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약간은 더운 듯한 봄이다.
출근하려고 나서는데 엄마가 " 나 내일 남해가 ~" 하신다.
급히 나가느라 "응, 알았어~" 얼른 대답하고 나갔다.
퇴근 후 집에 오니
엄마는 고향에 가실 생각에 마음이 즐거운 것 같다. 얼굴의 광대가 봉긋해있다.
엄마의 고향, 남해는 나도 휴가 때이면 즐겨 찾는 곳 이다.
'다랭이 마을, 남해 바다, 재래 시장 골목, 이모네 집, 그리고 할머니가 계셨던 금석 마을, 바람, 하늘... ... .'
특별한 관광장소가 아니더라도
그저 자연과 추억 속에서 마음이 편안해 진다.
퇴근 후 식탁에 앉아, "엄마 내일 남해가~?" 라고 다시 말을 걸어본다.
"응~ 남해에서 펜션하는 친구있잖아~ 거기서 지내고, 고향 친구들 넷이 같이 가~"
"그럼 언제와~?"
" 금요일 아니면, 이모네 집에도 들렸다가 오면 토요일?"
"응 ~ 천천히 놀다가 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생가가 있던 금석 마을에는 할머니의 작은 산소가 있다.
재작년에 아빠, 엄마와 셋이 갔었다.
배와 마른 생선, 소주를 두고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와의 가슴 뭉클한 추억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에 가끔 시골에서 할머니가 올라오셔서, 집에서 같이 지내는 동안
소파에 누워계신 할머니 옆에 앉아 말동무를 하는 소소한 편안함이 있었다.
내 기억 속에 할머니는
호박젤리를 좋아하셨고, 삼겹살에 소주, 숭늉을 참 좋아하셨다.
바느질을 참 좋아하셔서, 그 때 당시 키우던 강아지 세나의 진주목걸이와 장난감도
만들어주셨다.
한 겨울에는 할머니와 함께 공원에 갔는데, 그 때 신기하게도 할머니는 세나를 담요에 싸서 같이 데리고 나가자고 하셨다.
세나한테 "할머니 오셨어~ 할머니한테 가서 뽀뽀해드려~~" 하면
세나는 얼른 할머니 입술에 뽀뽀를 쪽! 해드렸다.
할머니는 내심 썩 좋아하진 않으셨지만 그래도 그 소중한 입술을 세나에게 내주셨다.
그리고 옷소매로 입술을 얼른 닦으셨다. ^-^;
이상하게
할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은 마음이 참 편안했다.
안정된 느낌.
살아계실 땐 할머니가 엄청 좋구, 그런 마음은 아니었는데
돌아가시고 나니 할머니가 많이 그립다.
금석 마을 어느 곳, 할머니 산소에 가면 주위에 가느다란 꽃이 피어있었다.
갈 때마다 종류는 다 달랐는데
느낌에 할머니가 꽃으로 피어나신 것 같았다.
그 꽃을 사진에 담아본다.
다시 발길을 돌려, 내가 사는 동네로 돌아와
탄천을 걷다, 풀밭 위에 핀 가느다란 보라빛 제비 꽃을 볼 때면
또 다시 할머니가 떠오른다.
정확히는
햇살과 흙냄새, 풀 향기, 벌레 우는 소리, 은은한 공기로 둘러 쌓였던
금석마을 어느 모퉁이
할머니 산소의 기억과 함께.
무덤 앞이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 진다.
나도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겠지.
언젠가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