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푸꾸옥이야

여름날, 크리스마스 ep.13

by 씨이

오후 1시 30분

베이징의 무거운 공기를 뒤로하고 상하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경유지인 푸동 공항 게이트 앞에 앉아 다음 연결편을 기다리던 중, 간식을 먹던 아들이 뜬금없이 입을 뗐다.


"근데 엄마, 엄마는 왜 아빠랑 결혼했어?

솔직히 아빠는 배도 뽈록 나오고 피부도 할아버지 같은데,

우리 엄마는 이렇게 예쁜데!"


옆에서 듣던 딸까지 까르르 웃으며 '맞아, 아빠 뚱뚱해!'라고 거들자 나는 짐짓 억울한 표정으로 뒷목을 잡았다. 덕구는 내 불룩한 배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며 장난스럽게 속삭였다.


"그러게 말이야. 아빠가 엄마를 하도 쫓아다녔지"

"아닌데? 아닌데? 엄마가 아빠 먼저 좋아했는데?"

"자기야, 무슨 소리야 솔직히 말해줘 애들한테"


나와 덕구는 서로가 서로를 먼저 좋아했다며 투닥거렸고 그 모습이 웃겼는지 아이들은 엄마 편을 들면서도 엄마를 놀리고 싶어 움찔움찔한 표정으로 내 이야기를 들어주며 떠들어댔다.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에 베이징에서 쌓였던 피로가 조금씩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몇 시간 뒤, 푸꾸옥 국제공항의 기내 문이 열리자마자 베이징의 칼바람과는 전혀 다른 묵직하고 습한 열기가 훅 끼쳐왔다.


"와, 진짜 여름이다!"


아이들은 겉옷을 벗어 던지며 신이 났지만, 리조트로 향하는 택시 안에서는 하루치의 고단함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새 내 어깨와 덕구의 무릎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낯선 야자수 잎들이 우리가 정말 베트남에 왔음을 실감 나게 했다.


택시가 마침내 리조트 정문에 멈춰 섰다. 나는 조심스레 아이들을 흔들어 깨웠다.


"얘들아, 다 왔어. 눈 떠봐."


비몽사몽 잠투정을 하며 차에서 내린 아이들의 입이 순식간에 다물어지지 않을 만큼 벌어졌다. 로비 너머로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을 받아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커다란 수영장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기 때문이다.


"아빠! 저기 봐요! 진짜 수영장이 바다만큼 커요! 우리 진짜 여기서 자는 거예요?"


잠투정은커녕 아이들은 언제 졸았냐는 듯 환호하며 수영장 쪽으로 달려나갔다. 그 뒷모습을 보며 덕구가 내 손을 꼭 잡았다.


"오길 잘했다. 그치?"


우리는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베이징에서의 고생은 이제 정말 먼 옛날이야기 같았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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