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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이랑 Dec 17. 2023

남산도서관과 석양과 무라카미 하루키

하루와 하루 사이


저녁 5시 남산도서관에서 책을 빌 나오는데 석양이 랗게 저물어간다. 태양의 노란빛은 석양에서 온 것일까. 한겨울 석양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지는 석양이 뿜어낸 빛으로 도서관과 공원 계단까지 노랗게 물들다. 찬바람이 몰아치는 한겨울 석양은 스스로도 아름답고 주변에까지 밝은 빛을 드리다.

샛노랗게 저물어가는 석양 속에는 하나의 색만이 아닌 분홍빛, 붉은 빛깔 오묘한 색이 함께 했다.


남산도서관 앞에 서서 한겨울 저녁 지는 해를 바라보는데 갑자기 스무 살 때의 내가 떠올랐다. 남산도서관 아래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던 나는 시간만 나면 남산을 오르기도 하고 도서관에 들러 아무 책이나 뽑아 읽곤 했다. 그때 무라카미 하루키를 처음 만났다. 새로운 세상이었다.


오랫동안 손을 놓고 있던 무라카미 하루키를 다시 손에 든다. 독서모임에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읽기로 했는데 남산도서관에 원서가 있다. 스무 살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으면서도 다르다. 여전히 불확실한 삶을 살고 있고, 벽으로 둘러싸인 듯한 폐쇄감을 주는 도시에 살고 있다. 그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라고 하는 불확실함이 두렵다. 나 자신에 대한 불확실함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노란 석양빛을 본 오늘의 나는 또 다르다.


나는 외면은 추레할지언정 그래도그래도 내면의 빛이 아름답게 저물어가는 사람이고 싶다. 주변에 빛을 드리우고 저물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카페에 들러 즐겨 마시는 차 티백을 사서 나오는데 시베리아 벌판에서 휘몰아치는 것 같은 매서운 바람에 카페 문을 열기가 힘들다. 바람을 주의하라는 경고문도 적혀있고, 익히 알고 있던 터라 조심하며 온몸으로 유리문을 밀었다. 언제 뒤따라온 것일까. 앳된 여자 대학생 두 명이 "여기 문은 너무 오바야. 감사합니다." 연신 인사를 한다. 그렇게 역을 향해 걷는데, 티백 차를 담은 종이봉투가 찢겨 있다. 가슴에 안고 온몸으로 밀다 보니 봉투가 찢겨진 것이다. 진짜 오버일 정도로 문 열기 힘들었구나. 학생들 말이 틀리지 않았다.


차가운 공기 속을 쾌하게 내딛으며, 빛이 되는 일 하나했다, 며 스스로 좋아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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