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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Apr 16. 2024

세월호


올해로 세월호 10주기이다.


지나온 10년, 나는 무엇을 해왔을까.

말도 안 되는 그 이상한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어느 대학교 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나는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가는 어른이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 내가 당면한 문제, 내 상황에만 천착해 있었다.


보호받아 마땅한 어린이와 관련이 있는 어린이 문학을 전공하여, 어린이와 관련된 일로 돈을 벌고 밥을 먹고 면서 아이들이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으로 내몰리고 희생되어 가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있었다.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 후로라도 나는 무엇인가를 했어야 했다. 그 후가 벌써 10년이 되었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지 못한 어른의 한 명으로서 나는 무엇을 했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까. 내가 살아가야 할 이 땅에 대한 믿음을 잃는 것만큼 슬픈 일이 어디 있을까. 믿을만한 어른이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상황이 얼마나 막막할까. 나는 지금 어떤 어른인가.


지난 주 같은 공동체 멤버로 함께 책도 읽고 그림책도 보고 꿈이야기도 나누는 작가  김혜연 선생님이 쓴 『우연한 빵집』(비룡소, 2018) 북토크가 일산에 있는 어느 작은 책방에서 있었다. 『우연한 빵집』은 겉으로 드러내놓고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세월호 참사로 아픔을 겪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여러 번 책을 읽었지만 작가 선생님의 생생한 말은 또 다른 힘이 있었다. 함께 자리한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누며 세 시간을 함께했다.


10년 전 당시 안산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젊은 여성도 참여했다. 젊은이는 분노에 대해 말했다. 묵직하면서도 열기 띤 젊은이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내 내면을 건드렸다. ‘아닌 모습’의 사람과 ‘아닌 사회’, ‘아닌 상황’에 대해,  ‘아니다’라고, ‘그만해’라고 분명히 말하고 행동하고, 분노를 유발하는 바로 그 당사자들을 향해 따끔하게 분노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상 속 바로 내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이런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들 내면이 망가져가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겉으로 보기엔 번듯한데 내면이 망가진 사람들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문제는 발생한다. 나는 우선 그런 사람들을 알아보고 발언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다.


나도 알고 있을진대, 주변의 이런 어른들의 모습을 아이들과 젊은이는 오죽이나 더 잘 알아볼까. <벌거벗은 임금님> 이야기가 그냥 나온 게 아니다. 어떤 일의 결정권을 쥐고 스위치를 누르고 버튼을 누르는 자가 내면이 망가진 사람이 아닌 사회를 만들어야 아이들이 살고, 젊은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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