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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Sep 29. 2023

교실에서 별을 만나다

written by 문수정, 최경희



 

현직 교사 두 분이, 특수교육 대상에 속하지는 않지만 특별한 관심과 지도를 요구하는 아이들을 위해 기록했다.


필자의 말에 따르면 의학적 행동치료 모델인 ABA와 미국에서 시행 중인, 문제행동을 낮추는 긍정적 행동지원 PBS를 활용했다. 치료적 세팅과 같은 중재환경은 아니었지만, 유의미한 결과와 시사점을 얻었다고 한다.  


행동치료를 기반으로 하는 만큼 공감이나 마음 읽기에 대한 부분은 강조되지 않는다. 그런데 바로 그 부분 때문에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행동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심리적으로 이해하는 일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행동’에 초점을 두고 이해해야 한다.”는 필자의 말. 이 말은 문제 학생이 아니라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으로 바라보자는 방향성을 담고 있다. “얘는 고집이 세고 말을 안 들어.”가 아니라 “교사가 지시한 말을 5초 내에 따르지 않는다.”라고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문제행동을 중재할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문제행동 자체가 아닌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환경에 집중한 점도 인상적이었다. 필자의 말에 따르면 “문제행동은 이미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발생하기 쉽다. 물론 문제행동의 일어난 동기를 파악하는 과정은 필요하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누군가의 관심을 받고 싶거나(관심 추구), 단지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나(회피), 그런 행동을 하는 자체가 좋아서(감각 자극 추구) 일어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행동이 일어난 환경을 알고 문제행동의 동기를 파악했다면 문제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행 사건을 조절해야 한다. 핵심은 문제행동이 나온 후가 아니라 문제행동이 나오기 전이다. 한마디로 문제행동을 예방하자는 것이다.


대체로 문제행동 대응 전략을 찾는 일은 ‘적절한 환경 만들기’라는 퍼즐 조각을 맞춰가는 것과 비슷하다. 퍼즐을 맞추다가 조각을 잘못 끼우면 다시 찾아서 끼운다. 그런 실패를 이어가면서 해결책을 찾는 것과 같다. 이것은 시간이 걸리는 것 같지만 가장 빠르고 손쉬운 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의 일관성 없는 반응을 줄이고 문제행동을 예방하는 전략이 된다. P107


환경 설정의 첫 번째 단추는 기대행동을 담은 규칙을 세우는 것이다. 이 규칙은 측정 가능할 수 있게, 구체적으로, 부정어가 아닌 긍정어로 기술되어야 한다. “실내에서 뛰지 않기”가 아니라 “복도에서 걸어 다니기”, “친구를 때리지 않기”가 아니라 “친구가 하지 마라고 하면 행동을 멈추기”, “친구에게 명령하지 않기”가 아니라 “친구에게 ~해줄래?라고 부탁하기”와 비슷하다.


다음에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도록 적절한 대응방안을 정해 놓아야 한다. 가령 아이가 교실 이탈하려 한다면, 처음에는 아이에게 수신호를 보내고, 그다음에는 아이 앞으로 가서 단호하게 “자리에 앉아”라고 얘기하고 마지막은 부모님에게 전화하는 척하는 것이다.


대응방법은 문제행동에 따라 다양하다. 아예 무시를 할 수도 있고, 아이에게 선택권을 줄 수도 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행동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행동을 제시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을 방해하는 아이가 있다면, 아이가 가지고 놀 수 있는 놀잇감을 제공할 수 있다. 조건은 혼자서 조용하게, 다른 아이들이 방해되지 않도록. 나아가 대체행동을 기대행동으로 바꾸는 과정도 필요하다. 교실을 이탈하는 아이에게 40분 동안 앉아 있기와 같은 기대행동을 확인하고, 이를 지킬 경우 상점을 주는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장에는 문제행동을 중재하는 과정이 단계별로 정리되어 있다. 정리하면…

 

1단계. 행동관찰  

문제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Ex1) 별이가 수업 시간에 교실을 이탈한다.  
Ex2) 별이가 다른 친구들을 때린다.


2단계. 기능적 행동 평가

행동을 범주화하고 분류하는 과정이다. 문제행동이 어느 정도로 이루어지는지 단계별로 분류하고, 어느 시간대에 얼마나 자주 문제행동이 일어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문제행동을 하기 전 상황과 이후 나타나는 문제행동과 이에 따른 결과도 분석해야 한다. 목적은 문제행동의 패턴을 알아내는 것.
Ex1) 교실 이탈은 주로 3교시에서 5교시에 빈번하게 나타나며, 이유는 지루한 수업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Ex2) 공격 행동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일어나며, 아이들의 관심을 얻기 위해 발생한다.  


3단계. 중재 계획

구체적으로 목표행동을 정하고 중재 계획을 세운다. 목표행동은 문제행동 패턴을 중심으로 가장 시급한 것부터 하나씩 진행하며, 목표행동을 아이에게도 지속적으로 주지 시켜야 한다. 목표행동을 하기 위해서는 문제행동을 대체행동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이 필수다.
아이가 중재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일일점검카드를 활용해 문제행동을 멈췄을 경우 상점을 주고, 부모님과 협의 하에 상점이 모이면 장난감과 같은 선물을 주기도 한다.
Ex1) 교실 이탈을 막기 위해 색칠하기나 종이접기 같은 다른 대체행동을 제공해 교실에 머물도록 한다.
Ex2) 별이가 공격행동을 보이려고 할 때 교사가 신호를 보낸다. 대체행동으로 별이에게 10초 동안 열을 세는 것을 가르쳐주거나 위클래스에서 안정을 취하도록 한다.


4단계. 수정 및 재계획

목표행동을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알려주고, 상황에 맞춰 목표행동을 수정하면서 진행한다.

 

나는 스무 명 이상의 아이들을 맡은 선생님도 아니고, 오로지 한 아이를 기르는 엄마로서, 이 책에 나온 행동지원 프로세스를 적용해 볼 이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특수교육 대상자는 아니지만 여전히 관심과 지도가 필요한 아이. 나는 내 아이가 경계에 있다고 느낀다. 여기도 저기도 속하지 않는 경계. 아이는 전형적인 자폐 스펙트럼과는 거리가 있고, 굳이 얘기하면 마일드한 자폐 스펙트럼이라 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바르게 키우기 위해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건 자명하다.  




엄마로서 이런 선생님이 계셔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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