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여행사이, 어딘가
어제는 오랜만에 탄천을 걸었다.
습하고 무더운데도 많은 사람들이 열심히 걷고 있었다.
나도 팔을 휘저으며 씩씩하게 힘있게 걸었다.
퇴근 후 지친 몸인데도
무거운 가방을 내려놓고
가벼운 옷과 경쾌한 운동화로 갈아입고
자연 속으로 들어오니
조금은 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름 밤은 이상하게 낭만이 있다.
후덥지근한 와중에도
묘한 공기가 흐른다.
경쾌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곤 한다.
여기에 시원한 '바람'까지 분다면 정말 좋겠지만
어제는
덥고 짜증나는 이상한 기분에도 불구하고
짐을 내려놓고 '일단 걸었다'는 사실에
토닥토닥 해주고 싶다.
하루에 하나.
퇴근 후, 나를 위한 무언가를 선물하고 싶다.
남을 위해 하루 반나절을 보낸 내게
하루의 남은 시간은
온전히 나를 위한 한 시간을 채워주고 싶다.
그건
운동이 될 수도
가볍게 탄천을 걷는 걸 수도
이렇게 글을 쓰는 걸 수도
그림 한 장을 그리는 걸 수도
하니와 룰루랄라 하는 걸 수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티비를 보며 몸을 쭉쭉 피는 걸 수도 있겠다.
나답게 살고 싶다.
나란 사람이 처음부터 가지고 있던 의미.
그 의미를 찾아서
이 여름 밤, 글이라는 선물을 내게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