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대편 흙 이야기 #6 아르헨티나, 비야헤셀 도자기 세미나 비엔날레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약 6시간 정도 떨어진 바닷가 마을, ‘비야 헤셀(Villa Gesell)에서는 2년에 한 번씩 ’ 도예 세비나 비엔날레‘가 열린다. 이미 10회를 넘긴 이 행사는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남미와 유럽 등 해외 도예가들이 초청되고 3일간 20개가 넘는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내가 참여한 해(2015년)에는 인터넷 등록 3일 만에 모든 세미나들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20년을 이어온 비엔날레
이 행사를 처음 기획하고 진행한 대표는 ‘비야 헤셀 세라믹 학교’의 교수인 아날리아 바세트(52세, 여)이다. 첫 비엔날레가 1996년에 시작되었으니 그녀가 학업을 끝내고 갓 교수로 일하기 시작한 20대 후반의 나이에 이 행사를 기획한 셈이다.
“나도 그때는 교수로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가르치며 학생들과 함께 배워가는 사람이었어요. 학생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작은 마을이다 보니 외부의 많은 도자기를 좀 더 폭넓게 보고 배울 수 있는 기회가 한정되어 있는 것이 아쉬웠어요. ‘찾아갈 수 없다면 찾아오게 하자’라는 취지로 이 비엔날레를 준비하게 되었죠”
첫 비엔날레에는 200여 명의 참여자에 10개 정도의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거의 혼자 모든 행사를 진행해야 했기 때문에 실수도 많았고, 학생들이 뭐를 도와줄까 물어도 사실 그녀 자신도 뭐가 필요한 지 몰랐기 때문에 아무것도 부탁할 수도 없었단다.
“첫 행사가 끝나고 나서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었는데 결국 2년 후 또다시 2회를 열게 되고 그렇게 지속해 온 것이 벌써 10회를 훌쩍 넘졌네요.”
3일간의 풍성한 배움과 교류의 장
세미나 비엔날레라는 이름이 붙은 행사답게 모든 프로그램은 ‘배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등록 당시 참가자들이 미리 공지된 세미나에서 본인이 듣고 싶은 세미나를 신청한다. 3일이라는 한정된 시간에 많은 세미나가 있다 보니 3일간 본인이 원하는 프로그램을 고르고 신청하는 일도 만만치는 않다. 인기 있는 강좌들은 일찍 마감이 되기도 하고, 시간이 겹치기도 하기 때문이다. 10곳의 다른 장소에서 다양한 장식기법, 성형기법, 가마 만들기 등 각 분야 전문 도예가들이 2회에서 3회 정도의 집중 세미나와 실습을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각 참여자들이 최대 3개 정도의 세미나를 들을 수 있다.
세미나를 통한 배움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아침 9부터 저녁 7시, 일부 가마 만들기 세미나들은 밤까지도 이어지는 촘촘한 일정 안에서도 중간중간 점심과 저녁시간에 참가자들은 서로 만나 각자 참여한 세미나들의 기록들과 사진들을 공유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온 자매 멜리사와 프로레스는 각각 도자기와 시각 디자인을 전공하는 학생들이었는데 이번 비엔날레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모든 세미나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에 둘이 공통으로 관심 있는 것을 선택해서 나누어 듣고 있어요. 세미나 만으로 충분히 배울 수는 없겠지만 각자 배운 내용으로 실습해보고 연구해볼 생각을 하면 벌써 신납니다” 세라믹 학교 학생인 멜리사가 말했다.
“비엔날레는 다양한 기술과 지식을 배우는 장으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이 행사에 참여함으로써 도예에 몸 담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이들 간에 다양한 경험과 각 지역의 도자기 문화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수평적 교류가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의 의미도 아주 중요합니다.” 아날리아 교수의 말대로 비엔날레 기간 동안 ‘만남’ 자체가 만들어 내는 배움과 교류가 풍성히 이루어지고 있었다.
‘도자기 화분’의 숙제
마지막 날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수료증과 함께 직접 만든 작은 도자기 화분을 선물했다. 무려 550여 개의 화분을 일일이 준비한 정성이 놀라웠다. ‘왜 화분이냐’는 질문에 아날리아 교수는 답했다.
“이곳에 참여한 500여 명의 참가자들은 지금은 모두 같은 화분을 가지고 돌아가죠. 하지만 그 화분에 무엇이 심어질지는 알 수 없어요. 누군가는 그냥 어디 장식장에 보관하기도 할 것이고, 누군가는 좋아하는 나무를 심을 수도 있겠죠. 누군가는 꽃을, 누군가는 허브를 심을 거예요. 잘 자랄 수도, 아닐 수도 있죠. 중간에 다른 나무로 바꿀 수도 있고요. 그 모든 가능성을 우리는 알지 못해요. 3일간의 시간은 화분과 같아요. 그 시간이 만들어 내는 내일은 모두 다를 거예요.”
북적이던 바닷가 마을은 도예가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아직 여름이 오지 않은 이른 봄의 조용한 바닷가 마을로 돌아갔다. 나는 하루를 더 그곳에 머물렀고, 다음 날 정말 오랜만에 아름다운 일출을 보았다. 매일매일 새롭게 시작되는 날처럼, 3일간의 배움의 날들은 그 배움을 안고 간 사람들의 흙에 담겨 새로운 싹을 쑥쑥 키워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