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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비수 Jun 08. 2022

Face

허구와 현실 사이의 구름

illustration by tobysoo


대학생 때 영문학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영문학과 친구가 있어, 같이 수업을 듣곤 하였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7과목을 듣고, 부전공으로 이수해버렸다.


당시에 미국에서 새로 오신 교수님 한 분이 계셨는데

그 분의 "문학" 수업이 참 좋았었다.


어쩌면, 대학 졸업 후 어렵사리 회사를 다니며 조직 생활을 해나가려했지만

가슴 한켠 허전함을 느꼈던 건...


문학 수업을 들으며

내 머릿 속을 스쳤던 수많은 '인물들의 감정과 장면'들을

더 구체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으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쓸쓸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러다 결국 하고 싶은 것을 하기로 결정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주중에 하고,

주말이면 화실에 가서 그림을 그렸다.




<The Great Gatsby>

이 그림을 그릴 때의 나는 어떤 얼굴이었을까?


몽롱한 시선으로 꿈 속에 있는 듯한 Daisy.

콧대 높고 도도한 Jordan Baker.


약간은 거리를 두고 주변 인물을 바라보는 Nick.

자신이 가진 재산과 힘 밖엔 자랑할 게 없는 Tom.


거센 파도가 와도 끝없이 노를 저었던 Gatsby.

하지만 그 끝에 그가 가진 건 뭐였을까.


겉으로는 많은 것을 가진 듯한 얼굴들.

하지만 그 속의 텅 빈 시선과 결핍.


어쩌면 나도 마음 속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환상을 보고, 듣고, 

내 마음을 그리며

그렇게 지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무언가를 추구하는데

그 무언가의 실체를 아직은 잘 모르겠다.


하루하루.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하고 싶은 것을 꾸준히 실천하자.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그 실체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을까

그럼 내 눈도 '무언가'를 볼 수 있지 않을까


and, 

'지금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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