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좋아해?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 ep.13

by 씨이

얼마 전에 서점엘 갔었어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고 며칠 약을 먹지 않았더니 별 일 아닌 일로 화가 머리 끝까지 나는거야

너무 답답하고 짜증나는 마음에 어디로든 좀 피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가게 되었어


그곳에서 우연히 책을 한 권 봤는데 '365일 클래식이라는 습관'이라는 책이었어

그냥 하루에 한 쪽씩 해당 곡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QR코드가 담겨 있는 거였는데

매일 클래식 음악을 한 개씩 들을 수 있도록 구성한 책이었지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덕구랑 결혼하기도 전에 연애하던 시기의 일이었어

나이를 아주 많이 먹으면 매년 결혼기념일에 같이 클래식 음악 공연을 들으러 가자, 하고 약속했었어

왜 클래식 공연이냐는 말에 뭔가 클래식을 들으면 우리가 되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했던 것 같아 가사가 들리면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잘 안들릴테니까 하는 바보같은 말도 했던 것 같고

되게 유치한 이야기지?


그런데 문득 이 기억이 떠오르면서 괜히 기분이 좋아졌어 엄청나게 좋아진 건 아니었는데 그래도 화를 내는 기분을 조금 안정시킬 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었던 거지


이게 명절을 맞이하는 일요일에 있었던 일이었고,

나는 명절이 지나고서부터 한 편씩 글을 읽으며 클래식을 들었어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우아하지는 않았고 가사가 없을거라 생각했는데 가사가 있는, 아니 가사를 잘 알아들을 수 없으니 뭔가 노래가 있는 클래식도 있더라고. 바흐니 뭐니 하는, 협주곡이니 교양곡이니 하는 익숙한 단어들도 눈에 띄었고, 반대로 되게 생소한 단어들도 많았어


이제 겨우 3일차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그 느낌을 잘 알기는 어렵겠지?


그런데 매일 아침 듀오링고를 하고나서 클래식 한 편을 들으며 아침을 먹는 시간이 괜히 좋더라고, 기분도 좋아지고 뭔가 내가 조금 더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드는거지!


그래서 루틴처럼 꾸준히 해보려고

1년만 딱 하는 게 아니라 1년, 2년, 3년 계속해서 반복해서 하루에 하나씩 들어보면 어떨까 싶었어

뭔가 빼먹거나, 밀리거나 하면 억울하니까 체크를 하면서 넘어가고 있어

하루를 빼먹으면 그냥 그 날은 지나가는거지

그렇게 1년을 들어보려고


마음이 조금은 괜찮아졌으면 좋겠고

약을 먹지 않아도 건강한 상태이면 좋겠어


우아하지 않으면 좀 어때

들리지 않는 가사 대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중일 테니까

괜찮을거야 그치?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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