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만나러 가서 흙을 만나다

지구 반대편 흙 이야기 #2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도예가 페르난도

by 로하

내가 처음 사막을 본 곳은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건조하다는 아타카마 사막은 실제로 사막하면 떠오르는 흙빛 사막과는 이미지가 다르다. 사막이라는 표현보다는 건조한 땅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IE001885608_STD.jpg 칠레 아타카마 소금사막

이 사막 지대 가운데 위치한 오아시스 마을 '산 뻬드로 데 아타카마'(아래 산 뻬드로)는 세계의 여행자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곳으로부터 아타카마의 다양한 지형과 자연을 볼 수 있는 여러 투어들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또한 볼리비아와 아르헨티나의 국경을 건널 수 있는 곳이다.

어둠 속에서 정전기가 뒤척이는 이불 위를 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건조한 땅, 하지만 어느 곳보다 땅의 시간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며 나에게는 땅보다는 별을 더 그리워하게 만든 곳이기도 했다. 15년 전 아타카마 사막의 새벽 투어에서 문득 고산지역의 메스꺼움에 눈을 감고 있다가 창으로 부딪힌 머리를 들어 눈을 떴을 때 차 창문으로 보이는 말 그대로 ‘쏟아지는’ 별을 잊을 수가 없다. 그 별을 다시 보고 싶어 찾은 곳, 그 아타카마 사막에서 우연히도 반가운 ‘흙’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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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아타카마 사막

조금은 변한 듯 그대로인 아타카마 사막의 오아시스 마을 산뻬드로의 골목들을 거닐다가 문득 ‘ceramica(도자기)’라는 단어가 들어왔다. 조금 열려있는 문을 밀고 들어가니 그곳에는 프레 콜롬비노 도자기(콜럼버스 이전 도자기를 부르는 말로 스페인 정복 이전 원주민 도자기를 칭하는 말이다)를 복제하는 작업을 하는 페르난도 도예가 할아버지가 계셨다. 손님이 없는 먼지 쌓인 공방에 문득 나타난 동양인에게 처음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다가 이것저것 도자기에 대해 궁금해 하자 몸을 일으켜 작업들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내가 머무는 기간 중 이틀간 그 마을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도예수업이 페르난도 도예가의 공방에서 열린다고 했다. 마을 예술가와 지역이 함께 하는 교육프로그램이었는데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하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셨다. 다음날 아침 공방에는 여행자들만 가득해 보였던 마을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나타났는지 아이들로 복작복작했다.

IE001885648_STD.jpg 도예가 페르난도와 아타카마의 아이들

연령대도 모두 다른 아이들은 페르난도 할아버지가 나누어준 흙덩어리를 자유롭게 만지며 개성 넘치는 흙놀이에 열중하는 중이었다. 특별히 뭘 해주지 않아도 뚝딱뚝딱 흙으로 만들어내는 즐거운 놀이와 같은 시간이 참 좋았다. 어설프지만 도예가의 보조역할을 하며 아이들과 놀고 있으니 아이들은 처음에는 한 이방인의 자리에 어색해하다가 이내 이것저것 물어주고 보여주며 깔깔거렸다.


"이곳 흙은 소금기를 많이 담고 있어서 흙을 준비하는 작업이 힘들어. 여러 번 물로 정화하는 작업이 필요하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그곳의 땅을 잘 알아야 해. 도자기는 그 땅의 산물이지."


칠레 예술대학 교수였다가 피노체트 독재 시절에 쫓겨나 이곳에서 도예가로서의 삶을 산 지 40년이 되셨다는 할아버지는 이곳에 작은 전통 도자기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꿈이란다. 다음에 이곳에 들렀을 때 할아버지의 꿈이 담긴 박물관을 만나게 되면 좋겠다.


별을 보러 갔다가 흙을 만나고 온 아타카마로의 여행은 이제 이곳을 생각하면 하늘의 무수한 별뿐 아니라 건조한 사막의 땅 가운데 있는 할아버지의 공방이 떠오를 것이다. 과거를 복제하는 할아버지의 작업은 과거를 현재로 데려와 다시금 사람들에게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그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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