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단편 - 공작 거미의 춤 1

공작 거미의 춤

by ToB

도시의 밤은 보랏빛 네온과 살아있는 건축물 표피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바이오-루미넌스(Bio-Luminescence)로 채색되어 있었다. 유전공학의 정수로 세워진 공중 정원에서는 멸종했던 종의 희귀한 꽃들이 그들의 페로몬을 밤공기 속에 경쟁적으로 흘려보냈고, 그 아래 중앙 광장에서는 '선택의 밤'이라 불리는 축제가 한창이었다. 이곳은 남성들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거대하고 화려한 무대였다.


내 옆에 선 동료, 카엘이 흥분으로 상기된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기 봐, 리안. '브룬스비크 가문'의 여성들이야. 저들의 시선 한번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아?"


그의 말대로, 광장 상층부 테라스에 앉은 여성들은 마치 여신처럼 아래를 굽어보고 있었다. 그들의 의복은 단순한 천이 아니라, 착용자의 기분에 따라 미세한 빛의 파장을 일으키는 액정 섬유였고, 그들의 주변으로는 개인용 드론들이 날아다니며 최적의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주고 있었다. 그들의 무심한 시선 하나하나가 아래에 있는 수백 명 남성들의 운명을 결정했다.


남성들은 저마다 최고의 디자이너가 제작한 의상을 입고, 피부 아래 이식된 미세한 조명이 심장 박동에 맞춰 부드럽게 빛을 발하며 자신의 건강함과 유전적 우수성을 과시했다. 어떤 이는 중력을 거스르는 춤으로 자신의 신체적 통제력을 뽐냈고, 어떤 이는 즉석에서 복잡한 알고리즘 시를 읊으며 지성을 드러냈다. 모두가 공작새였고, 극락조였으며, 목숨을 걸고 암컷에게 구애하는 정교한 춤을 추는 공작거미였다. 선택받기를 갈망하는 존재들.


나, 리안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내 머리카락은 미세한 음파에 반응해 은빛으로 반짝이도록 시술받았고, 내 의상은 주변의 감정선에 따라 색이 미묘하게 변하는 살아있는 섬유로 만들어졌다. 이 모든 것은 나라는 상품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포장이었다. 카엘은 내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긴장 풀어, 리안. 자네의 지적 매력은 다른 남자들과는 다른 무기잖아. 오늘 밤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거야."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가 말하는 '지적 매력'조차도 결국은 유전자에 각인된 정보의 우수성을 증명하는 하나의 방식일 뿐이었다.


우리 사회는 아주 오래전,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던 고대의 혼란기를 거치며 새로운 안정성에 도달했다. 결론은 명확했다. 인류의 존속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적인 출산과 양육'이라는 것. 그 절대적인 명제 아래, 사회의 모든 구조는 생명의 계승자이자 선택자인 여성을 중심으로 재편되었다. 여성은 더 강한 면역력, 더 긴 수명, 그리고 자손에게 물려줄 유전자를 선택하는 본능적인 지혜를 갖도록 진화했다. 반면 남성은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리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고, 여성에게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다. 나는 이런 세상이 경멸스러웠다. 이 화려한 축제는 거대한 유전자 시장에 불과했다.


"바람기",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단어들은 성공한 여성들을 칭송하는 찬사였다. 여러 남성과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유전자를 확보하고, 그중 최고를 선택해 다음 세대를 잉태하는 것은 현명하고 능력 있는 여성의 상징이었다. 남성의 '정절'은 미덕으로 여겨졌다. 한 여성에게 깊은 신뢰를 얻어 장기적인 파트너, 즉 '둥지 수호자'가 되는 것은 모든 남성들의 꿈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에게만 허락된 영광이었고, 대부분의 남성들은 그저 하룻밤, 혹은 한 계절의 선택을 받는 '씨앗 제공자'로 생을 마감했다.


그때였다. 광장의 소음이 순간적으로 잦아들었다.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엘리자'. 이 도시의 가장 강력하고 매력적인 여성 중 한 명인 그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테라스에 앉아있지 않았다. 수많은 남성들 사이를, 마치 숲속을 거니는 여왕처럼 우아하게 걸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존재감만으로도 주변의 공기가 무거워지는 듯했다.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것을 넘어, 압도적인 지성과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카엘은 숨을 삼켰다.


"젠장, 엘리자가 직접 내려왔어..."


엘리자의 시선이 잠시 내게 머물렀다. 내 의상의 색이 불안하게 요동쳤고, 심장 박동에 맞춰 빛나던 피부의 조명이 한순간 과부하 걸린 듯 번쩍였다. 그녀의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스쳐 지나갔고, 그녀는 이내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나는 그 시선의 의미를 읽을 수 있었다.


'흥미롭군.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나는 모욕감과 동시에 알 수 없는 갈망을 느꼈다.


나는 그 자리를 뛰쳐나왔다. 화려한 광장을 벗어나 도시의 낡은 구역으로 향했다. 내가 일하는 중앙 데이터 아카이브가 있는 곳이었다. 그곳만이 나를 상품이 아닌, 한 명의 개인으로 존재하게 해주는 유일한 공간이었다.


엘리자를 다시 만난 것은 며칠 뒤, 바로 그곳에서였다. 그녀는 고대 역사 홀로그램을 연구하기 위해 아카이브를 방문했다. 축제에서의 화려한 모습과 달리, 그녀는 수수한 연구복 차림이었지만 그 지성은 조금도 가려지지 않았다. 그녀는 멸망한 문명의 유물인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데이터를 찾고 있었다. 내가 그 자료를 안내해주면서 우리의 대화는 시작되었다.


"한 사람하고만 평생을 보낸다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비효율적이고 위험한 발상이에요."


엘리자가 홀로그램으로 떠오른 흑백 사진 속의 늙은 부부를 보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지적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쩌면… 그들은 유전적 다양성이라는 효율성보다, 감정적 안정성이라는 깊이를 더 중요하게 여겼을지도 모르죠."


내 대답에 그녀는 처음으로 나를 단순한 큐레이터가 아닌, 대화 상대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날 우리는 몇 시간 동안이나 토론했다. 일부일처제라는, 지금은 거의 신화처럼 여겨지는 그 기묘한 관습이 가진 낭만과 모순에 대해. 나는 내 생각을 숨기지 않았고, 그녀는 그런 나의 '이단아'적인 사상을 흥미롭게 경청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연인이 되었다. 나는 그녀의 저택에 초대받았고, 지상 최고의 것들을 경험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수많은 '흥미로운 발견'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을. 그녀의 서재에 꽂힌 희귀한 고서들처럼, 그녀의 정원에 피어난 진귀한 식물들처럼, 나 역시 그녀의 지적 호기심을 잠시 충족시켜주는 수집품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견딜 수가 없었다.


(2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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