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크리스마스 ep.15
해가 뉘엿뉘엿 저물 무렵, 우리는 푸꾸옥의 심장부라는 즈엉동 야시장으로 향했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찌르는 고소한 해산물 굽는 냄새와 활기찬 상인들의 외침이 어우러져 '여기가 진짜 베트남이구나'하는 생각에 여행 온 실감이 났다.
우리는 수조 속에서 싱싱하게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타이거 새우와 부채새우를 골랐다. 숯불 위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새우 위에 파기름과 땅콩 가루가 뿌려지자, 아이들은 '우와!' 소리를 연신 내뱉으며 젓가락을 들었다.
짭조름한 양념이 배어든 해산물 구이를 입에 넣으니, 아침에 덕구와 이야기했던 서울의 그 짠맛 우동과는 또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탱글탱글한 속살과 숯향의 조화는 그야말로 완벽했다. 덕구는 시원한 타이거 맥주 한 잔을 들이켜며 '이게 행복이지, 그치?'라며 해맑게 웃었다.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시장 골목을 걷다 보니, 푸꾸옥의 특산물인 진주 매장들이 눈에 들어왔다. 은은한 광택을 내뿜는 진주들에 아내와 딸아이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엄마, 이거 진짜 예쁘다! 내 팔목에 딱이야."
딸아이의 성화에 아내도 못 이기는 척 여러 팔찌를 대보기 시작했다. 결국 두 사람은 똑 닮은 디자인의 진주 팔찌를 하나씩 손목에 걸었다. 밤거리 조명 아래서 영롱하게 빛나는 팔찌를 보며 서로의 손을 맞잡고 웃는 모녀의 모습은, 오늘 본 그 어떤 풍경보다 아름다웠다.
숙소로 돌아와 아이들을 겨우 재우고 나니 밤이 깊었다.
오늘 하루의 여운을 기록하려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에 접속한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조회수 50,000 돌파!'
평소와는 차원이 다른 숫자가 화면 가득 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유입 경로를 확인해보니, 얼마 전 올린 중국 여행기가 포털 메인에 걸려 있었다. 수백 개의 서로이웃 신청 알람과 [정보 감사하다], [아이들과 여행하는데 좋은 글이다]는 댓글이 쏟아졌고, 애드포스트 광고 수익을 확인하니 200, 300원 소박하게 찍히던 금액이 몇만대로 올라 찍혀 있었다.
"덕구야, 이것 봐! 우리 블로그 터졌어!"
내 호들갑에 덕구가 눈을 휘둥그레 뜨며 다가왔다. 생각지도 못한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었다. 기분 좋은 흥분 속에서 오늘 푸꾸옥의 기록을 써 내려가니 손가락이 건반 위를 걷듯 가벼웠다.
어느덧 아이들이 곤히 잠든 고요한 밤, 덕구와 머리를 맞대고 항공권을 검색하는 창 위로 '결제 완료' 메시지가 떴다.
"두바이다 두바이"
덕구가 냉장고에서 시원한 캔맥주 두 개를 꺼내 오며 장난스레 말했다.
우리는 침대맡에 나란히 앉아 맥주캔을 부딪쳤다.
즈엉동 야시장에서 산 진주 팔찌가 노트북 화면 빛을 받아 영롱하게 빛났다. 이 작은 구슬 안에는 푸꾸옥의 해산물 냄새와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두바이까지 함께 가겠지.
블로그에 방금 올린 '푸꾸옥 야시장 생생 후기' 밑에는 벌써 [다음 여행지는 어디인가요?]라는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문장을 덧붙였다.
[저희 가족, 이제 비행기 타고 사막으로 갑니다. 다음 포스팅은 두바이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