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믹스커피를 타고, 주방 위 선반에서 쿠키류 과자 하나를 꺼내와서 식탁에 앉는다. 믹스커피에 과자 하나가 내 아침밥이다. 집에 TV와 소파는 없다. 햇빛이 밝은 날에는 불을 켜지 않고, 날씨가 흐린 날엔 조명등 하나를 켠다. 여기에 블루투스 스피커로 잔잔한 뉴에이지 피아노 연주곡을 틀어주면 '나만의 아늑한 카페'가 완성된다. 비싼 원두커피가 아닌 믹스커피지만 맛있으니 상관없다.
아침에 이렇게 믹스커피와 과자를 먹는 이유가 있다. 이게 아침 변을 보는데 직빵이기 때문이다. 독립 전에는 가끔 변비가 생기기도 했는데. 독립한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1일 1똥'을 못한 적이 없다. 매일 아침마다 쾌변을 보고 있다. 주변에 변비가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는 매일 규칙적으로 생활해서인지 규칙적으로 매일 아침마다 싼다. 언젠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항문외과 전문의였나 아무튼 전문가가 똥은 아침에 싸는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잘 먹고 잘 자도 잘 싸지 못하면 누구나 컨디션이 좋지 못하고 예민해진다. 나는 '잘 자는 것' 다음으로 '잘 싸는 것'을 중요시하는 사람인지라 나에게 있어 이것 또한 독립의 큰 장점이다.
내 하루 일과를 시간 순으로 보여주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오늘 글 주제에서 벗어난 서론이 나와버렸다. 이제 똥 얘기 그만하고 오늘 글 주제인 '영어 공부'에 대해 써야겠다.
•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2화 : 영어 공부
샤워 후 머리 말리고 옷 입고 출근 준비까지 다 마친다. 그럼 출근하기 전까지 대략 30~40분 정도 시간이 있다. 이제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는다. 영어 공부를 할 시간이다.
먼저 영어에 대한 나의 과거를 되짚어보자면, 대학교 때 토익 점수는 900점대였고, 대학원 때 전공 교재들을 다 영어원서로 공부했었고, 영어 학원에서 학생들 가르치는 일을 했던 적도 있었고, 영어 과외(내신 영어, 수능 영어)를 거의 10년 정도 했었고, 영어권 국가에 교환학생이나 유학을 다녀온 경험은 없다. 시험용 영어만 했었으니 스피킹은 별로 못하는데 문법은 꽤 잘하게 되었고, 영어로 말하거나 쓸 일은 거의 없었지만 과외를 오래 하다 보니 어찌어찌 꾸준히 영어를 해오긴 했었다.
하지만 고시 준비 기간과 취업 후에 영어를 쓸 일이 아예 없다 보니 영어와 멀어진지 어언 4~5년. 애초에 그닥 잘한 것도 아니지만 그나마 조금 있던 영어실력까지 점점 희미해져 가는 게 너무 아까웠다. 오랫동안 색칠하고 덧칠해 왔지만 색이 바래고 흐릿해져 가는 건 금방이었다. 그래서 독립하고 나면 반드시 매일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예전처럼 시험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영어 공부가 아니라, 온전히 '외국어'를 꾸준히 익히기 위해 하는 취미로써. 물론, 하고 싶은 말이 영어로 막힘없이 나왔으면 좋겠고, 한국어로 쓰듯이 영어로 글을 쓸 수 있는 수준이 되고 싶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까지 가기 위해 지금 하는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을 잘 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 갔다 오는 것까지는 금방 습관으로 잡혔는데, 영어 공부하는 게 습관 잡히기까진 좀 오래 걸렸다. 공부하려고 넓은 독서실용 책상까지 샀는데 막상 책상 앞에 거의 앉지를 못했다. 운동하고 집에 들어오면 자꾸 뭔가 집안일할게 눈에 밟혔다.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져 있으니 청소기도 돌려야 하고, 가구 위에 쌓인 먼지들도 닦아야 하고, 빨래도 개야 하고 등등.. 집안일하다 소중한 내 오전 시간이 다 간다는 게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냥 딱 시간 되면 하던 집안일 다 멈추고 일단 책상 앞에 앉도록 했다. 이렇게 시간 맞춰 책상 앞에 앉으니 그제야 조금씩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뭔가 배우고 싶을 때 학원보다 독학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물론 학원 다니면서 배우는 게 더 체계적으로 잘 배울 수 있겠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 서면 일단 독학으로 부딪혀본다. (학원 다닐 돈을 아껴야 한다는 이유가 크긴 하다. 흑..) 현재 내가 독학으로 하고 있는 영어 공부 방법은 '원서 읽기'와 'TED 강연 듣기'이다.
원서는 예전에 한번 읽었었던 <Zero to one>과 <Lean in>을 가지고 있었고,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원서 몇 권을 더 샀다. (중고서점에서 싸게 괜찮은 원서들을 살 수 있다.) 일단 지금 사놓은 것들은 <Principle>, <Men explain things to me>, <Outliers>, <The Honest Truth about Dishonesty>이다. 다 한국에도 번역본이 있고 유명한 저자들의 책들이다. 번역본으로 오래전에 읽었던 책들 중에 좋았던 것들을 영어로 다시 읽자는 생각에 골랐다. 요즘 읽는 책은 <Lean in>인데 몇 년 동안 영어와 멀리 지냈음에도 생각보다는 잘 읽힌다. 아마 에세이이기 때문에 크게 어려운 내용이 없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산 책들의 저자명을 TED에서 검색해 보면 그들의 강연이 나온다. Sheryl Shandberg의 <Lean in>을 읽으면서 그녀의 TED 강연 "Why we have too few women leaders"도 계속 듣는다. 책을 읽고 강연을 들으면 책에서 나왔던 비슷한 내용이 또 강연에서 언급되기도 해서 읽는 책 저자들의 TED 강연은 꼭 찾아 들으려 한다. 일단 처음엔 script를 보면서 강연을 듣는다. 모르는 단어는 검색해 본다. 그다음에는 한 문장씩 듣고 따라 읽는다. 잘 되든 안되든 그냥 한 번씩 따라 읽고 넘어간다. 그다음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듣는다. 잘 안 되는 부분만 여러 번 듣고 따라 읽는다. 그러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막 없이 들으면서 잘 들리는지 확인한다. 처음에는 강연 내용을 전체 외우려고 했는데, 내가 그대로 강연을 할 것도 아니고 듣고 싶은 강연도 많아서 여러 번 듣고 읽고 하는 정도로만 하기로 했다.
내 영어 공부 방법이 괜찮은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다만 나의 목적인 '영어와 멀어지지 않기', '취미로 재밌게 하기'에는 그럭저럭 부합하는 듯하다. 일단은 지금처럼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계속하는 게 목표고, 그다음에는 아무래도 영어로 대화할 상대가 필요해질 것 같긴 하다. 요새 영어 공부 관련 앱이나 사이트들이 많으니 나중에 알아봐야겠다. 그리고 더 나중에는 영어 말고 다른 외국어도 공부해 보고 싶다. 스페인어를 오래전부터 배워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아직까지 시작해 본 적도 없다. 영어랑 스페인어 공부를 같이 하고 싶긴 한데, 흠.. 내가 한 명 더 있어야 가능할 듯..
영어는 그냥 꾸준히 하고 싶다. 영어로 막힘없이 말하진 못해도 그럭저럭 소통할 수 있는 정도로,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흐름과 요지는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시험용 영어 하듯 달달 외우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그냥 재밌게 하고 싶다. 일단 외국어를 꾸준히 재밌게 공부하는 습관을 만들어놔야 그 다음에 스페인어든 또 다른 외국어든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작은 서재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 보면 어느새 알람이 울린다. 출근할 시간 알림 용이다. 출근 준비를 미리 다 해놨기 때문에 알람이 울리면 하던 걸 정리하고 그대로 가방을 들고일어나서 집을 나선다. (다음 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