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벙첨벙 푸꾸옥의 아침

여름날, 크리스마스 ep.14

by 씨이

이른 아침, 첨벙첨벙한 물소리가 침대로까지 전해지는 듯한 기분에 잠에서 깼다.

눈을 뜨자마자 화사한 햇살이 커튼 사이로 쏟아져 들어왔고, 베란다 너머로는 아이들의 높은 웃음소리가 알람처럼 울려 퍼졌다. 시계를 보니 아직 이른 시간인데, 어제 그 고단한 여정을 거치고도 아이들의 체력은 이미 완충 상태인 모양이었다.


까슬까슬하게 짧은 머리를 대충 손으로 빗어 넘기며 밖으로 나가니, 윤슬이 반짝이는 넓은 수영장 한복판에서 아이들이 물개처럼 신나게 수영을 하고 있었다. 그 옆 선베드에는 덕구가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벌써 일어났어? 애들은 해 뜨자마자 나가자고 난리더라."


덕구가 옆 선베드를 툭툭 치며 자리를 내주었다. 나란히 누워 파란 하늘과 대비되는 붉은 지붕들을 보고 있자니, 비로소 휴양지에 왔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애들이 신났네, 맛있는 거만 먹으러 가면 딱이겠다"

"우리 진짜 예전엔 맛있는 거 먹으러 참 많이 돌아다녔는데, 그치?"


시원한 바람에 기분이 말랑해진 내가 불쑥 말을 꺼냈다.

덕구는 내 손을 잡으며


"그러게, 우리 그래도 맛있는 거 많이 먹으러 다녔었는데"


라며 맞장구를 쳤다.


"나 갑자기 그 홍대 골목에 있던 작은 우동집 생각나

기억나? 가게는 진짜 좁았는데 사람들은 늘 줄 서 있던 곳"

"아, 거기! 국물이 꽤 짭조름했잖아."

"맞아, 그때는 좀 짜다 싶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진짜 일본 현지의 맛이었던 것 같아

면발도 탱글탱글하고... 그 짠맛이 묘하게 중독적이었는데"

"그러게. 우리 그때 갔던 벤또집도 없어져서 아쉽더라

투박해도 정성 가득했던 그 도시락들이 가끔 생각나"


우리는 한참 동안 잊고 지냈던 서울의 작은 골목 식당들을 소환하며 추억에 젖어 들었다.

그땐 둘이서 맛있는 것만 먹으러 다녀도 하루가 부족했는데, 이제는 그 추억을 공유하는 아이들이 눈앞에서 물보라를 일으키고 있었다.


"우리 한국 돌아가면 다시 그 맛집들 투어하자. 아직 남은 곳들 있나 찾아보고."


내 말에 덕구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무슨 소리야, 돌아가서 먹긴! 여긴 베트남이잖아

지금 당장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쌀국수 먹으러 가야지"


그 말에 물놀이하던 아이들이 귀신같이 듣고는


"쌀국수! 나도 나도!"


라고 외치며 물 밖으로 뛰어나왔다. 젖은 몸을 수건으로 둘둘 감싼 아이들의 얼굴에 생기가 넘쳤다.

추억의 짠맛도 좋지만, 지금 이 순간 우리 가족의 코끝을 간지럽히는 진한 고기 육수 냄새와 푸꾸옥의 아침이 더할 나위 없이 없었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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