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6화 :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 준비
이번 취미가 가장 생뚱맞은 것 같다. 발음하기도 좀 어려운 화훼장식기능사는 그냥 플로리스트 기초 자격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플로리스트 민간 자격증이 따로 있지만 화훼장식기능사는 국가자격증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런 자격증이 있다는 것은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지난달에 큐넷에서 필기시험 접수하면서 '기능사'라는 자격증 목록이 거의 수십 개에 달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염색기능사, 도자공예기능사, 조경기능사 등등.. (그냥 뒤에'기능사'만 붙이면 다 되는 듯?) 어렴풋이 알고 있긴 했는데 자격증 시장이 참 크다는 걸 다시 느꼈다. 취업하는데 유리하다고 홍보하면서 저 수많은 자격증을 따도록 부추기는 학원들이나 공단이 밥 벌어먹는 시장이다. 저기 저 자격증들 있어도 먹고사는데 그닥 도움은 안 될 텐데.. 하고 씁쓸하기도 했다.
대부분의 자격증 시험은 돈 주고 사는 듯한 느낌이다. 모든 시험은 돈이 있어야 준비할 수 있으니까. 물론 노력은 기본값이고, 학원비가 1차로 들고 2차로 시험비 (국가자격증이면 응시료가 싼 편이긴 하지만), 또 만약 화훼장식기능사처럼 실기를 봐야 하는 시험이면 재료비가 많이 든다. 어쨌든 나도 자격증 시장에 수많은 고객들 중 한 명으로 오랜만에 참여하게 되었다. 학원비, 재료비, 시험응시료로 벌써 몇십만 원 썼으니 나도 나름 자격증 시장의 충성고객인가.
나는 꽃 선물을 받는 것도 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차피 며칠도 못 가서 다 시들어서 버릴 텐데, 먹지도 못하는 거 어디다 써먹는다고, 뭐 이런 생각이었다. 그러던 내가 꽃꽂이를 배우게 된 계기는 아마도 반려식물들 사러 처음으로 꽃 시장에 구경 갔을 때였던 것 같다. 시끌벅적한 꽃 시장의 활기를 경험하고나니 또 뭔가 모르던 신세계가 펼쳐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맘때쯤 마침 재직자 내일배움카드로 뭘 배워볼까 궁리하던 중이었어서 시기가 딱 맞아떨어졌다.
처음엔 그냥 꽃다발이나 꽃바구니 같은 꽃집에서 파는 상품들을 만드는 것을 배워 보고 싶었으나, '기왕 하는 거 자격증 먼저 따보자'하는 생각에 내일배움카드로 화훼장식기능사 실기 준비반 수업을 듣게 되었다. 현재 재직자 내일배움카드로 학원비의 대략 50% 정도 할인을 받아서 학원에 다니고 있다. 학원은 매주 토요일 종일반이고 기간은 대략 3개월 코스다.
화훼장식기능사 시험은 문제로 어떤 꽃 형태를 주고 정해진 시간 안에 그 모양 그대로 빠르게 꽃을 수 있느냐를 보는 시험이다. (꽃꽂이는 그냥 예쁘게 꽂아놓으면 되는 거 아니었어....?) 내 맘대로 창작해서 예쁜 꽃 상품을 만들어보고 싶었는데, 정해진 틀을 외우고 그대로 재현해야 한다는 게 재미없었다. (이런 시험인 줄도 모르고 시작한 바보) 자격증 준비반 말고 그냥 꽃 상품 제작 수업을 들을 걸 그랬다. 기왕 배우는 거 자격증 하나 있으면 좋겠지 하다가, 겨우 몇 개월 동안 학원 다니면서 연습하면 딸 수 있는 자격증이 무슨 메리트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가, 그냥 자격증 시장에 돈 기부한 셈 치자 하다가, 왔다 갔다 한다.
정해진 위치 외워서 그대로 꽃아야 한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음.. 그리고 아무리 합격률 높은 자격증이라 해도 시험은 시험이다. 시험은 역시나 언제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불합격할까 봐 불안해지고, 시험 가까워져올수록 다른 것 못하고 시험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화훼장식기능사는 필기시험 합격률이 80%에 달하고 어차피 문제은행식이라 2~3일 동안 기출문제만 외우면 된다. 그럼에도 오랜만에 '시험'이라는 걸 보는 터라 약간 긴장이 들었다. 어쨌든 필기는 합격했고, 다음 달에 실기 시험을 본다. 실기는 합격률이 50% 내외라 좀 걱정이 된다. 이걸 따서 창업을 한다던가 취업을 한다던가 하는 생각은 전혀 없음에도 혹시 떨어질까 봐 걱정하는 내 모습이 좀 웃긴 거 같기도 하다.
자격증 준비 자체는 재미없지만, 그래도 나름 여러 가지 꽃 종류를 많이 보면서 여러 종류의 꽃 이름들, 특성들도 알게 되었다. 또 꽃을 다루는 법, 보관하는 법 등 도 알게 되어 나름의 성과는 있다. 예전에는 꽃은 그냥 물만 꽂아놓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꽃에 물을 매일 갈아주고 줄기 사선 치기만 해주면 일주일 넘게 꽤 싱싱한 상태로 갈 수 있다는 것도 알았고, 절화보존제 라는 게 있다는 것도 첨 알았다. 시험 볼 생각하면 스트레스지만, 꽃 다루는 것 자체는 재밌긴 하고, 예쁜 꽃들을 보는게 기분 좋아지기도 한다.
사실 백수 취준생 시절 실업자 내일배움카드로 전액 무료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편집디자인 과정으로 일러스트, 인디자인, 포토샵을 배웠었다. 몇 년이 흐른 지금은 당연히 1도 할 줄 모른다. 그럼에도 다음에 다시 저걸 쓸 일이 생기면 그래도 한번 해봤으니 좀 수월하게 할 수 있겠지 하고 스스로 위로해 본다. 꽃은 이 꼴 나지 않게 잘 써먹어볼 방법을 고민 중이다.
중소기업 재직자라면 재직자 내일배움카드로 꽤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지금 하고 있는게 끝나면 또 배워보고 싶은것들도 추려놨다. 실내건축디자인, 이모티콘 제작, 영상편집, 바리스타, 카페 디저트 만들기, 일단 이 정도..? 지금도 이것저것 많이 하고 있음에도 나는 맨날 뭘 배우면서 놀까 궁리한다.
독립 후에 더 알차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너무 욕심이 과한가 싶기도 하다. 지인들은 너무 많은 거 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나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너무너무 많다. 취미들은 앞으로 계속할 수도 있고, 또 완전히 새로운 것을 할 수도 있고, 비슷한 다른 분야로 바뀔 수도 있다. 반대로 아무런 취미생활을 하지 않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어떤 취미를 얼마나 어떻게 하느냐는 중요치 않다. 중요한 것은 계속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자 하는 의지와 실행력이다.
- 독립 후 새로 생긴 취미들 1~6화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