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된다는 것을 곱씹어 보면
어! 안돼!
22개월. 아이의 행동반경이 넓어질수록 "안돼"라는 말을 점점 더 많이 하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안된다는 것의 기준이 참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육자에 따라 그 기준이 달랐던 것. 엄마인 나는 빵을 달라고 하면 밥 먹어야 한다며 안된다고 했고, 아빠는 길가에 있는 소화기를 만져보려 하면 지저분하다며 안된다고 했다. 잠바를 벗는다고 하자 할머니가 춥다고 안된다고 했고, 소파에 올라가려 하자 할아버지가 위험하다며 안된다고 했다.
이중에 정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뭐가 있었을까? 사람마다 민감한 부분이 달랐고 아이는 혼란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육아도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여러 가지 책과 정보를 접하며 내린 결론은 '안돼'라는 말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것. 안전에 위협을 주는 위험한 행동, 공공예절을 지켜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자율성을 주기로 했다. 그래야 아이의 모험심을 지켜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외의 경우 물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 수영을 가르치는데 반해, 우리는 물가에 가지 말라고 가르친다는 예시가 와 닿았다. 아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아이가 성장할 기회를 빼앗고 있었던 듯했다. 아이의 모험심과 탐험심이 사라질까 두려웠다. 호기심조차 줄어든다면 속상할 것 같았다. 안돼!를 외치기 전에, 진짜 안 되는 것인지 한 번 더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러다 문득, 어른들에게 안된다는 것도 한 번쯤은 곱씹어 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 말고 나는,
모험심이 얼마나 남아있을까?
대학교 3학년 시절,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겠다고 하자 부모님은 걱정부터 하셨다. 인도도 아니고 미국이었지만, 여자 혼자 타지에 가는 것만으로도 불안해하셨다. 부모님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고민 없이 떠났던 나는 인생의 황금기를 보내고 무사히 돌아왔다.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하루하루 잊지 못할 경험과 성장을 했다. 그때 만약 부모님께 걱정을 끼쳐드리기 싫어 가지 않았다면 두고두고 후회했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세상을 향한 모험심이 남아 있었던 듯하다.
요즘은 좀 다르다. 누가 지나가는 말로 "그거 좀 위험할 거 같은데" 한마디만 해도, "그렇지?" 하며 그만둬 버리곤 한다. 래프팅을 하려다가도 누군가 급물살에 휩쓸린 사고 얘기라도 하면 '그래 하지 말자'가 돼 버렸다. 위험하다거나 하지 말라고 하면 그냥 안 하는 게 좋은 거지 생각해 버렸다. 10년 전에 비해 모험심이 거의 사라져 있었다. 새로운 것을 시도하지 않으니 일상도 무료해져 갔다.
사실 세상에 위험하지 않은 건 없는 법인데. 떡을 먹다가 체할 수도, 길을 걷다가 하수구에 빠질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떡을 먹지 않거나, 길을 걷지 않는 건 아니면서. 왜 래프팅이나 서핑이 해보고 싶을 땐 그렇게 쉽게 포기해 버린 걸까? 모든 일에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찾으면 끝이 없었고, 그 이유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 그저 반복되기만 하는 일상이 안전할 순 있지만, 나에겐 즐겁지 않았다.
안전하다는 이유로
새장 속의 새가 되지는 않기로 했다.
일반적인 것을 잃을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평범한 것에 만족해야 한다. – 짐 론
그래서 난 사소한 모험을 시도해 보기로 했다. 거창한 에베레스트산 등정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새로움으로 채우기로 한 것. 해보고 싶었으나 못 해본 것들. 물에 빠질 수 있다는 말에 겁을 먹고 하지 못했던 래프팅, 서핑. 남들과 달라지는 게 두려워하지 못했던 염색과 헤나와 같은 것들을 하나씩 해 보기로 했다. 조금의 위험을 감수하자 생각하면 바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하다가 금세 포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상모험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붙여서 해 나가고 있다.
안돼. 위험해. 하지 마.라는 말도 필터링해서 듣기로 했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떡 먹을 때 체하지 않게 조심해' 정도의 조언을 한 것일 테니까. 그런 말에 지레 겁먹고 떡을 아예 먹지 않는 바보짓을 저지르지 않기로 한 것이다. 모든 도전에는 리스크가 따르기 마련일 테니, 그 리스트에 너무 과하게 집착하지 않아야 했다. '진짜 안 해봐도 괜찮겠어?' 묻고, 진심으로 끄덕여지면 그때 포기하기로 했다. 포기도 내 선택이어야 후회가 없는 듯했다.
물론, 아이에게도 모험가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새로운 음식을 맛보고 싶으면 먹어보고, 소화기 감촉을 느껴보고 싶으면 만져보고, 소파 위에 기어올라 보고 싶으면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한 것. 아이가 칭얼할때면 고집을 부린다고 생각하곤 했었는데 '아 모험을 하고 싶은 거구나?'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 아이는 그런 마음이었을 테니까. 안 되는 일이 줄어들고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는 것만으로도, 일상이 점점 즐거워지길 바라본다. 아이뿐만 아니라 나도.
사소한 모험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다음편] 나에게 사이드 프로젝트란?
안녕하세요.
퇴사 후, 방황 중인 인생여행가쏭입니다.
100을 생각하지만 1만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글을 쓰면 10은 행동에 옮기지 않을까 싶어 글을 쓰고 있습니다.ㅎ
방황하는 1년의 시간이 허무하게 사라질까 두려워
[머뭇거림과 용기 사이]와 [일상모험 프로젝트] 글을 연재하고 있어요!
이후, 인생에서 가장 오래 머뭇거린 홈스타일링 도전을
준비 중이며 관련해 8월부터 새로운 연재할 시작 할 예정이에요!
(아직 집을 구하지 못해, 불투명 상태지만요ㅜ.ㅜ)
진짜 하나 안 하나, 궁금하신 분들은 구독 눌러주시고ㅎ
댓글도 환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