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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을 보고 왔습니다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전에 줌으로 하는 독서 모임을 마치고, 점심을 든든하게 챙겨먹고, 녹차를 마시고, 집에서 전철로 6분 정도 걸리는 극장으로 쉬엄쉬엄 향해, 도착해서 1분 뒤에 시작하는 표를 끊어 보고 왔다.


다 보고 난 소감은 미키의 엄청난 생명력이란 상징성이었다. 미키가 극한 상황에 처해 죽고 다시 살아나고, 다시 극한 상황에 처해 죽고 다시 살아나 17번째, 18번째에서는 분화를 보이는 면에서 보더라도 그렇지만 친구 티모와의 관계를 봤을 때 더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았다.


미키가 티모와 그냥 어울리는 것이 아니었다. 티모와 그냥 동업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회 속에서 내가 함께 하는 친구 관계는 때로 서로의 거울이 되기도 하는데, 미키와 티모가 여러 면에서 서로 다를지라도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소유자라는 면에서는 둘 다 같았다. 극한 상황에서 미키도 티모도 끝끝내 살아내고야마는 아주 독한 면모를 지니고 있었다.


미키 17의 상황에 초점을 맞추어본다면 지구란 사회 속에서 실패한 미키가 행성에서 마주친 여러 모성성(외계 생명체이자 행성 원주민인 크리퍼마저도)의 도움을 받으며 생명에너지인 리비도를 획득하는 이야기로 읽혔다.


한편 지구에서 친구인 티모와의 소년기적인 친밀한 협력관계를 거쳐 행성에서는 진정한 자기를 찾고 자기 존엄을 회복하는 청년기로 이행하는 통과의례적인 작품으로도 읽혔다.


환청, 환영, 환시 혹은 착시, 분열적인 상황이 곳곳에 보이는데 이로 인해 미키의 내면이 파괴되어 가는 것이 아닌 통합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다행이었다.


행성에서 다시 한번 생명의 위험에 직면하고 정신 건강에 이상이 오는 상황에 직면하여 영화는 더 이상 친구나 종교가 아닌 사랑하는 존재, 분화된 자신 안의 또 다른 강인한 자아, 생명존엄을 지키고 있는 외계 생명체와의 교류를 통해 말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지구에서는 동업자였던 미키와 티모가 행성에서는 각자의 특성을 살려 살아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나 또한 한 명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자기 몫을 하며 사는 것, 공동체 일원으로서 제 역할을 하면서 사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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