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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취미가 아닌 숙명

by aliceheeyoung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글쓰기란, 취미라기보다 숙명에 가까운 것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국문학을 전공했다는 동네 아주머니께 글쓰기를 처음 배웠다. 당시 학구열에 불탔던 엄마의 극성과 정보력 덕분으로 또래들보다는 일찍 글짓기를 접했다.

처음부터 글쓰기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아니다. 지금에 와서야 고백하면, 대회에서 상을 타고난 후의 칭찬과 부러움이 좋았던 것 같다. 글 쓰는 것이 귀찮긴 해도 어린이날이다 한글날이다 하여 백일장이 열릴 때면 볕이 잘 드는 잔디밭에 돗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까먹으며 엄마와 또 또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며 원고지에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던 시간들이 소풍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이후 고등학생 때는 입시를 위한 논술로 글을 쓰는 것에 진저리를 느꼈었지만 새터에서 만난 과 선배에 이끌려 운명처럼 글을 쓰게 되었다. 학보사 기자, 의과대학 신문 동아리 편집장, 간호사협회 학생 기자, 여성가족부 칼럼, 한의사 신문 인턴기자, 중앙일보 기고, 대학원 편집부 기자에 이르기까지 글쓰기라는 불가분의, 애증의 취미는 계속되었다. 그러고 보면 초등학교 입학 이후로 한시도 글쓰기와 떨어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정신없이 일하며 조금은 멀어졌던 나의 취미는 스멀스멀 되살아났고 다시금 글을 써야겠다는 의지는 구체적인 실천계획으로 이어졌다.

소소한 일상을 살아내는 이 시대의 한 사람으로서 이제는 담담한 목소리로 마음을 나누고자 글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도전한 것이 브런치 작가였다.

다양하게 글을 써본 경험이 많았지만, 블로그를 뒤져보니 몇 번이고 떨어졌다는 사례들도 더러 보여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어려워 보일수록 더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 마련인지라, 소개글과 목차에도 진심과 간절함을 담았다.

어플과 메일의 알람 확인하기를 여러 번, 드디어 브런치에 나의 글을 게시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허락되었다. 지금의 설렘과 감사함을 간직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잃지 않는 작가가 되어보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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