공간에서 부모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산다'라는 느낌이 컸을 것이다. 서른여섯이나 돼서 독립하게 되니, 이제 자유롭게 살 수 있다는 마음보다는 "이제 모두 내 스스로 해내야 한다."라는 책임감이 더 크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기대지 않고 진정한 독립을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자유로움을 만끽하고 싶다기보다는 앞으로 '더욱 알차게 혼자 잘 살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훨씬 크다.
이제 새로운 장애물(?)들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제 가성비 좋은 가전과 가구, 잡화 등을 알아보는 것, 이사 청소하는 것, 이삿짐 옮기고 정리하는 것 등의 힘든 일들이 기다리고 있고, 중단기적으로는 흔히 20대에 많이 하는 자취도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터라 집에 갖가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 몸으로 부딪혀 배우는 것, 장기적으로는 이제 더 열심히 부동산 주식 세금 등 투자 공부를 꾸준히 하는 것, 몸 건강 마음건강 관리 잘하고, 잘 챙겨 먹고 다니는 것, 그다음 목표인 내 집 마련하기&내 서재 꾸미기를 어떻게 할지 또 상상하고 계획을 짜는 것까지 '혼자 잘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앞으로 산더미다.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