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비아: 지도자의 부도덕

by Florence


영국의 對잠비아 원조 중단


%EC%9E%A0%EB%B9%84%EC%95%84.jpg?type=w1 에드가 룽구 대통령. 출처는 The Guardian.



잠비아 대통령 에드가 룽구(Edgar Lungu)는 지역사회개발·모성·아동보건부(Ministry of Community Development, Mother and Child Health, 이하 지역사회개발부) 장관 에머린 카반시(Emerine Kabanshi)를 면직하는 것으로 영국 정부의 원조(원조라는 단어 자체가 가진 부정적 의미에 대해 인정하고, 가급적 동 단어의 사용을 기피했으나 이 글에서는 ‘aid'가 주는 어감을 살리고자 ‘원조’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중단에 응했다. 아프리카의 정치경제 관련 소식을 전하는 언론 아프리카 컨피덴셜(Africa Confidential)은 지금까지 에머린이 횡령한 금액이 470만 달러(350만 파운드)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18-19년 동안 총 4700만 파운드를 잠비아에 지원하겠다고 공표해놓은 상황이었는데, 對잠비아 지원이 언제 재개될지는 알 수 없지만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까지 지원을 중단한 상황에서 영국이 눈치게임을 빨리 끝낼 거라고 예상되지는 않는다.



영국의 입장에서 더 기가 막힌 건 국제 원조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이기도 한 ‘보건’, ‘교육’ 및 ‘지역사회 개발’ 분야에서 이러한 횡령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에드가가 직접 에머린의 면직을 결정했다고 해도, 에드가 본인도 비판을 피해가기는 힘들어 보인다. 종전 257,000 가구에 지원하던 복지급여의 지원대상을 700,000 가구로 늘리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보건부가 운영하던 창고에 보관되던, 어쨌든 국제 원조를 통해 지원 받았던 약품 또한 대거 도둑맞아 결과적으로는 이 ‘원조’가 여러 가지로 골치 아픈 꼴이 됐다. 그 말고도 기사에 제시되어 있는 원조가 불러일으킨 악영향의 사례는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영국 국제개발부(DFID)의 대변인은 이번 결정을 공표하며 “영국은 이제 사기와 부패에 대해서는 절대 참아주지 않는 태도(zero-tolerance approach)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도자의 부도덕



기사를 쭉 읽어내며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지도자들이야 본인이 지은 잘못에 대한 책임을 감수하고 물러나거나 심할 경우 감옥에 들어가거나 국제적으로 지탄을 받으면 끝이지만 결국 그 원조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예정된 수혜자들은 무슨 잘못일까. 예정된 수혜자들은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기본적으로 두 번 죽는 꼴이다. 첫째는 누군가가 나를 도와줄 수 있다는 기대가 꺾이며 죽고, 둘째는 아니나 다를까 위정자라는 사람들이 또 가로챘다는 예상이 맞아 떨어지며 죽는 것이다. 이 기사의 주인공은 영국이어서, 영국의 원조 중단이 중심 내용이지만 사실 기삿거리조차 되지 않는 부정과 부패들이 지금 이 시간에도 잠비아뿐 아니라 아프리카 땅 곳곳에서, 세계 도처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나도 특별할 게 없어서 다룰 가치조차 없는 흔하디흔한 이야기가 지도자의 부도덕이라는 것이다. 우스울 수 있지만 이쯤 되면 그런 생각이 든다. 그 자리까지 올라가면 그렇게 되어버리는 걸까, 이미 그런 사람들이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걸까. 결국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물음인데 검댕 묻은 양들이 즐비한 곳에서 새하얀 양이 더러워지지 않을 리 없는 것처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일인 걸까 하는 안타까움에서 나오는 물음이다.



부정부패가 부정부패라고 불리니까 뭔가 대단해 보이지만, 2015년 한 해 내내 캄보디아에서 겪었던 보건부 공무원들의 금품 요구부터 시작해서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담당하고 있는 라오스 장애인 지원사업에 어느 정도 떼어 먹힐 걸 각오하고 돈을 보내는 마음까지 이 부정부패는 참으로 내 개발협력 인생(3년) 내내 달고 살아가는 불가분의 것이 되었다. 물론 더 험한 꼴 아직 못 본 거라고 나를 위로해주는 선배들도 계시지만, 그 선배들과 동등한 연배가 쌓이려면 더 험한 꼴을 봐야 한다는 사실에 좀처럼 위로가 되지 않는다. 하여간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고 나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가 힘들어진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감정적인 부분도 물론 한 몫 하겠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돈의 문제다. 한정된 자원 내에서 누군가 뒷돈을 이만큼 챙기고, 다른 누군가가 저만큼 챙기면 당연히 원래 500명 도울 수 있는 걸 400명밖에 못 돕게 된다. 라오스 장애인 50명에게 두 마리씩 튼튼한 염소를 나누어 주어야 하는 걸 40명에게 비실비실한 염소를 나누어주게 된다면 애먼 10명은 입에 풀칠조차 못하는 삶을 그저 그렇게 이어가야 한다는 말이다.



연대책임


%EC%9E%A0%EB%B9%84%EC%95%842.jpg?type=w1 부패 인식개선 캠페인 중인 잠비아의 학생들. 출처 UNDP.



잠비아의 사례를 보면서 내 머릿속에는 ‘연대책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책임’보다 더 강하게 스친 건 ‘연대’. Solidarity. 의도적이지는 않겠지만 잠비아의 국민들은 본인들의 국가를 이끄는 지도자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 연대하여 책임지고 있었다. 그 말인 즉 고통을 함께한다는 것이며 그 지도자가 지도하는 국가의 국민으로 태어났다는 현실에 순응한다는 것이었다. 책임을 지는 행위에는 두 가지가 있겠다. 적극적 책임과 소극적 책임. 적극적 책임은 그야말로 죄를 지은 에머린 장관이 자신의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사퇴(만약 그랬다면... 하지 않았지만.)하는 경우, 소극적 책임은 에머린의 잘못으로 핀란드, 스웨덴, 아일랜드, 영국으로부터 끊긴 원조에 대해 ‘그 사람이 잘못한 거니까 이런 결과는 당연하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 기쁘게 고개를 끄덕일 이는 없겠지만, 에머린을 비난하면 했지 영국을 비롯하여 원조를 끊은 국가를 비난하기란 어려울 것이었다. 적극적인 사퇴든, 소극적인 순응이든 그 나라의 국민들은 자신들의 몫을 다해나가고 있었고, 슬프게도 그 몫은 철저히 그들의 몫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줄 수 없는, 그들의 몫.



‘그 나라는 처음부터 가난했는데? 처음부터 복지급여 같은 건 없었는데? 그런데 무슨 고통을 함께 해.’라고 반론을 제기하기에는, 끊임없이 권리를 주창하고 선포하며 가난에서 벗어나고 복지급여도 쟁취해낸 입장에서는 좀 부끄러운 일이다. 방향이야 좀 다를 수 있겠으나 우리도 지도자들의 부도덕으로 어려움(예를 들면 독재정부)을 겪어보았고, 그를 극복하기 위해 연대(예를 들면 민주화운동)했던 역사가 있다. 이쯤 되면 상대적으로 소수인 지도자들의 부도덕에는 상대적으로 다수인 非지도자, 그러니까 被지도자들의 연대책임이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것인가 싶다. 부정부패와 부도덕이야 의도된 것이겠으나, 의도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건과 사고에는 희생자가 생길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



영국을 비롯한 몇몇 국가의 對잠비아 원조 중단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얼마나 많은 국가가 또 잠비아에 대한 원조를 끊을지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중요한 건, 자의적으로든 타의적으로든 국민들은 여태까지 자신들이 삶을 유지해왔던 그것과 똑같은 크기의 힘으로 삶을 유지하려 애쓸 것이라는 거다. 그렇게 삶을 유지하려는 힘은 이러한 상황을 겪으며 조금 더, 혹은 많이 더 강해질 테고 그 힘들은 모여 연대의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원조의 정당성과 적절성, 당위성 등을 논하기 전에 그들이 가진 그 힘을 읽을 줄 아는 것, 그 힘이 모여 만들어진 연대의 시너지를 느낄 줄 아는 것, 그것이 진정 그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돕겠다는 이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이 아닐까.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18/sep/19/zambia-aid-payments-suspended-over-corruption-allegations (사진 및 기사 출처)

https://www.africa-confidential.com/article/id/12437/Bonds_crash_as_donors_cut_funding (참고할 만한 Africa Confidential의 기사)



글 출처: https://blog.naver.com/en_able83/221367335238(2018.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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