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는 현실이다

by 강이랑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아무 생각이 없다기보다는 자신의 편리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5초만 더 가면 될 것을, 바로 돌아가는 길을 놔두고 버젓이 화단을 가로질러 간다.

나무와 화초는 화단이라고 하는 자신의 공간을 자유롭게 누릴 권리가 있다. 그 안에서만이라도 활개를 칠 필요가 있다.


살다 보면 오직 자신의 욕망과 편리만 생각하고 타자의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침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좋은 직업을 가지고 있고, 다 큰 자녀가 있으며, 좋은 사람인 척 살지만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다. 게다가 이러한 행동을 반복한다.


옛이야기를 보면 과제를 부여받은 큰 형과 둘째 형은 수행하는 과정에서 실패하고, 막내가 성공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너무 성급하거나 오만하고 미숙한 큰 형의 모습도 작은 형의 모습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이는 나 자신의 모습을 상징한다고들 말한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막내라고 하는 스테이지에 이르러서야 사회에서 만나는 다양한 존재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고 살아갈 것인가를 터득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화단을 가로질러 가듯 다른 사람의 사적 공간과 시간을 침해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옛이야기에 나오는 첫째와 둘째 형 같은 단계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우리는 성인이 되어서도 이런 첫째와 둘째 형 같은 모습을 나 스스로 나도 모르게 보일 때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어린이 시기는 이 모든 시행착오가 허용되는 유일한 시기이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도 옛이야기에 나오는 첫째 형과 둘째 형과 같은 단계에 머문 채 시행착오를 되풀이하고 있다면 관계의 어긋남과 불편함을 스스로 감수할 필요가 있다.

주변에 있는 무례하고 오만하며 미숙한 존재가 내 공간을 함부로 침해한다면 내 쪽에서 거부하고 거절하는 자세와 태도 또한 필요하다. 내가 내 공간에서 내 권리를 누리며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보다 더 나은 공동체 구성원들과 사람다운 삶을 공유하기 위해서, 그리고 그 무엇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현실에서 마주치는 이런 사람들의 또 다른 특징은 타인의 선의를 너무 쉽게 바라고 요구한다는 데 있다.

자신의 화단과 뜰에 넘쳐날 정도로 많은 나무와 화초를 두고 있으면서도 그들을 돌보려고 하기보다는 남의 화초를 탐내며 타인이라는 화단과 뜰을 짓밟는다.


관계 속에서 이런 사람들을 마주칠 때는 에너지를 소모할 각오를 해야 한다. 이 관계 또한 나의 거울이고 내가 직면한 삶의 현장이고 현실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