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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을 밟는 마음

by 김이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변화를 기다린다.”

– 김보희, 『사업일기』


지난주 예고했듯, 오늘은 터틀넥프레스 김보희 대표님 강연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출판연구학교에서 '작은 출판사는 어떤 기획을 해야 할까?'라는 주제로 발표한 뒤, 운영위원 선생님께서 김보희 대표님을 초대해 주셨어요.

터틀넥프레스는 3년 차 1인 출판사입니다. 휴머니스트의 브랜드 '자기만의 방'을 만든 멤버이자, 유유출판사에서 『첫 책 만드는 법』을 출간한 김보희 편집자가 독립해 만든 출판사이고요. '2024년 출판인이 꼽은 올해의 루키 출판사'에 선정되기도 한, (심지어) 개인적으로 애정하는 한수희 작가님의 책이 출간된 출판사이기도 합니다. 자기만의 방부터 팬이었기에 성덕이 된 마음으로 강연도 듣고 함께 막걸리도 마셨습니다.(예, 자랑입니다 :))


직접 만나기 전까지는, 출판 경력 많은 유능한 편집자이니까 조금 수월하지 않았을까,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기도 했어요. 아니더라고요.

출판사를 시작하기 전, 브랜딩에 대해 공부하고 고민하고 생각하고 관찰하고 실험하며 준비한 시간이 1년.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하며, 오만 가지 시행착오 속에서 방향키가 되어준 책 속 구절들을 공유해 주었는데요.


"관찰에서 가장 중요한 점을 깨달았다. 사랑만 있다면 시간이 좀 걸릴지는 모르지만 좋은 관찰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좋은 관찰을 하면 사랑이 보다 깊어진다."
– 사도시다 요헤이 『관찰력 기르는 법』
"영화를 본 사람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 그 사람의 일상을 보는 방식이 변하거나 일상을 비평적으로 보는 계기가 되기를 언제나 바랍니다."
– 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들』
"한 권의 책, 한 통의 엽서를 매개로 그 작고 작은 빛이 전국 여기저기에서 켜진다. 그 빛은 반드시 눈에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꼬마전구의 빛이 다발이 되어 모이면 세계를 따뜻하게 되비추기에 걸맞은 에너지를 갖게 된다. 이처럼 한데 모인 꼬마전구 같은 등불은 우리들로 하여금 매일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가 되었다."
– 미시마 쿠니히로 『좌충우돌 출판사 분투기』


강연을 들으며 터틀넥프레스가 좋았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 봤어요. 가고자 하는 방향, 대표의 매력, 솔직함과 친근함, 다 좋지만 결국 책이 좋기 때문 아닐까. 브랜딩 자체도 어려운 일이지만, 결국 브랜드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꾸준히' 내고 있느냐가 더 어렵고, 독자들은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아는구나 싶었습니다. 말을 잘하는 것보다, 말한 것을 잘 만들어내는 게 더 어렵고 중요한 것처럼요.

"자기가 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가는 것. 그거면 충분하죠. 아니, 그게 전부라고 생각해요."
– 미시마 쿠니히로 『재미난 일을 하면 어떻게든 굴러간다』


'페달을 밟는 만큼 앞으로 가는 것'은 달리 말하면 '내가 굴리지 않으면 굴러가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그 사실이 우리를 자주 조급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동기부여가 되기도 해요. 멈추지 않고 페달을 밟는 일. 그게 지금의 저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이기 때문에 ‘효율’보다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는 말에 고개를 미친 듯이 끄덕이며, 오래 굴러가기 위한 혼자만의 숙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이번 달, 저의 숙제는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해보는 거예요.


1. 우리 브랜드를 뭐라고 소개할까? 한 문장으로 써 보기

2. 브랜드를 수식하는 키워드 30개 적어 보기

3. 우리 고객은 어떤 사람일까? 관찰, 조사, 인터뷰하기

4. 우리 브랜드는 어떤 인격체일까? 묘사하기

5. 어떤 책이 브랜드에 어울리는 책일까.


당장 답을 완성할 순 없겠지만, 내내 생각해 보려고요. 숙제 같이 해보실래요? 각자, 그리고 함께 나아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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