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2일 주간의 이코노미스트를 느즈막히 받았다. 공휴일이 끼면 늘 늦게 와서 몇 번 클레임을 걸어봤지만, 발송처의 문제가 아니라 배송처의 문제인듯 좀처럼 해결되지 않아 지금은 반포기 상태다.(글을 여는 약간의 TMI...) 어쨌든 책장을 넘기다 흥미로운 글을 발견했다. 제목은 <Babies are lovely, but...>이었는데, 글의 요지는 (아기들은 예쁘지만)높은 출산율이 아프리카 빈곤의 한 원인이라는 것이었다. 먹을 게 없는 상태에서 아이만 많아지니 결국 더 가난해져서 문제라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가족계획과 산아제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말이었다. 글(이코노미스트지)의 특성상 팩트보다는 그 팩트에 대한 필자의 관점과 의견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필자가 든 근거 위주로 현상황을 정리하고, 그 상황에 대한 내 의견도 한 번 적어보고자 한다.
탄자니아 대통령의 망언(?)
탄자니아 대통령 존 마구풀리(John Magufuli)는 "여성들은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피임기구를 사용하는 것은 여성들이 가정양육을 게을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단다. 그러면서 "(여성들은)대가족을 먹여살리기 귀찮아서 아이를 하나 또는 둘만 낳는데, 나는 유럽을 보면서 산아 제한의 위험한 결과를 봤다. 유럽의 인구 성장은 하락세고, 그들에게는 노동력이 부족하다"고도 덧붙였다. 그렇게 이야기한 그는 정작 단 두 아이의 아빠다.
탄자니아는 전세계에서 가장 출산율이 높은 국가 중 하나로, 탄자니아의 여성 한 명은 평균적으로 다섯 명의 아이를 낳는다고 한다. 물론 존은 각종 SNS에서 가루가 되도록 까였다. 마푸토 의정서(Maputo Protocol, 여성할례 금지를 명시한 의정서로 아프리카의 15개 국가가 비준함.)를 비준한 국가 중 하나로서 존의 언사는 여간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임신한 학령기 소녀들을 학교에서 교육받지 못하게 해야 한다거나, 국회에서 여성 국회위원들이 인공 손톱이나 가짜 속눈썹을 사용하지 못하게끔 하는 등 그의 만행과 망언은 다양하다.
어쨌든 탄자니아는 아프리카 대륙의 베이비붐에 한 몫 단단히 하는 중이다. 1950년에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인구는 1억 8천만 명 정도였다. 이는 유럽 대륙 인구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그러나 UN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인구의 수가 2050년까지는 22억 명(유럽 인구의 3배)에 이를 것이며, 2100년에는 40억 명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항간에는 이렇게 많은 인구가 아프리카의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코노미스트의 필자는 너무 많은 아이들은 결국 부모들의 양육 부담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유럽의 젊은 세대들이 고령자에 대한 부양 부담을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수치로 표현하자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20세 이전 인구와 64세 이상 인구 비율은 129:100이다. 유럽은 65:100이다. 2050년이 되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의 64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짊어져야 하는 양육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가족계획과 여권신장의 연결고리(Feat. 조혼)
Family Planning |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 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아프리카 대륙 내 말라리아(를 비롯한 여러 질병) 소탕 프로젝트로 유명한 빌&메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 이하 게이츠 재단)은 일찍이 가족계획과 여권신장을 연결시키고 있다. 가족을 계획하는 것, 즉 여성이 원하는 만큼 출산하고 양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곧 여성의 권리 향상에 큰 영향을 미침을 인식하고 그를 위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출산과 관련하여 직접적인 경험이 없는 나로서는 출산이라는 행위에 있어 여성이 가지는 자기결정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여성의 권리에서 얼마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지에 대한 인지가 없었다. 그러나 적절한 피임기구가 무엇인지,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교육하여 여성으로 하여금 출산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그 결과 개인의 관점마다 다른 이상적인 가족을 구성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글을 쓰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게이츠 재단에서 진행 중인 동 카테고리의 사업을 잠깐 나열해보자면, 1) 산모와 영아 사망률을 낮추는 자발적인 가족계획에 대한 국가 차원의 대응 가속화(특히 인도와 나이지리아에서) 및 민/관 파트너에 대한 투자(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에티오피아, 케냐 및 DR 콩고), 2) 정책 및 옹호활동 강화, 3) 성과 모니터링 및 책무 증진, 4) (피임도구 및 사용법에 대한)지식수준 차이 해소(교육), 5) 새로운 피임기구 개발을 위한 투자 등이 있다. 특히 재단의 HIV 프로그램과 연계시켜 장기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피임기구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Family Planning in Ethiopia: The Health Extension Program - YouTube
첫째로, 가족계획 정책을 수립하여 집행 중인 아프리카 국가들이 더 늘어나야 한다. 에티오피아, 말라위, 르완다는 현재 이러한 가족계획 정책을 잘 수립하여 집행 중인 대표적인 국가들이다. 위에 링크된 영상은 에티오피아 정부가 진행 중인 가족계획 정책 'Health Extension Program'을 소개하는 동영상이다. 미국의 도움을 받아 진행되고 있는 본 프로그램은 아프리카 대륙 내에서 진행되는 가족계획 정책의 좋은 예다.
이 영상에서 내가 인상 깊게 보았던 부분은 그림을 이용해서 피임기구와 그 사용법을 교육하는 장면이었다. 조혼이 많다는 이야기는 곧 일정 수준까지 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소녀들이 적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문해율(literacy)가 떨어질 수밖에 없으니 그림을 사용하여 교육하는 게 효과적일 수밖에 없다. 개발협력을 한다는 내가 과연 얼마 만큼이나 대상자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그말인즉 얼마나 그들 중심으로 생각하지 못했는지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둘째로, 교육이다. 상투적이긴 하다. 그러나 더 많은 소녀들이 학교에 갈수록 그 국가의 출산율은 떨어진다고 한다. 이는 단순한 상관관계라고 보기에는 힘든데, 아프리카든 아니든 학교에서의 교육이 출산율을 확실히 떨어뜨린다는 여러 차례의 연구 결과가 존재한다. 단순히 글을 읽는 것만 배울 수 있을 정도의 형편 없는 교육이라고 하더라도, 소녀들은 독립심을 가질 수 있고 그는 곧 (아마도 조혼을 종용할)부모의 영향권 내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시점에서 지난 7월 '영국 장애인정책 선진사례 연구'차 갔던 출장 이전에 영국 억양에 익숙해지고자 열심히 섀도잉했던 엠마 왓슨의 'He for She' 스피치가 기억났다. 표면적으로나, 내포된 의미로나 여성의 인권을 주창하는 페미니즘의 성향이 짙다. 그러나 오늘날 부정적으로 소비되고 인식되는 면이 많은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로만 국한할 수도 없는 내용도 충분히 있다. '그래서, 결국 성평등이라고?'라고 묻는다고 해도 딱히 반박할 말은 없다. 그러나 여전히 다수의 아프리카 소녀들(뿐만이 아니지만 이 글이 다루는 범위 내로 제한했다.)이 충분히 교육 받을 권리를 누리고 있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리고 중등교육 이후의 교육까지 보장해야 할 책무가 아프리카 대륙의 여러 국가의 정부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글에서 더 이상 다루지는 않겠지만, 참고차 'He for She' 스피치 링크를 걸어두겠다.
Emma Watson at the HeForShe Campaign 2014 - Official UN Video - YouTube
셋째는 사헬(Sahel) 지역에서의 안정성이다. 사헬 지역은 부르키나파소에서 시작해서 차드, 말리, 니제르, 북부 나이지리아와 수단까지를 포함한다.
위에 언급한 국가들은 가족계획 관련 법이 전무하며 워낙 가난하기도 하다. 아동사망률이 유난히 높기도 한 지역이다. 여성이 정말 힘없는 곳이기도 하고, 여전히 이 국가의 국민들은 아이를 많이 낳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 2012년 니제르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들이 평균적으로 9명의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이코노미스트의 필자는 위에 언급한 세 개의 해결책이 결국 아프리카 대륙의 정치인들에게 달려있다고 했다. 더 많은, 좋은 학교를 짓는 것, 국민을 보호하고 가족계획에 투자하는 것은 그들을 지켜보는 외국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철저히 그곳에 살고 있는 그들이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이러한 일들은 정부의 질에 달려 있으나 슬프게도 정부의 질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아마 출산율을 낮추기도 힘들 거라고, 필자는 회의적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내 생각은...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한국은 남녀 2명이 결혼해서 1명을 겨우 낳을 정도의 출산율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당장 작년에 결혼한 나의 언니는 아직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고, 같은 사무실에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온 선배들은 한 명을 낳아 기르는 것도 너무나 힘들어 보인다. 오히려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어서 퇴근 후 도란도란 남편과 함께 식사하고 휴식하는 선배들이 워너비다. 아직 홀로 지내고 있어서 내 한 몸만 잘 챙기면 되는 내 상황이 양반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인 게 아이들인 걸까. 후손을 낳아 물질적인 것이든 정신적인 것이든 유산이랄 걸 남겨주고 전승할 수 있는 게 이 세계에서 오직 인간만이 가진 특권인데, 그 특권이 수치화되어 너무 없어도 너무 많아도 문제로 여겨진다는 게 이 글을 쓰면서 좀 서글펐던 점이다. 태어난 이상 축복받고 사랑받아 마땅한 존재들인데, 그러한 존재들이 여러 가지 사회 문제와 얽히거나 그들을 마땅히 책임지지 못하는 부모의 능력 부족과 얽혀 마땅한 것을 누리지 못하는 서글픔. 감정적일 수 있지만 이 글을 쓰면서 솔직하게 내가 느꼈던 점이다.
작년에 입사한 나는 작년에 걸쳐 올해까지 '아태지역 장애전문가 초청연수'라는 사업을 진행했다. 말 그대로 아태지역의 장애전문가(장애분야 공무원 및 시민사회단체 담당자 등)를 초청하여 한국의 장애인정책을 알리고, 장애인복지 현장을 방문하여 해당 국가에 맞는 장애인복지 액션플랜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베트남, 캄보디아를 초청한 작년 연수에서 알파걸 역할을 톡톡히 했던 베트남 공무원 웻(Nguyet) 언니(아마 30대 초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의 말이 생각났다. 덕수궁에서 문화체험을 하는 날, 언니는 내게 한국 여자들은 몇 살에 결혼을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내 친언니가 서른 살인데 결혼을 준비 중이라고, 그런데 난 그것도 빠르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웻 언니는 베트남도 여성들이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고(유학까지도 다녀오고), 일을 하게 되면서 점점 결혼도 하지 않으려 하고, 아이도 낳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말 살기 어려운 나라였고, 사실 지금도 그러한 지역이 있음에도 여성들이 그렇게 변화하고 있더랬다.
전세계가 출산율 저하의 추세로 진행되는 데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의 출산율이 유독 높은 것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아이를 많이 낳는 것이 좋다, 안 좋다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논의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하지만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 그런 지극히 개인적인 이슈에 대해 감 놓아라, 배 놓아라 하기는 어렵다.(정부 차원의 산아제한 정책일 경우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그리고 내 입장에서는 무어라 결론 짓기도 힘든 주제이기도 하다. 분명한 건 빈곤의 악순환을 막는 가족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아프리카 국가 정부 차원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거다. 몇 명을 어떻게 낳아 얼마나 굶주리지 않고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그를 위해서 정부들이 발 벗고 나서야 할 시점인 건 분명하다. 이코노미스트 필자의 말대로 그게 참 쉽지 않아서 문제지만 말이다.
글 출처: https://blog.naver.com/en_able83/221374273937(2018.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