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여름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 Oct 30. 2020

여름에게,

여름이를 낳고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 너는 너무 소중해. 너 손꾸락 발꾸락을 보면서 어머니 아부지가 진짜 많이 행복했을 거야.


진심이었다. 아이를 낳고 보니 듣던 대로 새로운 세계가 열렸는데, 그 세계를 알게 되어 기쁘다. 작은 손과 발에 다섯 개씩 공평하게 손가락과 발가락이 있다는 것이, 배 속에서 열 달을 버티고 건강하게 태어난 것이 당연하거나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을 포함해 세상 모든 사람이 ‘정말로’ 소중하다는 걸 ‘진짜로’ 알게 되었다.


이 글은 어른이 될 여름이를 위해 쓴다. 이건 나와 나의 여름에 관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이고, 누군가의 여름이다. 세상의 모든 여름이들이 태어나던 시절 즈음을 떠올려 봤으면, 얼마나 많은 경우의 수를 극복하고 세상에 왔는지, 작은 점이 사람이 되고 태어나 웃고 기고 걷는 순간마다 얼마나 큰 기쁨을 줬는지 기억했으면, 그게 새삼스러운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