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딩 공부하기
사업을 하기 위해서 즉, 나의 제품을 잘 팔기 위해서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브랜드가 꼭 필요하다고 어느 순간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사업에 관심이 있다 보니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끌고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노홍철 님이 일본에서 방문한 인사이트 트립이 너무 인상 깊었다. 가이드님이 도쿄에서 유명한 가게들의 스토리나 의미 있는 것들을 공부하셔서 풀어주는 내용이다. 어떤 구조물 혹은 장치들을 봤을 때 그냥 보면 이해가 안 되지만 알고 보면 자연스레 '아~이래서 이게 이렇게 되는구나'라며 재미를 느끼는 게 사람들이 가게를 재방문하게 되고 좋아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고 배우고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인스타에서 카페인사이트랩이라는 홍보를 봤는데 대표님이 카페를 방문하고 그 카페 대표님들을 인터뷰하며 얻은 인사이트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었다. 궁금해서 바로 신청했다.
요즘 핫플 중 한 곳인 성수에서 미팅이 이루어졌다. 11시 미팅이었지만 경기도 사는 나는 10시에 도착해서 주변을 돌아다니며 멋져 보이는 카페 외관이나 포스터들을 찍었다. 핀터레스트나 비헨스 같은 사이트에 많지만 눈으로 보는 느낌은 또 다르니 많이 돌아다니며 경험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관만 보고도 눈에 띄는 두 곳을 말해보겠다. 1. STETCH : 1층에 있지 않음에도 옷 라벨 같은 간판과 2층으로 올라오라는 네온이 귀여웠다. 2. 자연도소금빵 : 사거리 코너에 위치한 소금빵가게로 인테리어와 직원들의 유니폼이 일본 유명 빠빵집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외에도 화려하게 꾸민 디올, 조말론 등도 있었지만 명품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나는 '이 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개꿀이겠군'정도의 생각밖에 안 들었다. 그리고 곧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니 건물 외벽에 선물처럼 빨간 리본을 단 곳도 있고 트리를 크게 장식해 놓은 곳도 있어서 지나가던 연인들이 꽤 들어가겠다는 생각도 든 가게들이 있었다.
본론으로 돌아와 미팅에 대해서 정리해 보겠다. 대표님의 첫 주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였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타 브랜드와 차별화를 갖고 그걸 경험한 고객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재방문을 하게 만들어주는 핵심이라고 하셨다. 차별화라는 점에서 여러 예시를 보여주셨는데 그중 하나는 도산분식과 애플하우스다. 도산분식은 분식이라는 한국의 메뉴를 뉴욕의 힙한 식당에서 먹는 느낌을 주는 차별화가 있다. 그리고 애플하우스 역시 분식집인데 여긴 맛이라는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주의할 점은 특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이 애플하우스처럼 특별하고 뛰어난 맛을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도산식당 같은 가게로 만들려는 지향점을 가져야 한다고 하셨다. 카페에서 역시 스페셜티같이 특별한 맛의 커피를 제공할 수 있지만 대부분 스타벅스 커피를 마신다는 점에서 위험하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아이덴티티의 관점에선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많은 것을 선택하지 말고 한 가지 가치를 뾰족하게 파고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많은 가치를 주려고 노력해 봐야 각 가치들의 의미가 희석될 뿐 고객의 기억에 남지 않는다고 하셨다. 메뉴가 이것저것 다양한 식당을 보면 전문성이 좀 떨어진다는 느낌과 같다고 생각 든다. 카페 이름을 듣자마자 '아! 거기 ***하는 카페야!' 이런 한 문장 정의가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얘기해 주셨다.
두 번째 주제는 카페의 본질에 대해서 설명해 주셨다. 우리가 카페를 왜 가는가 생각해 보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커피 맛을 즐기러 2. 편안한 공간을 위해 3. SNS에 올리기 위해. 여기서도 예시를 몇 가지 들어주셨다. 그 카페의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곰돌이가 가득한 콘셉트를 가진 카페였다. 아주 예쁜 인테리어와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많이 만들었고 초기에 인플루언서들이 많이 방문해 오픈 후 6개월 정도는 오픈런에 문전성시를 이뤘다. 하지만 결국 3년 만에 폐업을 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커피가 뚜렷하게 맛이 없었다고 하셨다. 결국 재방문하는 고객이 없었던 것이다. 본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모든 본질을 갖는 게 베스트지만 그게 힘들다면 다른 부분에서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대표님의 말을 빌리자면 '만약 그 카페가 성수에 있었다면 폐업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 카페는 주택가에 위치하여 재방문 고객이 굉장히 중요하지만 성수는 관광객같이 새로 유입되는 인구가 많기 때문에 맛이 부족하더라도 살아남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래서 장사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내가 잘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며 내 지갑 사정에 맞춰 부동산을 정하는데 주변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분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질에 대해서 더 많은 설명을 해주셨지만 너무 길어질 거 같아 여기까지만 적도록 하겠다.
세 번째 주제는 공간 구성이었다. 본질 중 하나인 편안함을 위한 공간 구성을 위주로 설명해 주셨다. 사람이 편안함을 느끼기 위한 어떤 장치가 필요하다. 그중 하나는 소파로 예시를 들어주셨다. 소파는 사실 공간 활용에는 좋지 않다. 소파를 하나 놓음으로 4인 테이블 최소 2개는 못 놓으니 바쁜 시간 손님을 8명 이상 놓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소파를 사람들이 굳이 앉지 않아도 된다. 소파라는 장치가 존재하고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편안함을 자기도 모르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빛과 소리도 고객이 편안함을 느끼기 좋은 장치이다. 너무 센 빛은 눈만 아플 뿐 아니라 사진도 너무 밝게 나와 부자연스럽게 나온다. 간접조명을 활용하며 조도는 조도계를 구매하여 여기저기 카페를 다니며 편안함을 느끼는 카페의 조도를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하셨다. 소리는 꼭 흡음 보드를 이용해 소리가 반사되어 울리지 않도록 하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공간을 위해 방문하는 스타벅스도 천장이 전부 흡음 보드이다. 패브릭 소재로 된 물건을 많이 쓰면 그것도 도움 된다고 하셨다. 어떤 카페는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다. 이유는 시끄럽기 때문. 커피를 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소리라고 애써 무시했던 것을 드립커피만 내리며 조용하고 편안한 카페가 된 것이다. 생각해 보면 나도 좋은 공간 구성을 한 카페에선 스탬프 쿠폰을 꼭 받아가는 편인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페가 가진 스토리에 대한 얘기였다. 카페 5곳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1. 청킴제과 : 청킴제과는 정 씨 성을 가진 사장님(아들) 김 씨 성을 가진 어머니의 성을 따서 만든 이름이다. 해외에서 오랜 생활을 한 사장님이 한국에 들어와서 뭘 할지 고민했었다. 그러다 일본에서 공부하신 어머니의 레시피로 어머니가 이루지 못한 빵집 오픈을 대신하게 된 스토리이다. 청킴제과 인스타에 들어가면 만화로 올려놓은 릴스가 있다고 하니 확인해 보면 좋을 것 같다.
2. 이정의댁 : 제주도에 있는 이정의댁은 이정의라는 할머니의 손녀가 할머니가 살던 집에 오픈한 카페이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스토리가 되는 것 같다. 코지한 인테리어가 스토리에 힘을 더해주는 느낌이다. 이정의댁이라고 적힌 간판이 있는데 이 간판은 카페로 바꾸기 전 할머니댁에서 쓰던 문을 사용한 간판이라고 한다.
3. 스테레오포닉사운드 : Havehad라는 의류브랜드에서 만든 카페이다. 의류 오프라인 매장을 만들었는데 사람이 너무 없어서 사람들을 모으려고 카페로 바꾸고 한편에 의류들을 진열하면서 시작했다. 이름에서부터 뭔가 소리에 관련 있다고 추측해 볼 수 있는데, 카세트테이프와 헤드셋을 대여해 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카세트를 사용해 본 적 없는 어린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스테레오포닉사운드는 대표님이 엄청 좋아하셨는데 사실 나는 스토리와 관련해선 뚜렷하게 느껴지는 것은 없었다.
4. 북덕방 : 친한 친구 셋이 놀기 위해 아지트를 만들었고 공간을 놀리기 아까워 카페로 만들었다. 그래서 사장님도 셋이다. 보통 휴무일을 공지하는데 여긴 특이하게 영업일을 공지한다. 세명의 사장님들 모두 본직업을 갖고 계셔서 각자 쉬는 날 되는 사람이 출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카페가 위에서 말한 에스프레소 머신이 없는 카페이다. 사장님들의 물건들로 인테리어가 되었는데 정돈되어있진 않지만 충분히 그들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인테리어라고 한다.
5. 포어플랜 : 이 카페는 건축사무실이었는데 옆 건물로 이사하게 되면서 인테리어는 그대로 두고 카페로 변경하였다. 카페 안에 건축과 관련된 문서, 작업물 등이 그대로 남아있어 소품의 역할도 하는데 아직 이 공간에서 건축 관련 미팅을 많이 하신다고 한다. 유일하게 내가 가본 카페인데 단면도를 크게 만들어서 한 벽면에 위치시킨 것과 테이블마다 깔려있는 커팅매트 등이 내가 건축사무실에 들어왔다는 느낌을 물씬 받았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위 카페들은 정말 뚜렷한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다고 보인다. 국내 카페 점포수 10만이 넘는 시대에 어떤 카페를 갈까 많이 검색하게 되는데 어떤 스토리를 갖고 경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카페들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Cafe Insight LAB의 다녀온 경험은 꽤 재미있었다. 여러 카페들의 스토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듣고 분석해서 어떤 포인트로 고객을 만족시켰는지 들을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대표님이 많은 카페를 돌아다니시고 각 카페의 대표님과 인터뷰하며 축적한 인사이트를 아낌없이 공유하려는 느낌이 들어서 너무 좋았다. 2시간 동안 많은 내용을 압축해서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가성비가 좋은 시간이었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미팅은 3만 원의 비용이 있었지만 카페 투어라는 프로그램은 무료로 하고 계시니 이것도 한 번은 꼭 참여해보고 싶다. 다른 사업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카페라는 사업은 정말 종합 예술이라고 생각 든다. 부동산부터 시작해서 시작된 계기 같은 스토리, 맛, 인테리어, 고객 응대와 같은 커뮤니케이션 등 여러 가지가 뭉쳐 시너지가 터져야 살아남을 수 있는 사업이라 종합 예술이라고 표현해 봤다. 나도 내 사업 중 카페를 계획하고 있는데 공부를 절실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