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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놀쓴 Nov 13. 2019

부러움의 대상을 찾았다.

  지인들에게 노무사 합격하고 일 시작 전에 여행을 다녀온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들 축하와 함께 나에게 연신 ‘부럽다’고 했다. 누군가 날 부러워하면 속으로 우쭐할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뭘 저렇게까지 부러워하는지 의아했다. 정작 당사자인 나는 합격 후 불안함이 더 컸기 때문이다. 늦은 나이에 한 번도 해보지 않은 회사생활도, 해보지 않은 새로운 일에도 겁이 난다. 지금은 애써 그런 불안함을 누르고 현재를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부러워할 필요가 없는 것들을 부러워했던 날들     


  취준생 때는 당연히 ‘대기업, 공기업 직장인’ 타이틀을 가진 친구들이 너무 부러웠다. 정장을 입고 신입사원 연수에서 활짝 웃으며 단체로 찍은 사진을 카톡 프사에 걸어놓은 친구들이. 비싼 목걸이처럼 예쁘게 빛나 보였던 대기업 사원증을 목에 걸고 다니는 친구들이. 그 친구들의 힘든 회사생활에 대한 한탄마저도 부러웠다. 한 때는 나와 같은 취준생이었던 그들이 합격과 불합격으로 갈라져 딴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되어버렸으니까. 내가 너무나 가지고 싶어 했지만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을 갖게 된 사람들이 내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 외에 최근까지도 내가 가장 부러워했던 건 ‘세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었다. ‘세계여행’은 내 오랜 버킷리스트였다. 내가 대학생 때 한창 1년 넘게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온 사람들이 쓴 책이 많이 쏟아져 나올 때였다.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을 한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며 정말 미칠 듯이 부러웠다. 최소 몇 천만 원 이상의 거금이 드는 세계여행은 항상 돈에 허덕대는 나에겐 꿈도 못 꿀 일이었기 때문이다. 계속 쏟아져 나오는 세계여행 책들을 읽으며 부러움은 점점 커졌고, 커지는 부러움 만큼 나는 점점 더 초라해졌다.     


이제 더 이상 세계여행을 가고 싶지 않아 졌다.  


  올해 9월에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들었던 생각이다. 나는 더 이상 세계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부럽지 않다. 여행을 좋아하긴 하지만, 나에게 여행이란 잠깐 동안 일상에서 벗어난 시간을 갖고 돌아오는 정도면 충분한 것 같다. 아무리 많은 곳을 아무리 오랫동안 여행해도 결국은 일상으로 돌아와야 하니까. 평생의 버킷리스트로만 남아 있을 것 같았던 ‘세계여행’이 이젠 더 이상 부럽지 않게 되었다.

    

  인도 여행을 다녀온 후 오랜만에 친구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치맥을 했다.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보이는 대기업 건물들,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불이 켜져 있는 사무실들. 오랫동안 그곳에 얼마나 들어가고 싶어 했었는데, 이젠 정말 진심으로 그들이 부럽지 않았다.

  

  내가 그동안 부러워했던 것들은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이었다. 세계여행이든 연봉 높은 대기업이든 겉으로는 참 멋있고 화려해 보이기 때문이다. 친구들이 지금의 나를 보며 부럽다 하는 것도 겉으로 화려해 보여서일 것이다. 어떤 친구는 ‘이제 성공했네!’라고 까지 했다. 화려한 타이틀을 가지면 그게 성공한 인생일까. 인생이 성공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나. 연봉 높은 사람이 받는 돈도, 화려한 연예인들이 받는 인기도,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직업이라는 것도 영원히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에도.


행복해질 수 있는 간단한 방법   


  얼마 전 <비긴 어게인 3>라는TV프로를 집에서 혼자 보다가 눈물이 왈칵 쏟아져 버렸다. TV를 잘 보지 않아서 여러 시리즈는 잘 모르겠고 내가 본 건 헨리, 박정현, 악동뮤지션 수현, 김필 등의 뮤지션들이 이탈리아에서 버스킹 하는 장면이었다. 물론 모두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니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만, 그들의 음악에 감동받아서 눈물이 난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꾹꾹 눌러 놓은 내 눈물을 터뜨린 건 그들이 모두 너무 행복해 보여서였다 나도 그들처럼 행복해지고 싶다는 부러움의 눈물이었다.     


  그동안 나는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지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면 저절로 행복해지는 건 줄만 알았다. 항상 현재를 다 포기하고 화려한 미래를 목표로 열심히 뛰어가야만 하는 건 줄만 알았다. 그렇게 힘든 시간을 오래 견뎌내야만 행복이란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행복해지는 건 사실 간단한 거였다. ‘좋아하는 일을 그걸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그걸 같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뮤지션들에게서 행복해지는 법을 보았다. 그동안 나는 엉뚱한 것들만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을 부러워했던 예전의 나는, 스스로를 더 초라해지게 만들었었다. 마음이 행복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지금의 나는, 이제 나도 그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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