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몰랐을까?(2)

짱구와 새우깡이 주는 행복

by 토닥토닥 oz

"미안하다, 내 딸..." 하셨지만

병색이 짙어질수록 영자 씨는 점점 지쳐 보였고,

자꾸 짜증 내는 모습에 나도 화를 내고 말았어.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보다는 미운 마음이 자꾸 커져만 갔어.


영자 씨는...

그냥 다 내려놓고 싶었던 걸까.

그게 또 나를 더 힘들게 했어.


TV에서 "영차, 헉헉" 하며 열심히 운동하시는 환자분들을 보면,

영자 씨는,


"저렇게 살아서 뭐 하겠노? 난 저렇게 살기 싫다."


하시며 내 기운을 쏙 빼버리곤 했어.

나는 소리 지르듯 말했어.


"저분들이 옳은 거야. 자식들을 위해서 힘내는 거라고."


"죽고 싶다고 죽어져? 그게 맘대로 돼?"


"이제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잖아. 아니 안 하려는 거잖아."


"물리치료도 열심히 받고, 의사 선생님 말씀도 잘 새겨듣고... "


"힘내서 살아야 한다고... 다시 건강해질 수 있도록..."


'영자 씨, 제발.'


그치만 당신은 이미 포기하고 있었어.

당신의 삶을 놓아버린 듯 보였어.

우울이 깊어지셨지만, 정작 당신은 그것조차 모르시는 듯했어.

그런 우울, 그런 무게가 늘 곁에 있었던 탓일까...

그냥 멍하기만 했어.


나는 그런 영자 씨가 밉고 아파서 자꾸 울었어.


'모두들 저렇게 열심힌데... 힘을 내 영자 씨'


...라고만 생각한 건 아니었어.


마음은 언제나 동전의 양면 같아서...

그 마음이 무섭고 싫어서 또 울었어.






영자 씨,

오늘의 사탕발림은 바로 이거야.

'짱구와 새우깡'



뇌경색 진단을 받고 병원에 누워 있던 그때,

만사 귀찮아하던 영자 씨가 이거 보고 움찔하셨지?


밥도 먹기 싫고... , 두유 하나 사러 병원 편의점 갔다가

옛 생각나서 집어 들고 온 과자.

영자 씨와 내가 가끔 먹던 과자, 짱구하고 새우깡.



내가 손가락에 짱구과자를 끼워 하나씩 빼먹고 있으니까,

"풉~" 하고 웃으셨잖아.


"너만 먹냐?" 하시면서...


그 순간 나는 살 것 같았어.

오랜만에 보는 영자 씨의 그 표정.

정말 속이 뻥 뚫리는 거 같았거든.


"나보다 낫네, 이 짱구가..."


통통한 손가락, 그나마도 퉁 부어 있어서 맞추어 넣기가 힘들었지만,

나는 정성껏 당신 열 손가락에 하나하나 짱구를 끼워드렸어.


영자 씨는 아이처럼 과자를 손끝에서 하나씩 빼먹고는

단짠의 참조화를 위해 새우깡도 몇 알 집어 드셨지.

아주 천천히, 맛나게, 입안에서 녹여가며 음미하듯.

행복한 얼굴로...


'짱구, 새우깡'

고작 저것들이 뭐라고.

나는 또 몰랐나 봐. 아니, 잊고 있었어.

가끔 먹는 평범한 과자가 천상의 맛이 될 수 있다는 걸,

우울한 순간을 날려버리는 마법 같은 힘도 있다는 걸.


식후 당체크하러 오셨을 때 수치가 높아졌다며, 뭘 드셨냐고 해서

"짱구과자 5알 드셨는데..."라고 거짓말했어.

"과자는 안됩니다, 아시면서..." 하시길래

"네..."라고 대답은 하였지만,

간호사님이 아셔야 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

이 과자의 마법 같은 힘을...


물론 마법은 자주 쓰면 안 되겠지.;;


사실 이 강력한 힘은 지구 모든 사람들이 다 알고 있지 않나?

다만 영자 씨의 상황이 특별한 것일 뿐.






영자 씨,

문득 당신이 속삭이듯 내뱉던 그 한마디가 기억납니다.

'죽은 뒤에도 일 년에 한 번씩이나마 이렇게 가족들을 볼 수 있다면,

지금쯤 가고 싶다고...'

그땐 정말 그런 말을 하는 당신이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래, 차라리 그렇게 떠나버려.'라고 말해버릴 뻔도 했습니다.


지금은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그런 말을 하는 영자 씨의 기분은 어땠을까?

삶을 놓아버리고 싶은 마음과, 잡고 싶은 마음.

두 맘이 공존하는 그 맘속은 어땠을까요?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습니다.

그저 남겨진 나는 여전히 그 마음의 결을 더듬어 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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