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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번의 투고 후 계약

하루와 하루 사이

by 강이랑


브런치에 <도서관 순례자>란 제목으로 연재했던 글을 작년 2월부터 6월까지 4개월간 꾸준히 투고 활동을 하여 103군데까지 투고했을 무렵 홍림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 그 후 계약을 진행했다.


2022년에 좋은생각에서 나온 첫 번째 책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는 53군데 정도에 투고했었다. 이번에는 두 배나 많은 에너지로 투고하여 결실을 맺었다. "죠리퐁~" 때에는 에세이 투고가 처음이라서, 우선은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어린이문학 관련 출판사들의 문을 두드렸었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경우도 있어서 모른 척하지는 않았지만 열린 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첫 발을 내딛는 상황이었고, 무슨 첫 시작이든 시작하기 전까지 주저하거나, 그 어떤 매개체나 연줄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의 경우는 모두 결실로는 이어지지는 못하고, 헛걸음이 대부분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이런 활동 또한 그다음으로 나아가는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은 확실하다.


두 번째 투고 활동인 <도서관 순례자> 때에는 그래서 좀 자발적으로 나아가고 싶었다. 먼저 내가 투고할 글들의 목차를 정리하고, 출판사 리스트를 뽑기 시작했다. "죠리퐁~" 때에는 인터넷상에서 에세이를 투고할 수 있는 출판사 리스트를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1, 2년 사이에 출판사 리스트를 알려주었던 사이트에서도 함부로 출판사 투고 이메일을 공개할 수 없는 상황으로 바뀌어있었다. 두 번째이고, 품이 들고 시간이 걸릴지라도 어디 한 번 내 힘으로 하나하나 부딪혀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서점과 도서관에 갈 때마다 에세이 서가에 가서 책들을 살펴보고 출판사와 이메일 번호를 하나하나 메모하여, 매주 월요일마다 대여섯 군데 출판사에 이메일을 보내는 작업을 시작했다. 투고 작업을 해보니 경험 상 9일 이내에 연락이 오지 않으면 더 이상 연락이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처음에는 한 군데나 두 군데 보내놓고 무한정 기다리기도 했지만, "도서관~" 때에는 월요일로 정해놓고 주로 아침 시간에 투고 작업을 했다.


50군데가 60군데가 되고, 90군데가 되어가자, 그래 100군데까지 해보자는 마음으로, 100군데가 넘어가자 에잇, 105군데까지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있었는데, 103군데 투고할 즈음에 홍림출판사와 연락이 닿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나는 어쩌면 105군데로 넘어갈 때, 그래도 110군데까지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인지하지 못 하는 상황 속에서 나의 심신은 지쳐가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첫 번째 책인 <죠리퐁은 있는데 우유가 없다>에 이어 홍림출판사에서 올 상반기 출간 예정인 두 번째 책 제목은 <어느 가난한 연구자의 도서관 순례기>(가제)이다. 가제여서 제목이 바뀔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지만, 뭔가 첫 책에 이어 두 번째 책마저 '가난' 코드가 들어가다 보니, "연민 책" 시리즈를 내는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은근히 들기도 한다. 하지만 또 이것이 나의 현실이기도 하다. 첫 번째 책이 나오고 3년이 지났지만 크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덕분에 3년을 무사히 살아왔고 더 나빠지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좁았던 나의 시야와 행동 반경과 관계성에서는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다시 봄이 찾아왔다. 새 봄의 기운을 받아 나 또한 다시 시작한다.


봄볕에 막 피어오른 노란 영춘화
가장 먼저 봄을 알린 황금빛 크로커스 꽃
뒤따라 올라온 백색의 크로커스 아기 꽃봉오리
활짝 핀 크로커스 꽃
KakaoTalk_20250319_082225997.jpg 그리고 만개한 태양빛 복수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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