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뇌로 SF 소설을 쓴다는 것
“ADHD인데 글을 쓸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ADHD도 괜찮은 글을 쓸 수 있는지 궁금해한다. 나도 한때 그 질문을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SF 소설을 쓰고 있는 지금은 이렇게 답하고 싶다. ADHD의 뇌는 SF를 쓰기에 꽤 어울리는 편이라고.
끊임없이 전환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고, 예상치 못한 연결을 만들어내는 뇌의 사고방식은 SF가 다루는 세계관의 작동 원리와 닮아 있다. ADHD의 다면적인 사고는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SF는 바로 그 혼란에서 시작된다. 질서로 닫힌 세계가 아니라, 불완전한 가능성과 우연으로 열린 세계. 그 안에서 상상은 언제나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확장된다.
ADHD의 대표적인 특징은 ‘연상의 폭주’이다. 한 문장을 쓰면서도 열 개의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그리고 그 상상은 다시 가지를 친다. 일상에선 방해가 될지 몰라도, 창작에서는 새로운 세계를 여는 열쇠가 된다.
물론 글을 쓸 때 집중력은 중요하다. 하지만 ADHD의 집중력은 조금 다른 형태로 작동한다. 상상과 연상이 충분히 쌓이면, 어느 순간 폭발하듯 ‘하이퍼 포커스’가 찾아온다. 그때를 붙잡아 글을 쓰면, 놀라울 만큼 몰입할 수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공상에 빠졌으면 그 속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 완성도 있게 이끌어 내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재미를 끌어내고 나면 아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살을 붙여서 글로 엮어보고 싶다는 욕구를 만들 수 있다.
핵심은 그 흐름을 막지 않되, 흩어지지 않게 정리하는 것이다. 내가 활용하는 방법들을 정리해본다.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바로 메모 앱이나 음성으로 기록한다.
지금 쓰는 줄거리와 연결하려 하지 말고 별도의 노트로 분리한다.
더 좋은 스토리의 진행이 떠올랐다고 생각이 들어도 현재 작성하고 있는 내용을 폐기하지 말고, 우선 분리해 비교해본다.
ADHD의 상상력은 선형이 아니라 방사형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SF 세계관에는 잘 맞는다. SF는 애초에 여러 가능성과 평행 우주로 이루어진 장르이니까. 때로는 흩어진 생각들이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이어져,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결국 중요한 건, 그렇게 흔들리더라도 제자리로 돌아오는 일이다. 주의산만한 뇌는 불안정한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새로운 가능성을 감지하는 뇌다.
그리고 SF를 쓴다는 건, 그 가능성 속으로 겁내지 않고 한 발 더 들어가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