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처음부터 다시

괜찮은 사람이면 좋겠어 ep.17

by 씨이

사실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거, 진짜 쉽지 않은 일이잖아.


생각해보면 나는 요즘 참 많은 걸 하고 있어.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말이야.

소소하게는 화장품도 꼬박꼬박 바르고, 좋아하는 향수도 뿌리고, 청바지도 새로 사고 면도기도 바꿨어. 집 청소도 거르지 않지. 심지어 매주 일요일은 '용모 단정의 날'로 정했어. 정해진 날에 손톱을 정리하고 염색도 하면서 나를 가꾸는 중이야. 조금 더 변하고 싶어서 러닝도 시작했고, 확언도 쓰고, 미라클 모닝까지 도전하고 있어. 살을 빼려고 매일 점심 도시락을 직접 싸서 다니는 정성도 들이고 있지.


나름의 변화는 분명히 있었어. 100kg이 넘던 몸무게가 90kg 초반까지 내려왔거든.

예전보다 건강에 예민해졌고, 몸도 확실히 가벼워졌어. 공부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고.


하지만 "엄청난 변화가 왔어?"라고 묻는다면 솔직히 아직은 아니야.

3~4개월 정도 애를 썼는데도 손에 딱 잡히는 결과는 아직 없거든. 목표했던 70kg대는 여전히 멀게만 느껴지고, 큰맘 먹고 옷을 사봐도 살이 덜 빠져서인지 내가 생각했던 그 느낌이 잘 안 나. 피부 좋아지려고 산 기계들도 쓰고는 있는데, 진짜 효과가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아.


그런데 말이야, 어쩌면 내가 바란 그 '드라마틱한 변화'라는 건 하루아침에 일어나는 기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어쩌면 지루할 정도로 반복되는 내 일상 속에 숨어서 아주 천천히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아무리 애써도 제자리걸음인 것 같을 땐 나도 모르게 마음이 조급해져.

거울 속 내 모습은 여전히 낯설고, 새로 산 옷의 핏이 마음에 안 들어 속상할 때면 '다 그만두고 예전처럼 편하게 살까?' 하는 유혹에 빠지기도 해. 자기계발이라는 게 생각보다 너무 피곤하고 쉽지 않아서 한숨이 푹 나올 때도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시 처음의 마음을 다잡아보려고 해.

결국 성과라는 건 계단식으로 온다는 걸 믿으니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답답함은 뒤처지는 게 아니라, 다음 단계로 훌쩍 넘어가기 위해 에너지를 꽉꽉 채우는 '임계점'의 시간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보는 거야.


어쩌면 자기계발은 단순히 겉모습을 바꾸는 기술이 아니라, 내 생활의 결을 하나하나 바꿔가는 과정 그 자체인 것 같아. 매일 도시락을 싸고, 일요일마다 손톱을 깎고, 확언을 쓰는 이 작고 끈질긴 행위들이 층층이 쌓였을 때 비로소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단단함'이 생기지 않을까 싶어.

설령 눈에 보이는 숫자가 당장 변하지 않아도, 그냥 그거면 된 것 같아.


화려한 결과가 당장 손에 잡히지 않아도 괜찮아.

처음 그 마음 그대로, 오늘도 묵묵히 해내는 거지.

진짜 변화는 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느린 걸음으로 오고 있을 테니까 말이야.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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