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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비수 Feb 06. 2022

사바나의 밤

허구와 현실 사이의 구름

illustration by tobysoo


"빅터, 오늘이 마지막인데... ... 역시 안 되겠지?"


 초원에서 지내는 그간 나는 밤마다 빅터와 팅기팅기를 들들 볶아왔다. 

이렇게 예쁜 밤하늘을 보면서 밖에서 자고 싶은데, 하이에나가 나온다고 하루도 빠짐없이 거절당했던 것이다.

 나는 아직도 초원 풀밭에 드러누워 자는 환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였다.

빅터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처음으로 못 이긴 듯 오케이 사인을 내려주었다.


"그래, 그럼. 이 부근에는 하이에나가 많이 없으니까."





"잘자, 모두들!"


사실 고모들이 담요를 깔아주어서 정말 다행이었다.

초원의 밤은 한 겨울 같아서 밖으로 내놓은 얼굴이 얼어붙을 듯 시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다행히 고모들 덕분에 몸은 춥지 않았다.


 나는 금새 달콤한 잠에 빠져들었다.


 잠결에 짐승 울음소리를 들었다. 하이에나인가 싶어 번뜩 눈을 뜬 나는 그 순간, 막 떨어지고 있는 별똥별을 마주쳤다.

 '사바나 초원 한복판에서 하이에나가 나올까 봐 무서워하면서 잠을 자고 있다니, 나는 참 살다 살다 별 걸 다 하는군.'


다시 감기는 눈을 뜨려고 애쓰며 떨어지는 별똥별을 셋다.

14개를 넘기지 못하고 다시 스르르 잠이 들며 나는 중얼거렸다.

 나는 살아있다. 나는 살아있구나.



 조은수, <스물셋, 죽기로 결심하다> 중에서



지금 여기, 한국도 한파로 추운 날씨이다.

어제는 휘몰아치는 바람에 머리 위로 덮어쓴 패딩 모자가 벗겨지기도 하였다.

혹시 있을 지 모를, 아프리카에서의 위험한 순간에서의 죽음도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고

편도 티켓 한장 들고 머나먼 타국으로 떠난 조은수 작가.


그녀의 용기있고 과감한 도전에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이란 생각을 하면서도

책 중간중간 느끼는 그녀의 감정, 혹은 감성은 

오랜 시간 우울에 빠져있던 인간의 공감을 툭툭 건드렸다.


마냥 이국의 풍경과 새로움에 감탄하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떠올리며

기겁을 하기도 하고, 당차게 앞으로 나아가기도 

슬픔에 빠지기도, 다시금 한국에서의 자신도 받아들여가는 과정을 보는 듯 하였다.


여행의 미덕은

새로운 곳에서 만나는 또 다른 새로운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데에

스릴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결국 돌아가야 하는 반복되는 일상 속 나의 모습도 

그 의미와 존재에 대해 

다시금 소중함, 혹은 어떤 깨달음을 얻게 되는 그 묘-한 기분... ... .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속으로 외친다.

'떠나고 싶다!'


어디에 있든

결국 나 자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것.

눈을 뜨고 아름다운 자연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나의 존재는 숨을 쉬고 기뻐한다는 것.

살아있다는 의미.

다시금 2022년 새해의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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