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와 하루 사이
이경재 작가의 <아빠, 비상계엄이 뭐예요?>(손이아 그림, 홍림출판사, 2025)를 읽었다. 얼마나 시의적절한 책인지.
이 책은 초등학교 5학년 아들과 아빠의 대화로 진행된다. 큼직큼직한 글씨체, 이해를 도와주는 그림 이미지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가독성을 높여준다.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등장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린 독자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되어 있지만 나 같은 사람이 읽어도 충분히 흥미로웠다.
며칠 전에 전철을 탈 때 이 책을 읽고 있는데 옆에 앉아있던 젊은 학생이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무슨 책이냐고 물어봐서 표지를 보여주었다.
첫 시작은 우리 모두가 깜짝 놀란 작년 12월 3일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뉴스 속보로 시작된다.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아들이 아빠에게 말한다.
아빠, 텔레비전에서 대통령이 '비상'이라는데요?
네가 맨날 말을 안 들으니까 비상이지!
아, 그런 게 아니라 이리 와봐요! (p.16)
정말 그랬다. 이게 무슨 일이지.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상황이었다.
아빠, 비상계엄이 뭐예요? 무서운 말이 막 나오는데, 망국은 뭐고, 패악질은 뭐고…….
잠깐만, 아빠도 상황이 이해가 안 가서, 뉴스를 더 들어 보자.(p.17)
12월 3일 나 또한 똑같은 하루의 시작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지인들과 독서모임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은 얼마나 더 놀랐을까.
책은 '1, 비상계엄을 선포합니다'로 시작하여, '4.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 '5. 민주주의를 지킵시다', '6. 올바르고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 '10.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은…' 등 총 10 쳅터로 구성되어 있다.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나서부터 중요한 순간순간의 일들이 사실을 바탕으로 기술되어 있어서 당시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면서 자연스럽게 집중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주요 비상계엄 사건들", "6월 민주항쟁", "공수처", "헌법재판소", "국수본" 등 알고 있어야 할 중요한 전문적인 내용도 짚어주고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각 쳅터 마지막의 <퀴즈 타임>도 좋았다.
책 마지막 부록으로 2025년 4월 4일 금요일 오전 11시 22분에 탄핵이 인용된 탄핵 심판 전문이 실려있어서 그때 당시 몇 번이고 영상으로 돌려보곤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한 글자 한 글자 다시 읽어보았다.
몇 달간 우리나라를 휩쓸었던 비상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되찾은 안도감과 더불어, 나 또한 여의도와 광화문 집회에 참석하거나, 시간이 날 때마다 유튜브로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진행 상황을 시청하면서 가졌던 궁금했던 점 등이 정리되어 있어서,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두루두루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