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들엔 언제나 약간의 작업실 청소를 한다.
작년까지는 75리터짜리 쓰레기봉투를 가득 채웠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20리터로 충분하다.
하반기에 수해로 한바탕 청소를 한 덕이다.
매년 작업실 청소를 하며 가장 큰 고민거리는 남은 흙들이다.
작업 후 곧 다시 쓸 것이라고 조금씩 뭉쳐 놓고 미처 처리하지 못한 흙들은
이미 딱딱하게 굳어서 여기저기 남아있다.
재활용을 하려면 잘게 부수어 물에 불려 물기가 어느 정도 빠진 후 다시 반죽하는 수비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양이 많아지면 작은 작업실에서 그것도 쉽지 않으니 꼭 한 번은 모아 버리게 된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흙을 버리는 맘은 좋지 않다.
문득 마당 있는 집에서 살고 싶은 것은 이럴 때이다. 어느 귀퉁이에 모아두어도 괜찮을 수 있으면 좋겠다.
정해져 있는 틀에 단정하게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그 쓰임의 여부와 관계없이 버리는 선택을 해야 할 때 나는 그것이 미안하고 아쉽다.
버리려던 흙 부스러기를 조금씩 떼어내어 흙판 위에 올렸다. 흙종류가 다 다르니 나중에 구워져 나오면 어떤 모습일지 알 수 없지만 버려지는 것들 중 그렇게 적은 부분을 살려본다. 한번 더 얻은 기회와 시간은 어떤 삶으로 이어질지 모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