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여행
나는 사계절 중 봄을 가장 좋아한다.
약간은 추운 초봄에 태어나기도 하였고, 꽃송이 날리는 노곤노곤한 공기와 바람 속에서
편안한 행복감을 느낀다.
되돌아보면
나에게 행복이란 그런 한 순간. 한 순간. 이었다.
순간의 풍경, 공기, 바람, 기분, 햇살. ... ... .
그런 순간들이 있었기에
용기와 안정, 힘을 얻어서 살아올 수 있었다.
작년 3월, 엄마의 고향인 남해 여행에서도 그런 따스한 순간들과 함께 했다.
이제 막 봄 기운이 스멀스멀 찾아온 금석마을.
바람도 슝슝-
오리털 파카로 덮었지만,
햇살과 이모의 잔 정
봄 꽃같은 할머니의 숨결이 살아있는
마을을 바라보며
오랜만에 행복했고, 편안했다.
동네에 화가가 산다는 이모 친구의 얘기를 듣고, 그 곳으로 향했다.
그림도 구경할 겸 잠시 들렸는데
주인은 인심좋게도 문을 열어 둔 체 집을 비우신 상태-
너무나 급했기에
뒷간을 빌려 잠시 볼일을 봤다.
작업실 책상 위 스케치북도 슬쩍 넘겨본다.
까페 같은 공간 속
손으로 빚은 듯한 찻잔도 만져본다... ... .
밖으로 나와 풍경을 담아본다.
그 곳에도 봄은 오고 있다.
작은 가지들 사이사이
고개를 든 꽃봉오리
흙 위로 올라온 연둣빛 풀 잎.
따뜻하다.
모든 것이 따스하다.
햇살도,
하늘빛 지붕도
그 안의 모습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