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공작 거미의 춤 2

공작 거미의 춤

by ToB

엘리자의 저택은 도시의 상층부에 떠 있는 거대한 인공 섬, '아르카디아'였다. 이름처럼 지상의 낙원이었지만, 나는 그곳이 정교하게 설계된 거대한 유리 새장임을 매일같이 실감했다. 저택 내부는 살아있는 식물과 홀로그램 예술, 고대 유물들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는 잊혀진 과거의 보물이나, 멸종 위기의 한해살이 풀까지. 모든 것이 엘리자라는 한 개인의 지적 탐구심과 미적 취향을 전시하기 위해 존재했다. 그리고 나 역시 그 전시품 중 하나였다.


그곳에서 나는 그녀의 다른 남자들을 마주해야 했다. 그들은 단순한 연적이라기보다는, 엘리자라는 태양을 공전하는 각기 다른 행성들 같았다. 조각가인 '헬리오스'는 고대 그리스 조각상처럼 완벽한 육체를 가졌고, 그의 몸 자체가 살아있는 예술품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과시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고, 엘리자는 그의 원초적인 생명력을 마치 흥미로운 연구 대상처럼 관찰하곤 했다. 양자 물리학자인 '카시미르'는 오만했지만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천재였다. 그는 엘리자와 복잡한 수식으로 대화를 나누었고, 그들만의 언어로 지적 유희를 즐겼다. 나는 그들 사이에서 이방인이었다.


그들은 서로를 경쟁자로 여기면서도, 동시에 선택받은 자들만의 기묘한 연대감을 공유했다. 저녁 만찬 시간이면, 우리는 거대한 테이블에 둘러앉아 엘리자를 중심으로 대화를 나눴다. 화제는 예술, 과학, 철학을 넘나들었지만 모든 대화의 본질은 하나였다. 바로 자기 자신을 엘리자에게 가장 매력적인 수컷으로 어필하는 것. 헬리오스는 자신의 새로운 작품에 담긴 관능미를 설명했고, 카시미르는 다중우주 이론의 최신 가설을 펼쳐놓으며 자신의 지성을 뽐냈다. 나는 내가 가진 고대 문명에 대한 지식으로 대화에 참여했지만, 그럴 때마다 내가 거대한 구애의 춤판에 선 수많은 수컷 중 하나일 뿐임을 자각해야 했다.


더 견디기 힘든 것은 그들끼리의 대화였다.


"어젯밤 엘리자께서는 내게 양자 얽힘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씀하셨지."


카시미르가 와인잔을 흔들며 은근히 과시하면, 헬리오스는 "오늘 아침에는 내 몸의 근육을 빛과 그림자로 빚어낸 최고의 조각품이라 칭찬해주셨소."라고 받아쳤다. 그들은 엘리자와의 시간을 마치 사냥꾼이 전리품을 자랑하듯 이야기했다. 그들에게 엘리자와의 관계는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훈장이었다. 그 누구도 진정한 의미의 '관계'를 원하지 않았다. 오직 '선택받았다는 사실'만이 중요했다.


나는 그들과 웃으며 대화했지만, 속에서는 질투라는 이름의 검은 벌레가 내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이 감정은 우리 사회에서 남성에게 가장 금기시되는 것이었다. '옹졸함', '소유욕', '자격지심'. 이런 감정을 드러내는 남성은 유전적으로 열등하고 매력 없는 존재로 낙인찍혔다. 나는 내 감정을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연기해야 했다. 내 의상의 색이 검붉게 변하려 할 때마다 심호흡으로 감정을 억눌렀고, 피부의 조명이 불안하게 흔들릴 때면 애써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척했다. 이 낙원에서의 삶은 하루하루가 아슬아슬한 외줄타기였다.


나를 가장 비참하게 만든 것은, 엘리자와 단둘이 있을 때 느끼는 지적 교감이었다. 그녀의 서재에서 고대 문학을 함께 읽고 토론할 때면, 나는 잠시나마 그녀의 수집품이 아닌 유일한 대화 상대가 된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녀는 내 해석에 감탄했고, 내 지식에 존중을 표했다. 그 순간만큼은 헬리오스의 육체도, 카시미르의 지성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 깊은 교감의 순간이 끝나고 서재를 나서는 순간, 복도에서 헬리오스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그 모든 것은 산산조각 났다. 그녀가 방금 나와 나눈 지적 희열을, 잠시 후에는 헬리오스의 육체에서 다른 종류의 희열로 채우리라는 사실이 나를 미치게 했다. 이 지적 친밀감은 고통을 덜어주기는커녕, 오히려 질투의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었다.


어느 날 밤, 나는 서재에서 나오다가 테라스에서 엘리자와 카시미르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밤하늘의 성운을 보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복잡한 물리 법칙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러다 엘리자는 웃으며 카시미르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마치 총명한 애완동물을 칭찬하듯.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녀에게 우리는 모두 다른 종류의 즐거움을 주는 '애완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지적인 개, 아름다운 고양이, 그리고 나는 희귀한 새.


그날 밤, 나는 결심했다. 이 연기를 끝내야겠다고. 나는 그녀의 침실로 향했다. 별빛처럼 반짝이는 도시를 배경으로 그녀가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보고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리안, 당신은 특별해. 당신과의 대화는 언제나 나를 새로운 곳으로 데려가."


그 말은 이제 비수처럼 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내 피부의 조명이 불안하게 흔들리다 마침내 붉게 타오르는 것을 더는 억누르지 않았다. 이것은 고백이자, 도박이었다. 내 모든 것을 거는.


"엘리자… 나는, 당신의 '특별한 하나'가 되고 싶어요."


그녀의 미간이 미세하게 좁혀졌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은 이미 나에게 충분히 특별한데."


"아니요. 그런 뜻이 아니에요."


나는 심호흡을 했다.


"나… 당신의 유일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헬리오스도, 카시미르도, 앞으로 나타날 그 누구도 아닌, 오직 나만이 당신 곁에 머무는 세상. 당신이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나 또한 당신만을 위해 존재하는… 그런 관계를 원해요."


(3부에서 계속)

이전 07화SF 단편 - 공작 거미의 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