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1화

by 놀쓴


•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1화 : 새벽 아침 달리기


독립 후 나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난다. 본가에 있을 땐 알람이 서너 번 울릴 때쯤에 겨우 일어났고, 일어나자마자 빠르게 씻고 쏜살같이 나가서 같은 시간에 오는 지하철을 타곤 했다. 여기서는 알람을 안 맞추고 자도 아침 햇살이 들어와 저절로 눈이 떠진다. 해 뜰 때 일어나려고 일부러 커튼도 암막 커튼이 아닌 밝은 색상으로 달았다. 아침에 눈이 저절로 떠진 후 시계를 보면 보통 5시 40분 정도인데 좀 뭉그적거리다가 5시 50분~6시쯤에 일어난다. 아침형에 가까운 인간인지라 일찍 일어나는 게 크게 힘들지 않다. 아침형 인간 치고는 조금 늦게 일어나는 편이지만.


아침에 눈이 떠지면 눈을 껌뻑껌뻑 하다가 누운 상태로 기지개를 쭈욱 켜고 몇 번 뒹굴뒹굴 거린다. 그리고 일어나자마자 제일 먼저 베란다 문을 활짝 연다. 그 후 바로 이불 정리를 한다. 본가에서 절대 안 하던 걸 여기선 아주 부지런히 하고 있다. 이불 정리하고, 다시 위로 기지개를 쭈욱~켜고, 물 한잔 마시고,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집을 나선다.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만끽할 시간이다.


사 온 집 가까운 곳에 천(川)이 있어서 이사 오기 전부터 저기서 달리기를 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계획하고 있었다. 원래 항상 운동하던 사람인데 이사 후 정신이 없어서 몇 주 운동을 쉬었더니 온몸이 찌뿌둥하고 뻐근했다. 처음 새벽 6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러 갔을 때 이른 시간임에도 운동 나온 사람들이 꽤 많은 걸 보고 조금 놀랐다. 곳곳에 놓인 운동기구 사이에 모르는 어르신들 틈에 섞여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그리고 왕복으로 6km 정도를 달렸다. 그렇게 한 40분 정도 달리고 난 첫날, 오랜만에 달리기의 희열을 느꼈다. 생각보다 잘 뛰는 내 모습에 뿌듯해했는데, 다음날 아침에 내 멍청함을 깨달았다. 근육통은 다음날 아침에 온다는 걸 또 깜빡했던 것이다. 근육통은 운동으로 풀어야 한다는 관장님의 오랜 가르침으로 인해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그냥 계속 뛰었다. 근육통은 금세 괜찮아졌다. 그렇게 새벽 아침 달리기를 한지 이제 한 달이 좀 넘었다.


새벽 아침에 밖에 나가면 운동하는 사람, 가게 열 준비를 하는 사람, 일하는 사람 등 고요한 줄만 알았던 새벽의 은근한 분주함을 느낄 수 있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나 생리통이 심한 날 빼고는 한 달 넘게 평일엔 매일 나갔더니, 이제 항상 같은 시간에 보는 사람들도 꽤 많이 보인다. 인사를 하는 사이도 아닌데 나처럼 꾸준히 같은 시간에 나와 뛰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속으로 응원하게 되기도 한다. 그렇게 혼자 뛰면서 여러 가지 잡생각을 하며 뭔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초록 초록한 뷰를 보며 멍 때리기도 하면서 혼자 뛰는 시간은 아주 금방 간다.


가끔 약간 늦잠을 자거나 뭔가 나가기 귀찮을 때도 있다. 그럴 땐 머릿속으로 '오늘은 운동 가지 말까..'생각하면서, 몸은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있다(???!!) 머리와 몸이 따로 논다. 나가기는 귀찮지만 막상 나가서 운동하면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새벽 공기의 상쾌함이 오늘 하루 시작을 기분 좋게 해주는 느낌을 준다. 새벽 아침 달리기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내 모닝 루틴이 되었다.


거의 10년 정도 해온 복싱은 지금 잠시 쉬고 있다. 여러 운동을 해봤지만 복싱이 나에게 가장 잘 맞고 재미있는 운동이라 오래 해 왔다. 지금도 빨리 다시 복싱을 하고 싶다. 하지만 현재 월세를 내면서 피아노 학원비를 내고 있는데 여기에 복싱체육관 회비까지 내기는 좀 부담이 된다. 그래서 잠시 쉬고 나중에 다시 하기로 했다. 지금은 날씨가 좋으니 가을까지는 계속 지금처럼 달리기를 하고, 올해 말 초겨울쯤부터 복싱체육관을 다시 다닐 생각이다.


나는 운동을 그냥 좋아서 한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 하는 이유도 있지만 그것은 부차적인 이유다. 운동하면서 내 몸 안에 에너지가 느껴지는 게 좋다. 운동하고 땀 흘리고 난 후 느끼는 개운함이 좋다. 운동하면서 잡생각이 없어지고 머릿속이 평화로워지는 느낌이 좋다. 멋진 몸매를 만들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니라서 운동을 빡세게 해야 한다는 부담이 전혀 없다.


나는 달리기 할 때 음악은 듣지 않는다. 달리기 하러 나갈 때 아예 핸드폰 자체를 들고나가질 않는다. 한 10년 전쯤엔가 만원 정도 주고 샀던 스톱워치 기능이 있는 손목시계 하나만 차고 나간다. 나에게는 가요 같은 음악 대신 더 적절한 아침 운동용 음악이 있다.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 천의 물 흐르는 소리, 사람들이 탁탁탁 걷거나 뛰는 소리, 위이 잉잉 자전거 지나가는 소리, 그리고 나의 숨소리가 한데 어우러 진다. 특히 새소리는 예전엔 몰랐는데 귀 기울여보니 새들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소리들이 있었다. 굳이 음악을 듣지 않아도 충분히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소리들이다.


렇게 자연 날것의 음악을 들으며, 미래를 계획하고 상상해 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멍 때리기도 하다가, 숨을 가다듬으며 그렇게 혼자 달리기를 즐기고 집에 가면 대략 1시간 정도 흘러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뜨끈한 믹스커피 한 잔을 타서 식탁에 앉는다. 베란다를 통해 아침햇살이 가득 들어오기 때문에 아침엔 따로 불을 켜지 않는다. 밝은 형광등 불빛보다 내 방의 햇살 조명이 더 좋다. 이제 달리기 할 때와는 또 다른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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