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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Feb 17. 2022

사소한 우울에서 나를 건져올리는 방법

심신 미약한 요즘의 나를 위하여

연초부터 듣지 않아도  말을 듣고 마음이 쉽게 회복되지 않아서 괴로웠다. 기분을 음식으로 풀지 말랬는데, 그것 말고는 방법을  모르겠어서 몸을 괴롭히는 것으로   반을 보냈다. 더이상 우울 속에 나를 내버려둘  없지. 작년 이맘 즈음, '이대로는    같아서' 운동을 시작했었던  떠올리고, 요즘의 나를 위한  가지 리스트를 만들었다.


심신 미약한 요즘의 나를 위하여

1. (고의든 아니든) 내게 부정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상황을 멀리 한다.
2. 아침 일찍 일어나 한강을 뛴다.
3.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쓴다.
4. (일이든 사람이든) 새로운 만남을 시도한다.
5. 청소와 빨래, 요리 등 기본적인 일을 잘 해낸다.
6.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주중, 주말 각 1회)



1. (고의든 아니든) 내게 부정적인 마음이 들게 하는 사람/상황을 멀리 한다

여기서의 포인트는 (고의든 아니든)이다. 지금까지는 내 마음이 조금 불편해도 상대가 고의가 아니면 내 문제라고 생각했다. 내가 피곤해서, 내가 예민해서, 내가 소심해서 같은 이유를 대면서. 하지만 그게 맞더라도 이제는 안 되겠다.


'나다운 삶'을 찾기 위해서라면 나는 그 반대 방법이 낫다고 봐. '하고 싶은 걸 찾기'보다 '하기 싫은 걸 하지 않기'부터 시작하는 거지. 왜냐, '좋음'보다 '싫음'의 감정이 더 직감적이고 본능적이고 정직해서야. '하기 싫은 것/곁에 두고 싶지 않은 사람' 이런 것들을 하나둘 멀리하다 보면 내가 뭘 원하는지가 절로 선명해져. 글쓰기로 치면 일단 손 가는 대로 편하게 막 써놓은 후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직감적으로 가지치기하는 거지. 그러면 글이 명료해지면서 내가 애초에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가 분명해지지. 더 나아가, 직감적으로 '아, 싫다'라고 느끼면 나를 그들로부터 격리해주는 것이 가장 본질적으로 '나를 사랑하는 법'이라고 생각해.

- 임경선, 요조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지금껏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싫어하는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싫다'는 생각이 드는 것에 대해서는 외면하거나 '좀 더 해보면 좋아질 수도 있을걸? 한 번 더 보면 좋을걸?'하고 달래기 바빴던 것 같다. 내친김에 책에서 제안한 '하고 싶지 않은 것' 리스트도 만들었다(생각보다 많이 어려웠다).

무례하거나 앞뒤가 다른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다.

손해보고 싶지 않다. 손해 보더라도 내가 쭉 몰랐으면 좋겠다.  

재미없는 영화를 끝까지 보고 싶지 않다.

내가 할 일을 남이 정하게 하고 싶지 않다.

무엇이든 참고 싶지 않다.


2.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한강을 뛴다

확실한 행복이 필요하다. 한강에 가는 것+땀 흘려 운동하는 것+듣고 싶은 노래를 귀가 떨어지게 크게 듣는 것. 내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세 가지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방법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 한강을 뛰는 것뿐이다.

월요일에 처음으로 한강에 다녀왔다. 핸드폰을 만지다가 새벽 세 시가 넘어 잠들었지만, 일곱 시에 일어나 노란 패딩을 입고 한강을 걷고 뛰었다. 무장을 해선지 춥지는 않았지만, 출근길의 사람들 속에서 노란 패딩이 조금 부끄러웠다. 러닝화를 사야겠다.


3. 의식하지 않고 꾸준히 쓴다

보는 사람도 없는데 남 의식하는 건 참 고쳐지지가 않는다. 내가 남에게 관심 없듯 남들도 그렇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괜히 눈치를 보다가 '꾸준히'를 놓친다. 멋대로 쓸 것, 한 줄이라도 쓸 것, 그냥 쓸 것.


4. (일이든 사람이든) 새로운 만남을 시도한다

프리랜서가 되고 일과 사람을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점점 더 익숙한 것만 찾게 된다. 가던 곳, 하던 일, 만나던 사람, 비슷한 옷, 같은 메뉴. 취향이 확고해지는 거라고 우기고 싶지만 사실은 새로움이 주는 불편과 불확신과 번거로움을 감수하고 싶지 않았다. 자꾸 새로운 일을 벌이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서 내 안에 고여 있는 것들을 흘려보내야겠다.  


5. 청소와 빨래, 요리 등 기본적인 일을 잘 해낸다

주중에는 되도록 배달과 외식을 멀리하기로 했다. 일요일 저녁에 직접 식재료를 주문하고 시간을 내어 요리를 하는 것, 빨래가 밀리지 않도록 하는 것, 매일 집 안을 환기하고 먼지를 털어내는 것으로 일상을 지키기로. 더불어 아이를 돌보듯 나를 돌보기로!


6.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늘 사람과 어울리다가 집에서 아이와 둘이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사람이 그립다. 일주일에 몇 번이고 사람을 찾게 되는데, 사실 사람들과 함께면 시간은 정신없이 흐르지만, 아이에게도 집중하지 못하고 나도 뭘 한 건지 모르겠는 경우가 많다. 지난 일 년 반 동안 스스로를 돌아보면, 적당한 건 일주일에 한두 번. 여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집중하고 남는 시간에는 책을 읽어야지. 지난주에 장난감 도서관에 갔다가 아이를 위한 장난감과 함께 내가 볼 책 두 권을 빌려왔다. 아이를 재우고 남편과 나란히 누워 책을 읽는 시간이 생각보다 더 커다란 위안이 된다.


실천은 내일의 나의 몫이고, 오늘의 나는 구체적으로 적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진다.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날 생각을 하니 다시 언짢아졌지만. 노란 패딩을 입고 나아가자! 이제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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