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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나 Jul 03. 2022

직장 내 따돌림이 우스워지는 마인드 세팅 02

이 회사를 평생 다닐 것도 아니잖아


'왜 이 회사를 다닐까?'



이 질문을 시작으로 직장 내 따돌림이 점점 시답지 않게 느껴졌다.


물론 처음에는 퇴사를 고려했다. 큰 회사라면 부서 이동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겠지만, 중소기업에 다니는 나는 선택지가 없었다. 각자 다른 직무를 맡는 1인 1팀으로 움직이며, 나를 포함한 다섯 명 정도가 회사 인원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무슨 사건이 있었으면 해결하려 했을 텐데, 그런 것도 없이 나를 냉대했기 때문에 더 답답했다.



하지만 퇴사는 최후의 보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힘든데 왜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는지 혼란스러워 퇴근 후에 일기 쓰듯 솔직하게 나의 생각과 느낌을 적었다.



대학생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이 일을 ‘이 사람들과의 관계’ 때문에 그만두는 것이 억울하다.


아직 상환해야 할 학자금이 많이 남았다.


업무가 재밌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며, 유일한 상사인 대표가 나를 믿어줘서 일반적인 주니어보다 훨씬 더 많은 권한과 기회가 있다.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아 이직 시 불리할 것이다.

 


이렇게 쓰고 나니 퇴사하기 싫은 이유가 정리됐다. ‘능력 있는 마케터로 이직’, ‘빚 청산’ 이 키워드들이 미래에 실행되기 위해서는 지금 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것이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시 ‘왜 이 회사를 다닐까?’라는 질문으로 돌아오면, 매일 아침 힘들게 출근하는 이유가 '직장 동료와의 친목'은 아닐 것이다.


그나마 연봉 또는 산업과 직무에 대한 관심이 이유일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연봉은 내 인생에서 무엇을 위해선지, 이 산업에서 이 직무로 일하는 이유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결국은 원하는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원하는 미래’를 위해 지금은 이 회사를 다니는 것이다. ‘조기 은퇴’처럼 거창한 플랜이 아니라 당장 ‘학자금 갚기’ 역시 원하는 미래가 될 수 있다. 결국 대출 상환으로 빚 걱정을 청산하는 것이 원하는 결과이자 미래이기 때문이다.



무엇이 됐든 원하는 미래가 있으니
어떻게 해야 할까?



위에서도 언급했듯 당시 내가 원하는 미래 키워드는 ‘능력 있는 마케터로 이직’, ‘빚 청산’이었다.


그래서 가해자의 무례한 말에 갑자기 배가 아플 만큼 스트레스받을 때, 내가 왜 이런 사람한테 이런 취급을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 들 때 바로 장학 재단 어플을 켜서 50만 원, 100만 원 정도를 상환했다.


주변에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옷을 사거나 술을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해서 스트레스가 풀리면 다행이지만, 나한텐 소용없었다. 새 옷을 사도 어차피 이 회사에 입고 다닌다면 의미 없다고 생각했 때문이다.


그래서 ‘묻지마 학자금 상환’ 얘기를 듣고 대단하다는 지인들에게 어차피 새 옷을 사도 내 미래는 별 다른 게 없다면 더 절망적이라 차라리 상환하는 것이 낫다 말했다.


어쨌든 상환하는 순간에 ‘이 회사가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는 곳’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남은 빚을 빨리 갚기 위해 더 나은 곳으로 이직한다는 목표와 원하는 미래가 그려졌다.




원하는 미래가 있으니 목표가 생겼다. 목표가 생기니 건강한 ‘조급함’이 생겼다. 그래서 가해자들의 따돌림이 예전만큼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은근히 따돌리던 말던 나는 열심히 일하고 역량 키워서 성공 이직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중요한 목표가 있으니 그들이 개구리로 보였다. 맨날 우물 안에서 퇴사하고 싶다고 시끄럽게 울어대지만 점프조차 하지 않는 게으른 개구리들.



사내 왕따가 되기 전, 처음에는 가해자들과 자연스럽게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서는 회사 욕, 대표 욕이 대부분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역시 직장인들 다 비슷하다 생각하며 공감했다.



문제는 그런 술자리가 너무 빈번했다.


3일 이상은 그런 술자리를 가졌다. 단톡방에서는 퇴근 시간만 되면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요?'라는 톡을 시작으로 비효율적인 야근을 하거나 술을 먹으러 가는 경우가 흔했다.


심지어 팀장은 대표가 없을 땐 코까지 골며 잤지만, 대표가 있을 때는 보여 주기식으로 퇴근 시간 이후 최소 30분 이상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런 그를 위해 다른 팀원들도 의미 없이 자리를 지키고, 팀장이 정리하는 기색을 보이면 그제야 다들 슬슬 일어나서 회식하러 갔다.



처음에는 나도 억지로 야근하고, 함께 저녁을 먹으러 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시간과 돈, 에너지가 아까웠다.



퇴근 후 회사와 대표 욕만 잔뜩 하는 술자리가
내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니다'였다. 결국 나중에는 핑계를 대며 점점 술자리를 빠지고, 정시 퇴근하는 날이 잦아졌다.



그래서인지 어느 날부터 단톡방은 눈에 띄게 조용해졌다. 그런데 가끔 디자이너가 피식 댈 때 다른 직원들을 보면, 다들 카톡 창이 켜진 모니터에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참고 있었다.


물론 내 PC 카톡에는 아무것도 뜨지 않았다. 내가 없는 단톡방이 있음을 느꼈고, 나중에는 그 단톡방에서 나를 조롱하는 이야기가 실시간으로 오고 가는 것도 봤다.




술자리에 끼지 않고, 내 업무만 끝내면 정시 퇴근한 것이 직장 내 따돌림의 발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비정상적인 사람들의 술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없는 사람이 안주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목표가 생긴 이상, 나는 여기서 챙길 거 다 챙기고 나가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한동안 괜찮았다.


가해자들로 인해 내 업무와 상여금에 까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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