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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 [소설] A to F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by ToB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A)~(F)를 읽고 올바른 순서로 나열하시오.


(A)

당신은 크리스마스를 '시간의 접힌 부분'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아직도 그날 식탁의 냅킨을 버리지 못했습니다. 얼룩진 커피 자국 옆에 당신이 펜으로 그렸던 복잡한 도표, 1년에 단 하루 과거와 미래가 서로의 숨결을 느낄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얇아지는 찰나가 있다는 그 설명. 나는 그때 그 말을 그저 한 성인의 탄생에 대한 낭만적인 비유라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그 냅킨의 그림들을, 그 물리학적 농담을 이해합니다. 당신은 그 '틈새'로 사라져 버렸고, 나는 그 틈의 이쪽 편에 남아 순간, 혹은 영원처럼 느껴지는 시간 동안 그 틈의 가장자리를 손톱으로 긁고 있습니다. 마치 그곳에서, 그날 우리가 함께 듣던 캐롤이 희미하게 새어 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B)

"만약에 말이야,"


당신이 물었죠. 벽난로의 불빛이 당신의 눈동자에서 일렁이던 그 밤에.


"숨이 멎을 만큼 완벽하게 행복한 순간의 대가로, 그 시간 속에 영원히 갇혀버린다면, 그건 축복일까 저주일까?"


나는 더 이상 그 목소리가 그날 밤 당신의 가벼운 농담이었는지, 아니면 지금 이 순간 가슴속에 절실히 울리는 절규인지 구분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당신은 답을 알고 있었기에 그런 질문을 던진 건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그 풀 수 없는 질문 자체가 당신이 남긴 유일한 흔적일지도 모릅니다. 이 끝없는 현재라는 자국 말입니다.


(C)

불 꺼진 방 천장에, 우리가 첫 번째 크리스마스에 함께 붙였던 야광별들이 여전히 아주 희미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의자 위에 위태롭게 서서 웃던 당신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선명합니다.


"이 별들과 함께 우리가 함께하는 이 순간이, 영원히 박제되는 거야."


당신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때 박제되었다던 그 '순간'의 행복이, 지금 내가 갇혀버린 이 '순간'의 고통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나는 알지 못합니다. 어쩌면 나는 그 푸른빛 은하수 아래, 당신의 온기가 아직 남아있는 그 차가운 바닥에 여전히 엎드려, 그 별빛이 완전히 꺼지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D)

당신이 그날 아침, 크리스마스 이브의 아침에 준 낡은 황동 나침반은 지금도 내 책상 위에 올려져 있습니다. 신기하게도 바늘은 북쪽이 아닌 당신이 마지막으로 서 있던 현관문만을 가리킵니다. 나는 자문합니다. 그날 아침 당신이 내게 이걸 건넬 때부터, 바늘은 이미 당신이 떠나갈 그곳을 향하고 있었던 걸까요? 내가 떠준 붉은 털장갑 한 켤레는 서랍 깊숙한 곳에 있습니다. 그 온기를 기억하는 손이, 이제는 차가워진 이 장갑을 다시 낄까 봐, 그 차가운 진실을 마주할까 봐 두렵습니다.


(E)

첫눈이었습니다. 모두가 환호성을 지르던 그 순간.


"금방 올게. 눈에 와인 잔 부딪히고 올게."


당신은 웃으며 와인 잔을 들고 현관을 나섰습니다. 그 '금방 올게'라는 문장이 아직도 공중에서 메아리칩니다. '금방'은 1초 뒤였을까, 아니면 다음 생이었을까, 혹은 영원히 오지 않는다는 뜻이었을까. 나는 당신이 서 있던, 발자국 하나 남지 않은 그 새하얀 눈밭을 매일 봅니다. 내 기억 속에서 그 눈은 결코 녹지 않습니다. 당신이 떨어뜨린 와인 잔은 여전히 구르고 있고, 그 붉은 와인은 마르지 않고 하얀 눈을 끝없이 끝없이 적시고 있습니다.


(F)

나는 붉은 유리 새 오너먼트를 가만히 손에 쥡니다. 1년 전 그날 트리에 달려고 했던 바로 그 순간의 서늘한 차가움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경찰은 '단순 실종'으로 서류를 마무리했고, 이웃들은 '무책임한 잠적'이라며 나를 동정했습니다. 나는 그들과 다른 시간에서 살고 있습니다. 나의 시간은 이 깨지기 쉬운 유리 새처럼, 당신이 사라진 그 12시 정각에 멈췄습니다. 그날의 캐롤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여전히 내 귓가에서 울리고 있습니다. 이 오너먼트 상자를 여는 것이 1년 만인지, 아니면 어제도, 그제도 반복했던 나의 유일한 위로인지조차 불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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