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공작 거미의 춤 3

공작 거미의 춤

by ToB

그날 밤, 내 고백이 끝났을 때, 엘리자의 얼굴에는 감동이나 이해의 표정은 떠오르지 않았다. 오히려 잘 관리된 정원에서 처음 보는 변종 바이러스를 발견한 식물학자의 얼굴과 같은, 차갑고 분석적인 표정이었다. 그녀는 내게서 한 걸음 물러섰다. 내 피부의 붉은 조명이 그녀의 얼굴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리안."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강철 같은 냉정함이 배어 있었다. 그녀는 내게 다가와 동정하듯 내 어깨에 손을 얹었다.


"논리적으로 생각해봐, 리안. 단일 유전자 풀이 종의 퇴화를 부르는 것처럼, 단일 감정원에 의존하는 건 개인의 퇴화를 불러. 네가 말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그건 '결함'이고 '취약점'이지. 너는 지금 강하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하는 게 아니라, 너의 불안정함을 기댈 대상을 갈구하고 있을 뿐이야."


그녀는 내 감정을 '단일 파트너 집착 장애(Single-Partner Fixation Disorder)'라는 의학 용어로 명명했다. 그것은 남성에게서 드물게 발현되는 정신적 퇴행 현상으로, 사회적 경쟁에서의 도태 불안이 원인이라고 했다. 비정상적인 소유욕과 감정적 의존성을 보이며, 결국 자신과 주변인 모두를 고립시키는 위험한 질병. 치료가 필요한 병이라고.


"나는 널 아끼지만,"


그녀는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병든 개체를 선택해 내 유전자 풀을 오염시킬 만큼 어리석지는 않아."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진단이었다.


내 세상은 무너져 내렸다. 나는 더 이상 엘리자의 특별한 연인이 아니었다. 나는 공식적인 '환자'가 되었다. 소문은 전염병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중앙 데이터 아카이브에서 나는 해고당했다. '정서적 불안정성이 고대 기록의 객관적 보존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공식적인 사유였다. 나의 유일한 안식처이자 자부심이었던 공간에서 나는 쫓겨났다.


오랜 동료였던 카엘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동정이 아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대체 왜 그랬어, 리안? 엘리자 같은 분의 선택을 받았잖아! 그 영광을 즐기면 되는 거였어. 왜 감히 그녀를 독차지하려 한 거야? 그건 월계관을 받고도 왕이 되려 한 것과 같아. 넌 미친 거야."


그의 말은 위로가 아닌, 시스템 속 작은 개인의 목소리였다. 그는 나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을 교란한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사회 보장 시스템은 내게 '감정 재조정 클리닉'에 출석하라는 차가운 전자 통보를 보냈다. 도시 곳곳의 홀로그램 광고판에서는 클리닉을 '새로운 시작'이라 홍보했다. 건강한 미소를 띤 남성들이 "클리닉 덕분에 진정한 저의 가치를 찾았어요!"라고 외치는 영상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과거의 총기가 사라지고, 잘 조련된 동물 같은 공허한 순종만이 남아있다는 것을.


클리닉으로 이송되기 전날 밤,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방에 앉아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엘리자가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방문이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이끌고 저택의 비밀 통로로 향했다. 우리는 도시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차가운 강철과 파이프로 이루어진 배관 통로를 통해 아래로, 더 아래로 내려갔다. 상층부의 통제된 불빛이 사라지고, 축축하고 어두운 미지의 공간, 도시의 내장이 우리를 맞았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도시의 전력과 물자를 공급하지만 누구도 살지 않는 '회색 지대(The Grey Zone)'였다. 모든 것이 버려지고 잊힌 곳. 엘리자는 작은 비상용 플라즈마 토치를 켜 주변을 밝혔다. 그녀는 당황하거나 힘들어하는 기색 없이, 익숙하게 은신처로 쓸 만한 공간을 찾아내고 비상식량을 풀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이 모든 것을 계획한 사람처럼.


"엘리자, 당신..."


나는 희망에 차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모든 것을 버리고 나를 선택했다고 믿었다.


"쉿."


그녀는 내 입술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그녀의 눈은 어둠 속에서도 기묘하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모든 걸 버렸어, 리안. 내 지위, 내 명성, 내가 쌓아온 모든 관계들. 아르카디아와 내 세상 전부를 너 하나와 맞바꾼 거야."


그녀의 말은 감동적이었지만, 어딘가 섬뜩했다. 그것은 동등한 파트너의 선언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을 치른 소유주의 선언처럼 들렸다. 그녀는 내 뺨을 감쌌다. 그 손길은 연인의 부드러운 애무라기보다는, 세상에서 가장 희귀한 나비를 수집한 학자가 조심스럽게 표본을 다루는 손길에 가까웠다. 그녀의 엄지가 내 광대뼈를 천천히 쓸었다. 마치 가치를 확인하려는 듯이.


"이제 넌 온전히 내 것이야, 리안."


그녀가 속삭였다.


"다른 누구도 널 볼 수 없고, 누구도 널 욕망할 수 없어. 헬리오스도, 카시미르도 네 옆에 설 수 없지. 넌 더 이상 다른 수컷들과 경쟁할 필요도, 다른 암컷에게 선택받으려 애쓸 필요도 없어. 완벽하지 않아?"


그 순간, 나는 얼어붙었다. 나는 광장의 수많은 공작새들 사이에서 벗어나길 원했다. 오직 한 사람에게만 선택받고 싶었다. 그리고 내 소원은 이루어졌다.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완벽하고, 잔인한 방식으로.


그녀의 눈동자에서 내가 본 것은 사랑이라 부를 수 없었다. 그것은 누구도 갖지 못한 것을 손에 넣은 자의 지독한 만족감, 지극한 '소유욕'이었다. 그녀는 사회의 법칙을 거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법칙의 정점에 오른 것이다. 주어지는 수많은 남자를 거느리는 대신, 누구도 길들이지 못한 단 하나의 '결함 있는' 남자를 완벽하게 소유함으로써 자신의 절대적인 특별함을 증명한 것이다.


나는 경쟁에서 이기지 못했다. 경쟁의 판 자체에서 끌려 나와, 그저 단 하나의 주인을 위한 전리품이 된 것이었다.


차가운 금속 벽에 기대어, 나는 그녀의 품에 안겼다. 이제 아무도 나를 비난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와도 나를 비교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안전했다. 나는 그녀의 유일한 사람이 되었다. 나는 내가 원하던 모든 것을 얻었다.


나는 광활한 동물원을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작은 새장 속에 갇혔다. 그리고 깨달았다. 새장 문을 열어준 것은, 바로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영원히, 단 한 사람만을 위한 춤을 추게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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