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와 현실 사이의 구름
"네 이름 나샤래."
그들이 연신 부르며 축복했던 이름 중 하나는 나의 것이었다.
내 이름이 너무 어려웠던 마사이 어른들은 신부 이름을 짓는 김에 내 이름도 같이 지어주기로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것은 '비와 함께 찾아온 이'라는 뜻이라고 했다.
비 한 방울 떨어지지 않던 마사이 땅에 내가 온 날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비는 생명이자 축복이야, 나샤."
짐승 울음소리 노래를 부르던 팅기팅기가 슬쩍 귀띔을 해주었다.
그렇게 2013년의 마지막 날, 내 이름은 나샤가 되었다.
초원 속에서 오토바이는 풀을 뜯는 임팔라와 가젤, 얼룩말 그리고 누떼 가운데를 신나게 질주했다.
조은수,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