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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리 Nov 05. 2021

루크 잭슨 Luke Jackson

별종, 괴짜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

루크 잭슨: 이 책을 쓸 당시 열세 살,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남동생 둘은 ADHD와 ASD 진단을 받았다고 한다.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현실적인 불편함,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팁을 소개한다. 2016년 이 책의 속편 격인 [Sex, Drugs and Asperger’s Syndrome(ASD)]을 집필했으나 한국에서 출판되지는 않았다.
https://www.facebook.com/lukejacksonautism/


나의 특이한 점은, 어떤 사람들은 장애라고 부르지만 나는 재능이라고 부르는 것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별종, 괴짜 그리고 아스퍼거 증후군]은 아스퍼거 증후군 당사자인 루크 잭슨이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하는 진솔한 조언으로 가득하다. 자폐 스펙트럼 선상에 있는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이나 이들과 접할 기회가 많은 선생님을 위한 충고도 뒤따른다.


자신의 자녀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된 부모님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조언은 그저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뿐이다. 선입견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자폐 스펙트럼 위에 있다는 것은 사선에 놓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망 선고가 아니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단지 평생 동안 지속될 행동 양식의 이름일 뿐이다. P39  


아스퍼거 증후군이 쓴 책은 많이 읽었지만 십 대 소년이 쓴 글은 처음이다. 아직 성장 중인 이 작가는 아스퍼거 증후군의 의학적 설명보다는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 세계에서 십대 아스퍼거가 겪을 만한 문제들을 고민한다. 자폐 스펙트럼의 특징인 사회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문제, 특정 관심사에 대한 집착(혹은 강박)과 감각적인 문제는 물론 학교에서의 적응, 교우 관계와 왕따와 같은 현실판 문제를 다룬다.


다소 산만하고 복잡하며 때때로 튀는 문장으로 이해하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사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뼈를 때리는 비유도 그중 하나다. 이를 테면 ‘강박적으로 한 관심사에 몰두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 때’와 같은 질문이다.

 


질문: 언제 강박사고가 강박사고가 아닌 것이 되는가?
대답: 축구에 관한 것일 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수많은 남자와 소년들은 축구로 ‘먹고, 자고, 숨 쉰다.’ 나는 대여섯 살 아이가 로봇 장난감이나 포켓몬 카드에 집착할 때 그것이 전혀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으면서, 내 아이가 엘리베이터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이나 지하철 노선도에 하염없이 빠져들 때 그걸 당장 멈추라고 이야기한다. 강박 사고가 강박 사고가 되는 기준이, 다수냐 소수냐에 따라 갈라지는 건 공정하지 않다. 다른 복합적인 사항들이 여럿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만큼은, 그것이 남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니라면 인정해 주고 싶다. 그건 너와 내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니까.


아스퍼거 증후군을 지닌 사람은 보통의 일반적인 사람들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하다는 것이 아닌, 존재 자체로 의미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책에서는 ‘쿨’하다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데, 그의 말처럼 우리가 서로 다른 것은 슬픈 일이 아니라 오히려 멋진 일에 가깝다. 아스퍼거 증후군을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건 부정할 수 없다. 사회적 상호 작용이 어려운 아스퍼거 증후군의 특성상 이들이 세상에 제대로 자라 잡는 과정은 고되고 험난하다. 결국 살아남기 위해 사회적 스킬을 배워 나가야 한다. 다만 자신의 개성을 잃지 않길 바라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사람을 치료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개성을 없애고 정말 뛰어난 능력들도 없애는 것이다. P49


개인적으로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아이에게 언제 자신이 아스퍼거인지 알려줘야 하는가?'에 대한 답이다. 작가는 주저 말고 본인에게 사실을 알리라고 이야기한다. 작가는 열세 살 때 자신이 아스퍼거인 것을 알고 괴로움보다는 안도감을 느꼈다고 썼다. 남다른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지난 몇 년간, 도대체 왜 엄마가 자신이 아스퍼거임을 알리지 않았는지 답답하다고 표현했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 전까지, 엄마가 내게 사실을 알려 주지 않은 5년 동안 내 안의 아스퍼거 증후군을 ‘발견’하느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중략) 부모님들! 언제나 별종이라고 느끼는 것도 끔찍하지만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훨씬 더 끔찍한 일이에요. 사실을 숨기는 것은 자녀들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에요! P50


내 아이는 지금 일곱 살, 만으로 하면 여섯 살이다. 작가가 열세 살 때 알았으니 우리나라로 하면 중학생 나이다. 지금 나는 일단 침묵하기로 한다. 사춘기 무렵, ‘자아’에 대해 고민하는 시기가 오면 그때 알려줘도 되지 않을까 생각만 하고 있다. 정말 생각만 하고 있다. 내 아이에게 '장애'라는 말을 꺼내는 것만큼 아픈 일도 없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서 '장애'라는 단어가 주는 압박감은 상당할 테니까. 일단 아이가 좀 단단해지길 기다릴 수밖에.


한편 아스퍼거 증후군 당사자가 자신의 진단명을 타인에게 밝힐지 말지는 또 다른 영역이다. 나는 아스퍼거 당사자는 아니지만 보호자로서, 아직 내 아이의 진단명을 그 어느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나와 내 남편, 그리고 센터에서 아이의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비슷한 문제를 가진 친한 엄마들에게도 차마 말하지 못했다. 왠지 그들조차 내 아이를 선입견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볼까 봐. 타인에게 말하는가, 말하지 않은가는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문제다. 이 과정에서 내 조언이 들어갈 자리가 있길 바랄 뿐이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누군가 여러분의 친구가 된다면 ‘너는 꼬여 있어’라는 말을 보다 좋은 방식으로 꺼내게 될 텐데 그때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만약 그들이 왜 여러분이 다른 사람들과 약간 다르게 행동하는 지를 물으면 여러분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사고하고 군중과 운동경기와 시끄러운 소리 그리고 기타의 것들에 대해 어려움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 뇌가 약간 다르다고 말한다. 이 말은 내가 어떤 것은 정말 잘하지만 어떤 것은 별로라는 것을 뜻한다. 만약 그들이 여러분의 친구라면 이것을 그냥 받아들이고 여러분이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 한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달리 대개는 이런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P56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놀랄 만큼 특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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