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리 Sep 15. 2023

나는 당신의 숙제가 아니에요

written by 김성남 




장애가 없는 사람이 무언가를 모으면 ‘수집’이라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이 무언가를 모으면 ‘집착’이라고 합니다.
장액 없는 사람이 앉아서 다리를 떨면 ‘습관’이라고 합니다.
발달장애인이 의자에 앉아 다리를 떨면 ‘상동행동’이라고 합니다.  




서문의 글이 인상적이다.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장애’라는 이름에는 그에 합당한 이유가 존재할 것이다. 신체적 장애이든 정신적 장애이든 이들을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애’가 한 사람의 모든 것을 설명하는 단어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작가가 말했듯 ‘장애인이기 전에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혹은 지적 장애라는 단어로 사람을 판단한다. 여기에는 선입견과 편견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사람들은 장애라는 꼬리표가 붙은 사람을 만나기도 전에 철저히 배제하고 차별한다. 장애 이전에 사람으로서 가능성은 무시당한다. 


책을 쓴 작가도 이 점을 지속적으로 언급한다. 발달장애인에게 좋은 시설이나 장소를 제공하여 ‘그들만의 갈 곳’을 만들어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발달장애인에 대한 마음속 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말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에게 세상을 가르쳐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와 반대로 세상에게 장애가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입니다.


나와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을 받아들이고, 가까이 다가가는 것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일입니다. 다르게 말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의 장애를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발달장애 당사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첫 단추는 발달장애에 대해 더 많은 대중에게 ‘제대로 알려내는’ 일입니다.  


짜임새가 있는 책은 아니다. 솔직히 말하면 특수교육학 현장에서 오랜 기간 많은 아이들과 가족들을 바라보며, 장애인 중에서도 가장 소외되기 쉬운 발달 장애인의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터무니없이 부족한 중증 발달 장애인 지원 정책에 대한 아쉬움과 온갖 어려움을 감당하고 있는 발달 장애인 가족에 대한 미안함이 뒤섞여 있다. 아마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거칠기는 하지만, 발달 장애인에 대한 진정성이 잘 드러나는. 


발달장애인의 삶은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 혹은 청각장애인과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의 장애입니다. 이 때문에 부모조차 그 장애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가 더욱 쉽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의학적 치료가 아닌 교육과 양육의 출발점인지도 모릅니다. (중략) 아이가 장애와 함께 살아도 행복할 수 있는 그런 교육이 필요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스퍼거 증후군이 아닌 척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