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작은 그림책도서관에서 모종을 얻어와 키운 박하꽃이 연보랏빛 꽃을 피웠다. 하지만 이 박하꽃은 내가 처음에 심은 박하가 아니다.
나는 나의 불찰로 처음 박하꽃을 모두 죽이고 말았다. 5월 말 2주간의 오사카, 교토 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가장 먼저 박하를 확인했다. 옆집 분이 물을 잘 주어 화분의 박하는 작은 숲처럼 무성했다. 하지만 문제는 진딧물이었다. 무성한 박하 잎사귀를 들춰보니 진딧물 또한 가득했다. 무슨 그렇게 성급할 게 있다고, 늦은 시각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나는 2주간 돌보지 못한 미안함을 보상이라도 하듯이 곧바로 냉장고에 넣어둔 식초를 꺼내 물을 부어 희석시킨 다음에 박하 잎사귀에 뿌렸다. 다음 날 외출할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가보니 박하는 쌩쌩했다. 그리고 일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박하가 시들시들 죽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처음 그림책도서관에서 얻어온 박하는 모두 죽고 말았다.
박하에게도 미안했고, 내가 없는 동안 꼬박꼬박 물을 준 옆집 이웃에게도 미안했다. 흙땅도 아닌 얕은 화분의 흙에 아무래도 내가 식초 농도를 너무 세게 한 탓인 듯했다. 나는 죽어가는 박하를 다 뽑아내고, 화분에 몇 차례 물을 부어준 다음에 옆 화분에서 어느새 크게 자란 분꽃 모종을 뽑아 그림책 도서관을 향했다. 사서 선생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박하를 몇 그루 더 달라고 간청했다. 사서 선생님은 자신도 키우면서 바람이 잘 통하는데에 두면 진딧물이 꼬이지 않는데 집 안에 둔 화분에는 진딧물이 꼬일 수 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분꽃 모종과 그림책도서관 뜰에서 잘 자라고 있던 박하를 교환해 얻어와 우리 집 화분에 심었다. 진딧물은 화분에 박하를 심은지 3일쯤 지나자 다시 꼬였다. 나는 이번에는 아무리 진딧물이 많이 꼬인 박하 줄기라도 하나도 뽑아내지 않고, 화장지나, 작은 막대기, 물티슈 등을 이용해 틈틈이 퇴치했다. 그렇게 40여 일이 지나자 박하가 아름다운 연보랏빛 박하꽃을 피웠다.
어제, 오늘, 박하 잎사귀를 들춰보니 진딧물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불을 켜고 한 마리를 잡아 퇴치했다. 사서 선생님 말씀대로 장마 기간 동안 분 바람 덕분이었을까. 아니면 진딧물이 가실 때가 되어서 그런 것일까. 어쩌면 어제오늘만 그렇고 또 내일이 되면 다시 진딧물이 꼬일수도 있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5월 말 막 일본에서 돌아왔을 때 아무리 진딧물이 많이 꼬였더라도 나는 너무 그렇게 호들갑 떨지 말고 가만히 좀 지켜봤어야 했다. 신중했어야 했다.
그림책도서관에서 간청해 얻어올 때 달개비 한 줄기도 함께 따라왔는지, 박하 화분에 달개비가 줄기를 뻗쳐 박하꽃과 같은 연보랏빛 꽃을 피웠다.
매일매일 박하 화분을 볼 때마다 처음에 얻어와 뿌리를 내리고 줄기 가득 잎사귀를 틔워 내게 박하차 맛을 알게 해 준 나의 첫 박하를 떠올린다. 그리고 나의 불찰을 떠올린다. 나는 어리석음을 다시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나의 불찰을 기억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