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3화

by 놀쓴


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3화 : 요리하기


금 집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회사랑 엄청 가깝다는 점 때문이었다.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과 횡단보도 건너는 시간 다 합쳐도 도보 5분 이내다. 그래서 점심시간엔 집에 가서 밥을 먹는다. 밥 먹는 데는 15분 정도면 충분하니 점심시간에 집에 가면 일단 침대에 드러눕는다. 이 시간에 잠이 드는 경우는 드물지만 그래도 가만히 눈 감고 누워있으면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12시 30분이 되면 일어나서 밥 먹을 준비를 한다. 점심에는 보통 계란프라이 하나 정도만 하고, 있는 반찬을 냉장고에서 꺼내 먹는다. 그래야 금방 먹고 금방 치울 수 있다. 제대로 된 요리를 하는 것은 대부분 퇴근 후 저녁이나 주말에 한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했느냐 하면,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다고 해야 하나.. 독립하기 전엔 내가 요리해서 먹어본 적이 거의 없다. 본가에서는 늘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거나 밖에서 사 먹었었다. 그때는 요리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혼자 힘으로 해 먹어야 할 때가 왔다. 반찬은 반찬가게에서 사 먹기도 하고 내가 간단한 반찬을 하기도 한다. 처음엔 블로그에서 쉽게 할 수 있는 레시피 같은 걸 보고 따라 했다. 시행착오를 몇 번 겪긴 했지만, 같은 요리를 두세 번 하다 보니 순서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간은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불의 세기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감이 대충 잡혔다. 그동안 요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그렇지 완전 요리 똥손은 아니었나 보다.


지금까지 해 먹어 본 음식들 중에 국&찌개는 참치김치찌개, 계란국, 어묵국이 있고, 반찬으로는 느타리버섯볶음, 애호박전, 제육볶음, 참치전 등이 있다. 반찬이 별로 없을 때는 볶음밥을 해 먹는다. 주말에 브런치가 먹고 싶을 때는 식빵과 버터 사다가 토스트를 해 먹는다. 근처 마트 세일 기간에 삼겹살 또는 오리훈제구이를 사다 구워 먹기도 한다. 별로 입맛이 없거나 빨리 먹고 싶은 날에는 간단하게 시리얼을 우유에 타먹는다.


요리 잘하는 사람들이 봤을 땐 별거 아닌 수준이지만 나 나름대로는 나를 잘 먹이고 있는 것 같아 뿌듯하다. 이제 막 요리를 배우고 익혀가는 중이고 앞으로 더 발전할 테니까. 이제 초반보다 손도 좀 빨라졌다. 자주 해 먹던 거는 금방 한다. (그래도 매번 설거지는 정말 싫다.)


본가에 있을 땐 하루 1끼씩 먹었다. 점심만 든든하게 밥을 먹고, 저녁은 요플레, 바나나, 빵 같은 걸로 간단하게 때웠다. 출퇴근으로 지하철에서 시간을 많이 쓰니까 아침저녁 다 챙겨 먹으면 하루에 개인적으로 뭘 할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저녁을 간단하게 때워야만 퇴근 후 피아노 학원이나 체육관을 갈 수 있었다. 독립하고 나선 하루에 2끼씩 먹는다. 점심과 저녁. 회사 가까운 곳으로 독립하니 출퇴근 시간 아껴서 요리하고 잘 챙겨 먹는데 쓰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먹는 것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 정말 심하게 맛없다 싶은 게 아니라면 뭐든 잘 먹는 편이다. 매운 것만 못 먹는다. 그리고 패스트푸드 같은 것보다 한식을 좋아한다. 특히 점심을 한식으로 든든히 먹어야 하루를 잘 버틸 수 있다. 혼자 있을 때 배달음식을 시켜 먹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밥 대신 라면을 먹은 적도 없다. 밖에서 사 먹은 적은 (너무 피곤했던 날) 딱 한 번 있다. 웬만하면 항상 집에서 해 먹는다는 뜻이다. 전용면적이 대략 10.5평 정도 되는 넓은 원룸이라 주방이 크고 환기도 그럭저럭 되는 편이라 음식을 해 먹기에 괜찮아서 다행이다.




혼자 살게 되면 중요한 일 중 하나가 '나를 잘 먹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사람들이 귀찮다고 대충 라면이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기 시작하면 그것 또한 습관이 돼버린다.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나를 잘 먹이는 습관을 길들이려고 노력했다. 엄마도 요리하나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얘가 밥은 잘 먹고 다니려나 걱정하셨는데, 내가 먹는 음식 사진들 보내드리니 이제 별로 걱정 안 하시는 듯하다. 다른 거 다 귀찮아도 나한테 잘해 먹이는 건 귀찮지 않다. 혼자 살면 잘 못 먹고 다닌다고들 하던데. 나는 혼자 살고 나서부터 더 잘 먹고 다닌다.


른 사람들과 같이 먹는 밥에 가장 큰 단점은 같이 먹는 사람들과 '먹는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로 봐선 내 먹는 속도가 평균 보다 약간 빠른 편인데. 이런 나도 '너무 빨리 먹는 사람' 또는 '너무 느리게 먹는 사람'과 밥을 같이 먹어야 할 때는 정말 힘들다. 또 맛집 찾아다니는 걸 좋아하는 사람과 먹는 것도 힘들다. 맛집에서 줄 서서 먹는 걸 정말 싫어하기 때문이다. 물론 가끔은 사람들과 같이 먹으면 또 같이 먹는 데로 좋을 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으면 되고, 내 속도에 내 시간에 맞춰 먹을 수 있어서 혼자 밥 먹는 시간이 좋다. 혼자 먹는 밥은 맛이 없다고들 하던데. 나는 혼자 먹을 때가 가장 편하고 맛있게 잘 먹는다.


진정한 요리 똥손인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요똥이라도 같은 요리를 한 10번만 하면 그 요리 엄청 잘하게 되지 않을까. 본가에 살 땐 요리의 요자도 몰랐던 내가 이렇게 매일 직접 요리해서 먹고 있으니 말이다.

혼자서도 밥 잘 먹어요.

반엔 '오오.. 나 사실 요신이었나..?'하며 열심히 음식 사진 찍곤 했다. 이젠 만들자마자 먹기 바쁘다. (다음 화에 계속...)

이전 08화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