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은 SF를 통해 듣고 싶은 것들
나는 책을 그렇게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또 그렇게 적게 읽는 편은 아니다. 독서토론을 좋아하기도 하고 주제를 두고 누군가와 깊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를 좋아한다. SF는 그런 나에게 이야깃거리,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고마운 분야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SF를 좋아하는 이들은 깊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흔히 말하는 하드 SF든 소프트 SF든, 그 안에는 기술과 사회 변화 그리고 그로 인한 개개인들의 충돌이 있다. SF에 담긴 이야기들은 미래 혹은 기술이라는 틀 안에 감춰진 현재 우리의 이야기다.
철학과 사유 없는 픽션은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 상상력과 사고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나는 은유와 귀납을 통해 넓고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는 것만이 사람들에게 의미를 전달해 준다고 믿지 않는다. 아직 부족한 실력에 단순한 결말이나 짧은 단편들 위주로 이루어져 있지만, 이를 읽고 누군가가 한 번만 더 생각해 보게 하면 족하다.
내가 쓰는 SF는 다가올 미래이면서 다가왔으면 하는 미래와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미래가 뒤섞여 있는 혼란스러운 교차로다. 이를 보며 사유한 우리 개개인들이 다시 단체가 되고, 시민이 되고, 사회가 되어서 올바른 방향으로 신호를 조절하며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세상을 이끌어 가기를 마음 속 깊이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