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그리는 법: 이기일원론과 서화

2024년 12월, 송정 장명선 질문하고 단연 오늘 답하다.

by 오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은 서화와 어떻게 관련지을 수 있습니까

* '이기일원론'이란, 만물의 본질적 존재인 이(理)와 만물의 현상적 존재인 기(氣)가 하나라는 이론이다.

이과 기는 분리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연결되었다고 주장한다.


작가가 가진 철학과 정신을 '이(理)'라고 보고, 그거을 종이에 옮겨 붓으로 형상화하는 행위를 '기(氣)'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기교나 필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붓을 들어 선을 긋는 데 있어 그리고자 하는 정신이나 의도가 없이 단순히 그리는 것에만 집중한다면, 그것은 작품이라기 보다 그저 붓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아무리 작가의 철학이나 의도가 확실하다고 하더라도 부족한 필력이나 농담이라면 그 정신을 제대로 그려낼 수 없기 때문에 그 역시 작품이라고 볼 수 없을겁니다.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는 사람이라면,

자신이 뭘 하고 있는 지 분명히 알고, 그것을 세상에 꺼내놓기 위해 그 정신이 담길만한 실력을 갈고 닦아야 합니다.


뜨거운 음식을 얇은 유리그릇에 담으면 그릇이 깨어지고 말듯이,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종이에 잘 담아내려면 그 정신을 품을 수 있는 충분한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반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고 한들 나타내고자 하는 바가 없다면 그저 화려한 빈그릇에 불과할 것입니다.


보는 사람에게 작가의 의도한 바를 잘 전하기 위해서는 맛과 향이 좋은 음식-이(理)-을 그 음식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알맞은 좋은 그릇-기(氣)-을 빚어내어 담아내 보는 사람이 음식을 보기만 해도 어떤 맛이 날 지 예상하고 음미할 수 있게 해야합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서화의 이기일원론 입니다.

이전 13화기준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